"...너는 따뜻하구나, 용병"
"자력으로 발열하는 모피의 덩어리니까 말이지"
큭큭거리며 제로는 웃었다.
그런가 했더니, 내 망토 안에서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뭘 하고 있지?"
"옷을 벗고 있다"
"■■할 생각이냐"
"네가 따뜻하니까 문제는 없다"
풀썩, 제로가 외투를 눈 위로 내던졌다. 이어서 셔츠와 부츠가 내던져진다.
그렇다는건 지금, 제로는 내 망토 안에서, 양말과 바지밖에 입고 있지 않다는게 된다.
...아니지. 아니아니.
뭐가 '입고 있지 않다'는거냐. 뭘 냉정한 척을 하고 있는거냐 나는.
제로의 전라정도, 이미 몇번이나 본적은 있다. 애초에 지금은 밀착해있고, 망토 안에 있는 제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까ㅡ
그래서 문제는 없다고? 그럴리 있겠냐, 엄청 있다.
"한가지 확인하고 싶다만...어째서 벗었지?"
"방해지 않나?"
"무엇을 하는데?"
"지금부터 할 것에"
나는 몸을 뒤로젖혀 드러누운체 하늘을 올려다봤다. ㅡ별이 아름답다. 같은 현실도피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제로는 내 장비를 벗기기에 이럿다.
"잠ㄲ. 기다려 기다리라고 가차없구나 너! 있잖냐, 지금 그러한 흐름이였던가...?"
"그러한 흐름을 기다리자라고 생각했다만, 네가 얼버무리려해 허사가된것이다. 이제와서 자연스런 흐름으로ㅡ같은 패기없는 소리는 하게 두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별로 그런 관계가...!"
"그럼 본인을 눈 위로 내칠건가?"
제로는 망토로부터 고개를 내밀고, 자빠져 누워 굳어져있는 나에게 승마자세가 되었다.
뭐 그런거다.
즉 옷을 입고 있지않은 제로다.
숲은 어둡지만 모닥불은 밝고, 짐승으로 타락한자는 밤눈이 밝다
나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몇번이나 본적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분위기가 다르다. 기분이 다르다. 씻기 위해 옷을 벗는것과, 의미가 다르다.
온몸이 불타는것처럼 뜨거워졌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치고, 몹시 목이 탄다.
그렇것만,
"만져도 괜찮다, 용병. 너만은 본인을 만져도 좋다. 너만은 허락한다"
거기에 제로는 나를 부채질했다.
아아ㅡ신이시여.
이건 악마에게 매달려야할 장면인가.
나는 제로의 몸에 손을 뻗었다. 부드럽고, 차갑다.
"멍청아! 너, 얼어죽는다...!"
황급히 나는 몸을 일으켜, 제로의 몸을 망토안으로 끌어들였다. 큭큭하고 제로는 웃는다.
"그렇다면 네가 따뜻하게 해다오. 본인이 얼지않도록, 절대로 본인을 놓지 말아다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눈을 뜨자, 중천에 뜬 태양의 햇살이 눈을 녹이기 시작하는 시각이었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자, 평소처럼, 제로가 내 품안에 있다. ㅡ단 옷은 입고 있지 않다.
"아..."
우와아...꿈이 아니었어.
저질렀다.
진짜로
제로랑
저질렀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일이 있을까?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을까?
넘지 말아야할 일선을, 훌륭하게 뛰어 넘어버린 느낌이 있다.
나는 제 삼자에게 "이 녀석과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계속 말해왔다. 하지만 이후, 두번다시 그런 변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머리를 싸매고 있자, 마찬가지로 눈을 뜬듯한 제로가, 큭큭 어깨를 흔들며 실눈을 뜬다.
"뭐냐, 용병. 그 얼굴은. 절세의 미녀와 정을 나눴으면서, 마치 세계의 파멸이라도 직면한것 같잖은가"
"바로 그런 기분이다...! 젠장, 어쩔거냐 이거. 나는 너와 이렇게 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는데...!"
몸부림치는 나를 내버려두고, 제로는 벗어던진 옷을 시원시원하게 입었다.
정말이지, 태연하구만.
어젯밤은ㅡ아니 어젯밤의 일은 떠올리지 않기로하자. 잊어버리자. 좋아 잊었다.
"음, 생각했던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제법 좋은 경험이었다. 용병"
"아아아아 시끄러! 감상이라던가 말하지 말라고! 나쁘지 않았다면 다행이네 젠장!"
"뭐, 그렇게 낙담하지마라.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앙?"
지금. '추억'이라고 했나, 이 여자.
즉 이 다음은 없다는 의민가? 그건 그거대로 아쉽구만.
그런 천박한걸 생각하면서, 나는 제로를 돌아봤다. ㅡ그, 마치 흥미를 잃어버린 장난감을 보는듯한, 차가운 눈.
제로는 내 장비를 들어올렸다.
내 손에 딱 맞고 익숙한 커다란 나이프는, 제로의 작은 손이 들면 몹시 큰, 무시무시한 흉기로 보인다.
"...마녀?"
"너는 마침내 본인을 떨어트렸다. ㅡ장난은 끝이다, 용병"
제로의 손 안에서, 내 나이프에 검은 문양이 빠르게 떠올라간다.
나는 이 마술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등줄기가 얼어붙는다. 그 나이프가 의미하는 미래를,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ㅡ
"거짓말이지?"
그 말밖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 순간, 제로가 내 가슴으로 뛰어들어왔다.
검은 나이프의 끝을, 내 심장으로 향한체.
쿵, 가벼운 충격이 있다.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야.
이런식의 결말ㅡ
"작별이다, 용병. 바로 지금, 본인은 너와의 계약을 종료한다"
싫다.
목까지 치밀어오른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온몸이 찢기는듯한 격통이 달려와, 나는 괴물에 어울리는 울부짖음을 지르며, 눈 속을 미쳐 날뛰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문맥상 둘이 이챠이챠한건 확실한데. 체격의 차이가...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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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애초에 없음. 아래에도 문맥상이라고 적었는데. | 17.06.15 11: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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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 제로를 따라다니는 이유와 계약종료를 엮으면 답이 나오긴 합니다. | 17.06.15 14: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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