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대신해서 - <흔들리는 장기판>
"대국 전, 장기판이 흔들립니다."
프로기사 노즈키 히로키 7단은 "장려회 3단 리그는 어떤 느낌입니까?" 라는 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장기판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가 똑바로 앉지 않아서 그런가...하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서 몸을 지탱해보지만, 그래도 장기판이 흔들립니다. 그런 경험은 프로가 되고 나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할 말을 잃은 저에게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한번은 쿠보 씨가 대국장 바로 밖에 있는 어두운 복도에서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타이틀을 노릴 기사가 될 거라고 다들 인정하는 그 쿠보 씨가, 아직 열일곱 살이고 내년에는 반드시 위로 올라갈 거라고 다들 예상하는 쿠보 씨가 순위차 때문에 올라가지 못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왜 우는 거지?'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저도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저 역시 쿠보 씨처럼 울었습니다."
'받아치기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쿠보 토시아키 9단은 그 뒤 타이틀을 획득하고 지금도 톱 프로기사 중 한 명으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런 쿠보 선생님이나 노즈키 선생님조차 그토록 궁지에 몰렸던 이유는 장려회에 연령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엄격함에 대해서 한때 노즈기 선생님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장려회는 목에 밧줄을 걸고서 장기를 둔다. 제대로 된 장기를 둘 수 있을 리 없다."
연령제한이라는 제도는 장려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세한 규칙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류기사를 목표로 하는 연수회에도 연령제한이 있습니다.
다만 장려회나 프로기사보다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압도적으로 적은 그녀들이 과연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지, 부외자인 저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하던 도중 저는 어떤 글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전문 작가가 집필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전문지에 게재된 것도 아닌, 그저 여류기사를 지향하는 사람이 인터넷에 오도카니 올린 짧은 글이었습니다.
"25세"라는 제목의 그 글을 읽고서......저는 처음으로 장기에 관한 글을 읽고서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그쳤을 때 제 안에는 한 명의 캐릭터가 태어나 있었습니다.
'키요타키 케이카'라는 캐릭터가.
프로기사나 여류기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저도 라이트노벨을 쓰면서 괴롭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쓴 책이 팔리지 않으면 침울해지고, 반대로 저보다 젊은 신인이 쓴 책이 히트하면 질투하고, 그 책의 내용에 감동해버리면 '더 이상 내가 라노벨 쓸 의미 없잖아? 내 인생은 대체 뭐였을까?' 하고 죽고 싶은 기분이 들고......저 스스로도 인간이 작다고 느끼면서도,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맙니다.
케이카에게는 그런 저의 모든 것을 짊어지도록 했습니다.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라노벨 작가로서는 늦은 편인 대학원 2학년 때,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로가 되고서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돌이켜보면 어쩐지 '이런 게 팔리겠구나' 싶어서 쓴 것은 있어도 '이런 걸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쓴 것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번 작품은 '이런 걸 쓰고 싶다!'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생각해서 쓴 작품입니다.
특히 이 3권은 스스로 왜 소설을 쓰는지, 어째서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질문하기 위해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케이카가 대답을 찾아낸 것처럼 저도 답을 찾아냈습니다. 잔재주나 테크닉이 아니라 영혼을 있는 그대로 부딪침으로써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싶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장기판이 흔들릴 정도의 싸움을 표현하고 싶다. 그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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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케이카의 이야기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절실하고 괴로운 이야기였습니다.
25세라는 연령 제한을 맞이한 케이카. 이미 한결같이 꿈만 바라볼 수 있는 어린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초연할 수 있는 어른도 아닌 그녀.
주변의 빛나는 재능을 지닌 천재들과 달리 어디까지나 평범한, 보답받지 못하는 노력과 좌절 사이에서 발버둥치는 그녀.
3권에서 5권까지의 이야기는 그런 케이카가 자신에게 남겨진 생애 최후의 기회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과 어떻게 마주하고, 싸웠는지,
그 짧고도 기나긴 여정의 이야기였습니다.
감히 단언하건데 <용왕이 하는 일!>은 2017년 현재 최고의 라이트노벨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역대 명작들의 반열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1권만 정발되었지만 앞으로 나올 후속권들도 꼭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3권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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