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 소설로 느꼈던, 이 벅참을 대체 어찌 표현해야 될까요. 정말 딱 한 마디만 하자면 이렇습니다.
“내는 감동했다.”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요새 라이트 노벨과는 다르게 ‘땀내’ 나는 라이트 노벨이었습니다. 꼴리는 여자 캐릭터가 안 나오는 소설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네 명으로 좁혀집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스다 코우키와 그의 사촌 동생 스다 키요후미, 그리고 둘의 친구 나가노 슈이치와 코가와 노리미치.
넷은 아직 어립니다.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그들은 아직 중학교 1학년. 어른들의 시선에선 아직 ‘어린 아이’ 입니다. 하지만 코우키는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싫습니다. 그런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강가에서 가재들을 잡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향해 ‘그때가 그립다.’ 라고 말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우습지요. 중학교 1학년이 초등학생들을 향해 젊음이니, 그때니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초등학교를 벗어나서, 중학교 교복을 입었을 시절 그때의 기억을 거슬러 살펴보자면 저도 코우키처럼 이제 나도 어린 애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자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세세한 심리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의 시간적 배경은 1979년 7월입니다. 퍼스트 건담이 방영되던 시기고 이 글의 작가가 이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건 ‘쇼와로의 회귀’ 라는 테마를 가장 잘 살리는 년도가 1979년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합니다.
그런 테마와도 걸맞게 작품 후반부엔 옛것과 새것의 대립도 있습니다. 그 대립에서, 코우키의 형인 유우키의 감정들이 개인적으로는 와닿았습니다.
음악이라던지, 애니메이션 같은 매체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표현되곤 하는데, 이걸 해석하는 재미도 나름 진국입니다.
글의 간사이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됐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읽었지만, 실제 경상도에 사시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번역이 잘 됐다. 못 됐다. 를 떠나서 제가 사투리는 전혀 몰라서 뭘 어떻게 평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아까도 말했듯 퍼스트 건담이 방영되던 시기라, 굉장히 건담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아무로의 화이트 베이스 탈주라든지, 그런 것들이 굉장히 자잘하게 나옵니다. 토미노 옹의 퍼스트 건담 팬 분들이라면 또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년들이 작은 모험을 통해 어른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작은 계기를 통해, 그들은 이토록 나이를 먹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소년이던 시절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습니까.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기는 1979년이 아니었지만, 저도 중학교 시절이 있었기에 이 소설을 보고 그렇게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아련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절판 된 소설이지만 중고 책 검색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아직 매물들이 몇 권 나오긴 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글에 등장한 것은 해피엔드의 노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더 떠올라서 이 노래를 같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