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SF소설이네요. 이하는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신경쓰이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이책은 별의 계승자 라는 소설의 후속권이니 그쪽부터 설을 풀어나가자면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작가 제임스 호건은
별의 계승자 ,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 , 거인의 별 이라고 알려진 일련의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그중 1편격인 별의 계승자는 오래전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으나 장시간 절판상태였다 근래에 다시 나왔고 이번에 그 뒷권인 가니메데.... 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세계관은
쉽게 설명하자면 - 이것이 미래세계다 - 희망편 - 에 해당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가난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각국은 평화공존의 길을 걷게된 미래 - 이제 길어야 십몇년 남은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꿈같은 미래죠. 70년대말에는 거진 50년쯤 남은
상태였으니 ...
2020년대 후반 달에서 있을 수 없는 시체가 발견되고 그것이 과학계에 파란을 일으키는데... 뜬금없이 시체 - 월인 찰리-가 발견되고 그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해 머리좋은 사람들이 머리 싸매고 고심한다는 점에서 의외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이책은 역동적인 전투장면이나 므흣한 씬 없이도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긴장감과 흥미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보통 소설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묘사를 과감히 덜어내고 , 그들이 펼치는 월인의 정체와
기원에 대한 논의 - 빈틈없는 과락적 추론과 논리전개가 일품이죠.
제가 특별히 맘에 들었던 것은 소설이 전개되면서 상당히 날선 공방이 계속되지만 그와중에서도 인신공격이나 무책임한 비방이 아닌 철저한 논리와 팩트에
근거해 학술적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뭐 픽션이긴 해도 내가 보고 싶었던 , 토론의 모습을 작중에서 대신 보여주더군요. 이것이 바로 대리 만족
허나 현실에서 우리나의 온갖 tv토론이나 난상토론 등을 보면...
뭐 하튼 그렇게 해서 숨겨진 월인의 비밀을 추적해 가는 와중에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우리 인류와는 전혀 다른 진짜 외계인의 함선과
시체가 발견되고 그들은 가니메데인이라 명명 됩니다. 그들의 존재와 인류와 흡사한 월인의 존재 , 달의 수수께끼가 연달아 흥미진진하게 독자를
밀어 붙이죠. 여기까지가 1권인 별의 계승자 이야기 라면 후속작인 2부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들은 월인 찰리의 비밀이 해석된지
수개월후 - 전작 주인공인 헌트박사와 단체커 교수의 팀이 해체되고 이때의 공으로 두사람이 목성에 건설된 우주기지에 연구를 하러 떠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들이 뭐에 쓰는지 알수 없는 가니메데인의 드럼통 같은 장비를 가동시켜 보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어떤 반응도 없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와중에 저먼 우주의 공간 너머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데...
그것은 사라진 가니메데인의 우주선!!!
이번 2권은 외계인과의 조우 라는 ET부터 시작해 다양한 컨텐츠들이 다루는 내용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진화를 밟아 온
외계문명과의 충돌은 대체로 전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 인간의 역사가 대체로 그러했기 때문에 - 이 소설은 그런 클리셰를 격파하고
이상적인 인류와 외계인의 퍼스트 콘택트와 교류를 묘사해 나갑니다. 그런만큼 1부와는 좀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이점이 1부 별의 계승자에
비해 못하다는 평이 있습니다만 , 아무래도 지향점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아닐까 싶군요. 더하여 이시리즈 전체는 오래전 나온 만큼 빗나간 미래예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1권에선 별로 크게 튀지 않는데 2권에선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는 점도 있네요.
그 문제점이란 바로 희망적인 미래 세계에 대한 예측자체가 현재로선 상당히 틀린 전망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죠. 과학은 확실히 발달했지만 우주진출은
정체 내지 퇴보하고 있고 , 인류의 군비경쟁과 불신은 심해져 갈뿐 나을 기미기 보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일자리의 감소를 비롯해 문제의 해결보다는
되려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오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평화롭게 외계인의 도래를 맞이하는 모습은 현대 독자가 보기엔 상당히 시니컬하게 느껴질 겁니다.
즉 1부와 다른 소설의 지향점- 따라서 긴장감의 완화, 빗나간 미래 예측에 대한 실망감이 합쳐저 재미를 반감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한발 물러나 보면 이 소설은 그자체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인류와 외계인의 이문화 교류 문제 , 인류의 기원 문제 등에 대해
썰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후속편도 빨리 보고 싶고 , 지금은 대출해서 읽었지만 나중에는 어떤식으로든 소장을 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ps. 라기 보단 아쉬운 점들...
제가 보기에도 약간의 옥의 티 랄까? 현대 독자에 입장에서 거슬리는 부분들을 조금씩 집어 보면 , 담배 피는 장면의 묘사가 상당히 많은 점.
여성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적은 데다 그나마 독자들에게 주인공들이 고자가 아니라는 걸 어필하는 용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수준.
거기에 컴퓨터에 관한 아쉬움입니다. 시대적 한계상 컴퓨터의 보급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묘사가 일절 없어요. 오히려 외계인의 인공지능 조락이
비슷한 역할로 등장하는데 ..... 그쪽은 철저한 메인프레임이고 , 개인휴대장비는 단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죠. 그나마 인류기술로는
소설 끝날때까지 흉내도 못냅니다. 게다가 가니메데의 얼음속에서 발견된 우주선은 일단 작중에선 최신 기술의 제품인데 그 우주선을 통제하는
컴퓨터를 도대체 손을 대질 못합니다. 지구인은 물론 가니메데인 조차도요. 물론 컴퓨터 기술이 크게 발전해서 호환이 안되는 건 이해하지만
오늘날 컴퓨터가 점점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나가고 아무나 쓸수 있게 되어가는 걸 생각하면 해당 우주선 안에 사용자 매뉴얼이나
초보자용 가이드 같은 것도 없었다는 점이 꽤 걸리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인류만세 이소설의 주제를 잘 뜯어 보면 결국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 라는 그 노래가사 처럼 됩니다.
요새같은 인간불신의 시대에 상당히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죠. 책이 쓰여진 7,80년대 핵전쟁의 위협이 전세계에 팽배했고 , 작중에서
월인이 격은 일은 그에 대한 작가의 경고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작가는 말미에서 단체커의 입을 빌어서 "어쨌든 인류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떨지? 그런 점에서 이책은 Sf이긴 하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면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런식으로 단점을 지적하긴 했어도 나중에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네요. 다만 전자책이 될지 종이 책이 될지는 좀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