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기 20화
'지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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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제 3 장 : 의혹의 벽과 대치하라
Great_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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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던 시야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끊어지지는 않았다.
미사카 워스트는 간신히 그것이 살아 있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몸 속에는 라스트 오더의 신호를 거부하기 위한 '셀렉터' 가 파묻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기폭시킨 것이다.
폭발은 극히 소규모였지만 몇 개나 되는 파편이 몸 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보통 같으면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
최신예 설비가 갖추어진 병원 수술실이라도 무리였을 것이다.
하물며 이런 아무 것도 없는 설원에서는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개체다.
만일 여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해도 그 이외의 사용처는 고려되어 있지 않다.
서드 시즌 중에서도 정식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전에 사망할 예정이었던 개체다.
그런데…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명확한 죽음은 오지 않는다.
애매한 삶만이 언제나 이어진다.
이윽고 이것이 안정된 바이털로 변하리라는 것도 어렴풋이 예측이 간다.
자신은 살아남은 걸까.
학원도시의 계획은 실패하고 만 걸까.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는
전 세계 수준의 글로벌 악의를 이겨낼 수 있기라도 했다는 걸까.
통상보다도 부정적인 감정을 네트워크에서 건져 올리기 쉽도록
조정되어 있는 그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사카 워스트는 반드시 죽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그것도 제 3자의 손을 빌려서.
미사카 워스트는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그 정적은 부정적인 감정만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그녀에게는 당혹스러운 것이고,
동시에 어딘가 편안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갸하."
왠지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받아들이려고 하던 무언가를 산산이 부숴버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끄하하. 안 돼, 안 돼. 크하하하하하."
목소리의 파도가 안정되지 않은,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고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한 목소리였다.
가스 밸브에서 무언가가 새어나오는 소리보다도 훨씬 더 위기감을 부추기는 소리였다.
그 너머에 있었던 것은…
"이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이제 억누를 수 없어!!
저 꼬맹이의 웃는 얼굴만으로는 멈추지 않는다고!!
꺄하! 꺄하하하하!!
전부 다 부숴버리고 싶어!
전부 다 확 쓸어내고 싶어!!
이런 걸 만들고서 좋아하는 놈들도,
그 혜택으로 '행복' 이라는 걸 손에 넣는 놈들도 !
한 사람도 남김없이 !! 한 사람도 남김없이이 !!
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쿠웅!! 폭풍(爆風)이 작렬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가 모든 방위로 능력을 흩뿌리고 있는 거다,
미사카 워스트는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다.
검은 날개가 있었다.
모든 절망으로 굳힌 것 같은 날개가 있었다.
한 쌍의 날개는 서로가 서로를 뭉개듯이 얽혀서 잡아 뜯고 있었다.
아마 그의 마음속의 움직임이 어떤 현태로 겉으로 드러난 것이리라.
그 때마다 액셀러레이터의 목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공기가 찌릿찌릿 떨리고, 여파가 되는 에너지가 러시아의 하얀 대지에 삐걱삐걱 상처를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눈밭에 선 액셀러레이터의 두 다리를 중심으로 지반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 있었다.
어디까지 부풀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이 세상이 끝나는 날의 광경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사카 워스트가 직전까지 품고 있었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의 마음속에도
그런 따뜻한 것은 넘쳐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산산이 부서졌다.
자신이 무슨 방아쇠를 당기고 만 걸까.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미사카 워스트의 온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떨림을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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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의 마음속에서 그를 지탱하고 있던 것이 부서져 흩어졌다.
악의의 상징인 검은 날개가 한없이 한없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도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을 솟아나게 하기 위한 마음의 심지가 없어진 것이다.
촛불이든 라이터든, 탈 만한 것이 없으면 불은 유지할 수 없다.
그 때였다.
시야 끝에 무언가가 비쳤다.
그것은 차량의 행렬이었다.
눈밭을 몇 대의 대형차가 나아가고 있다.
학원도시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는 기술의 차원이 다르다.
암부 조직 놈들이 일부러 러시아 차를 사용해 위장 중일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만이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평소의 예민한 액셀러레이터였다면 반드시 주의 깊게 관찰했을 것이다.
암부 조직일 가능성을 생각해서 경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력을 잃은 액셀러레이터는 그 정도 일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그게 원인이 되어 사살된다 해도 상관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텅 빈 껍질이 되어버린 액셀러레이터의 마음이 확실하게 움직였다.
원인은 대형차 중 한 대.
거기에 타고 있던 남자의 옆 모습.
그것은 학원도시의 조차장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쓰러뜨리고 패배시킨 남자의 얼굴이었다.
'실험'을 저지하고 '레벨 6 시프트' (절대 능력 진화 계획)를 영구 동결시켜
약 만 명의 시스터스의 목숨을 구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아무리 위기적인 상황에서도 반드시 일어서고,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반드시 궁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
그런 남자였을 것이다.
저 녀석은 학원도시에 있어야 한다.
어째서 러시아 같은 곳에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영웅이.
이런 어중간한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와 달리
제대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진짜 영웅' 이.
어째서 바로 가까운 곳에서
저렇게 괴로워하는 라스트 오더의 위기를 알아차려주지 않고
그냥 이 곳을 지나쳐 가려고 하는 걸까.
어느새 액셀러레이터는 온 힘을 다해 절규하고 있었다.
목이 찢어질 정도로 외치며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바위를 움켜쥐고
벡터를 조작해 멀리 있는 차량 행렬로 힘껏 집어던졌다.
대형차의 뒷부분이 풍선처럼 날아가고 차량 행렬의 움직임이 멈춘다.
엉뚱한 분풀이인 것은 알고 있었다.
본래 같으면 이것은 액셀러레이터가 해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을 스스로 포기한데다,
아무 인연도 없는 저 녀석이 규탄당하는 것은 '엉뚱한 화풀이' 임을
액셀러레이터 스스로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 너는 시스터즈 전원의 생명을 모두 구한 '영웅' 이잖아.
만 명 가까이 되는 클론들을 전부 다 구해낸 '진짜 영웅' 이잖아."
튕겨 날아간 대형차에서 그 남자는 내렸다.
그 남자는 검은 날개를 만들어내는 액셀러레이터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 꼬맹이' 의 목숨도 구해줘!!
어째서 '저 꼬맹이' 만이,
나쁜 짓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포효와 함께 검은 날개가 한층 더 강렬하게 펼쳐진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알면서도 이제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힘을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라스트 오더 (제 20001호 : 최종 신호).
선의의 상징인 그녀의 웃는 얼굴이 있어도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지나친 분노 때문에 그 틀마저 넘어버린 괴물의 전투가 시작된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제 4 장 : 지금부터가 반격의 때
Heroes_Congre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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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의 목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수십 미터 앞에는 대형차의 행렬이 멈추어져 있었다.
그 중 한 대의 뒷부분이 크게 부서져 있었다.
그리고 그 파괴된 차의 앞쪽 문이 열리고 한 소년이 눈밭에 내리는 것이 보였다.
예전에.
2만 명의 시스터즈를 살해함으로써
레벨 6 (절대 능력자) 로의 진화가 성취되는 '실험'을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막은 소년이었다.
그에 대한 분노가 단순한 분풀이라는 것은 액셀러레이터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언동에는 아무런 정당성도, 일관성도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잘못한 쪽은 틀림없이 액셀러레이터일 것이다.
하지만.
만일 빌어먹게 시시한 '실험'을 막았을 정도의 영웅이
이런 시시한 이유로 맥없이 죽는다면,
액셀러레이터가 아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한 존재'가 이렇게 간단히 사라져버린다면.
이 세계는.
아마 이제 진정한 의미로 끝나버린 것이리라.
"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절규.
액셀러레이터의 등에서 폭발적으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단숨에 100미터 이상이나 뻗어 올라간 날개는 처절한 무기가 되어 레벨 0 (무능력자) 소년의 머리 위로 휘둘러진다.
굉음이 작렬했다.
일격에 고층 빌딩을 세로로 가르는 파괴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적인 소년이 질척질척한 고깃덩어리가 되는 일은 없었다.
원인은 환상을 죽이는 오른손 (Imagine Breaker).
머리 위로 쳐든 그 한 개의 팔이 칠흑의 어둠을 날려 보낸다.
"――."
액셀러레이터의 입술이 희미하게 일그러진다.
최초의 한 발로 죽지 않은 것에,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 자신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채, 액셀러레이터는 더욱 검은 날개를 휘두른다.
이번에는 옆으로 쓸어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가슴 높이로
가지런히 잘라버릴 것 같은 일격이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을 사정없이 덮친다.
이번에도 오른손에 의해 튕겨나갔다.
그러나 상황은 같지 않았다.
검은 날개는 사라졌지만 소년 쪽도 위력에 밀린 듯이 옆으로 크게 흔들렸다.
액셀러레이터는 알고 있다.
저 소년은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 의 공격을
건드리기만 해도 없애는 '비밀'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막대한 강풍이나 플라스마 등,
일정한 범위를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공격에는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도.
일정 레벨을 넘은 파괴력은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건지,
넓은 범위에 이르는 능력은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건지,
능력을 사용해서 일어난 이차적인 물리 현상을 없애는 힘은 없는 건지.
액셀러레이터는 올바른 답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이론이나 법칙을 몰라도 무엇을 하면 레벨 0 소년을 쓰러뜨릴 수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고 산산조각 내주마…!!'
삐걱삐걱하는 둔한 아픔이 머릿속에서 전해졌다.
마치 뇌가 좌우로 갈라지고 그 안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것은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다.
정말로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공중분해도 있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액셀러레이터는 이를 악문다.
지금은.
이 상황에서만은.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
쿵!! 바람이 으르렁거렸다.
한 쌍의 검은 날개가 수십 개나 되는 날카로운 말뚝으로 변해,
이쪽으로 달려오는 레벨 0 소년에게 기세 좋게 돌진한다.
여러 각도에서 작은 표적을 노리는 게 아니라
소년을 포함한 일대에 융단 폭격을 하는 듯한 공격이었다.
충격파가 일어났다.
하얀 눈과 검은 흙이 10미터 이상이나 뿜어 올라가고 시야가 차단되었다.
지면 여기저기에 큰 균열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멀리 있는 지진계도 지금의 흔들림을 감지했을 것이다.
폭풍 (爆風) 의 중심에 서 있는 소년이 무사할 리가 없다.
설령 오른손 하나로 힘을 없앨 수 있었다 해도,
모든 공격을 남김없이 영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미지는 확실히 통했다.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이 목숨을 건졌을 리는 없다.
그리고 수십 개의 말뚝 중에서 한 발이 만들어내는 충격파의 여파만으로도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구깃구깃하게 만들 정도의 파괴력은 있다.
이걸로 끝났을 것이다.
승리와 동시에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희망을 잃었을 터였다.
그런데.
액셀러레이터 앞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그림자가 있었다.
하얀 눈과 검은 흙의 분진 너머에,
그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은 서 있었다.
물론 다친 데 하나 없지는 않았다.
소년의 옷은 진흙투성이였다.
관자놀이 부근에 붉게 배어나오는 것이 있었다.
몸의 중심은 어딘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래도 소년은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결코 꺾이지 않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
"하, 하하…"
액셀러레이터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론 같은 건 몰랐다.
오른손 하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액셀러레이터는 웃고 있었다.
즐거워 보였다.
오히려 틀림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공격이라는 이론이
뒤집어진 것을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운명의 선로를
가볍게 뛰어넘는 상징' 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하하하하!!
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액셀러레이터는 웃으며 검은 날개에 더욱 막대한 힘을 넣는다.
삐그덕 삐그덕 하고 두개골 안쪽에서 더욱 불쾌한 소리가 늘어난다.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은
그 '환상을 없애는 주먹' 을 움켜쥐고 액셀러레이터에게 달려온다.
이번에야말로 사전 연습이 아니다.
'진짜 격돌' 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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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가 취한 행동은 단순했다.
등에서 돋아난 칠흑의 날개를 두 개 다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다.
다만 이번 표적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레벨 0 소년이 아니다.
그 앞쪽에 있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지면이다.
굉음이 작렬했다.
막대한 파괴력에 대량의 흙과 모래가 휘말려 올라갔다.
높이는 15미터 이상, 폭은 300미터 이상이나 되는 흙의 해일이 나타났다.
그것은 풍경 자체를 끌어들여 소년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덮쳐든다.
이제는 죽었을 것이다.
설령 저 소년이 군용 파워드 슈트를 입고 있었다고 해도
복합 소재 장갑째로 피와 살이 질척질척하게 뭉개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앗!! 레벨 0 (무능력자) 소년은 흙먼지를 정면에서 뚫고 거침없이 돌진한다.
많은 돌을 몸에 얻어맞으면서도 결코 치명상은 입지 않고.
'――.'
처음에는 놀란 액셀러레이터였지만 점차 그 구조를 알게 되었다.
사전 정보도 있다.
학원도시 제 3위의 레벨 5, 레일건 (Railgun : 초전자포) 은
액셀러레이터와도 인연이 있는 상대였다.
그 레일건 (Railgun) 을 따라다니는 소문 중 하나에는,
'그 레일건을 오른손 하나로 손쉽고 간단하게 다루는,
정체불명의 레벨 0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의문이 들었다.
가령 모든 능력을 없애는 오른손이 있다고 치자.
그러나 어떻게 타이밍을 맞출까?
레일건 (Railgun) 은 음속의 세 배 이상.
뇌격의 창이라면 그 이상의 속도를 자랑한다.
설령 영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있다 해도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실수하면 즉사하고 말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몇 번이나 간단히 다룬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방금 그것을 보고 대략적인 예측은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전조의 감지'.
예를 들면 레일건의 경우는 능력을 사용할 때 주위에 미약한 자장이나 전자파를 흩뿌린다.
그것은 주위에 있는 클립이나 문손잡이 등을 흔들 것이다.
그 직후에 일어나는 대폭발 때문에 레일건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지진의 전조가 되는 작은 흔들림처럼,
'보이지 않는 자력선을 알기 위해 사철(沙鐵)을 뿌려서 그 흐름을 아는' 초등학교 실험처럼,
그리고 그런 '본인이 의도하지 않는 미약한 움직임'은
레일건이 앞으로 하려는 공격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을 것이다.
능력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본인이 의도하지 않는 여파를 주위에 흩뿌리게 된다.
그것은 가위바위보를 할 때의 버릇처럼 그들이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을 제시하고 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한 종류에 그치지는 않는다.
액셀러레이터에 비하면 진부하겠지만
그래도 제 3위의 레벨 5는 그렇게 간단히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마 그 외에도 있을 것이다.
가령 뇌격의 창.
순수한 고압 전류이기 때문에,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으면 다소는 조준이 빗나간다 해도
벼락은 자연히 돌출된 오른손으로 빨려 들어간다.
피뢰침과 비슷한 것이다.
가령 사철의 검.
손 안에 모이는 '검' 외에도 주위 일대의 사철은 자력선의 흐름에 따라 모양을 약간 바꾸어간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자력의 선'을 보고 다음에 휘둘러지는 일격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추측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은 사철의 검에는 닿지 못했는데
주위에 흩어지는 사철의 선에 닿은 것만으로도 검을 분해하고 만' 적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때 필승의 방법은 바뀐다.
강대한 진짜 능력인지, 거기에서 파생하는 희미한 여파인지.
어느 쪽이 중시되는지도 그때 그때 달라지고 만다.
중요한 것은 이기기 위한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한 종류의 패턴에 결코 의지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돌파구로 문제를 본다.
그리고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해결법을 모색한다.
설령 같은 능력자가 상대라 해도 같은 해결법이 반드시 통하는 법은 아님을 이해하고 있다.
'뇌격의 창' 하나에 대해서도 공략을 위한 시발점으로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루트를 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싸우는 방법은 바뀐다.
모든 능력을 무효화한다는 방어 성능에 의지해 즉시 죽임을 당하는 것을 피하고 나서,
거기에서 얻은 잠깐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말 그대로 몸을 부딪쳐서 손에 넣은 정보를 토대로 아슬아슬한 활로를 찾아낸다.
사고 방법만으로는 안 된다.
능력이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 양쪽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간신히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전법이었다.
죽음과 이웃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과 생각을 계속 움직일 만한 배짱도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 그 자신도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능력 자체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하는 판단 기준.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임기응변적 전술의 전환.
그는 다만 그것을 반사 신경과 조합해서 구사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레일건에 대한 '주위의 철제 제품의 희미한 흔들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시야의 중심에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시야 구석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을
그의 머리 뒤쪽에 있는 부분에서 처리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그러므로 백발백중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하려 들면 실패하고 말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 있다는 시점에서
그것은 훌륭한 전력 (戰力) 이었다.
설령 오른손에 특수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같은 전과를 올릴 수 있는 인간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단순한 능력으로 보자면 결코 강하지는 않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약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노력의 의의를 알고 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두 개의 고함이 겹쳤다.
레벨 0의 소년이, 주먹이 닿는 거리 안까지 사정없이 뛰어들어왔다.
액셀러레이터는 검은 날개를 휘두른다.
대항하듯이 굳게 쥐어진 오른쪽 주먹이 날아온다.
교차하는 두 개의 공격은, 레벨 0 소년 쪽이 딱 한 순간 빨리 도달했다.
액셀러레이터의 얼굴이 얻어맞고 날아가서 몸의 균형이 약간 무너졌다.
검은 날개의 궤도가 빗나가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에게는 맞지 않고 간발의 위치를 뚫고 지나간다.
여파가 발생했다.
폭풍(爆風)이 불어 닥치고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의 몸까지 십여 미터 뒤로 굴러갔다.
두 사람은 눈 속에서 일어서서 다시 주먹을 쥐고,
각자가 거리를 제로까지 좁히기 위해 최단 거리에서 돌격한다.
액셀러레이터의 가슴 속에서 거무죽죽한 것이 터져나왔다.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좀 더 막연한, 이 부조리하고 말도 안 되는 세계 자체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말이라는 형태로 단숨에 분출된다.
"어째서냐!!
어째서 아무도 저 꼬맹이를 구해주지 않는 거야!!
너는 '영웅' (Hero) 이잖아!
나 같은 '빌어먹을 악당' 과는 다르게
그 '실험' 을 주먹 하나로 막을 수 있었을 정도의
'진짜 영웅' 이잖아!!
그렇다면 구해줘!!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조금은 '저 꼬맹이' 한테도 해달란 말이야!!"
포효와 함께 검은 날개 안쪽에서 더욱 강대한 힘이 불어닥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너덜너덜하게 벗겨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멈출 수 없다.
라스트 오더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도 폭력을 멈추기 위한 족쇄는 되어주지 않는다.
"나 같은 '빌어먹을 악당' 이
지금까지 일어섰던 게 이상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 어울리잖아!!
'영웅' 같은 게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뭘 어떻게 해도,
나는 피투성이 해결법 밖에 선택할 수 없다고!!
어째서 '빌어먹을 악당' 인 내가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일' 을 해야 했던 거야!!
너 같은 '진짜 영웅' 이 달려와 주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잘못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저 꼬맹이도 저렇게 괴로워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날개와 주먹을 휘둘러 서로 싸우면서도,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은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를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자신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는 채로
입에서 고함 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이니,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한 순간 두 사람은 침묵했다.
그들의 시선에 서로에게서 떨어지더니
저쪽에 쓰러져 있는 작은 소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검은 날개가 지금까지보다 더 부풀었다.
그 날개가 100개 이상으로 쪼개져 모든 방향에서 레벨 0 (무능력자) 에게 덮쳐들었다.
폭음과 충격파가 흩뿌려지고 지반 자체가 낮게 흔들렸다.
'이제 죽었겠지… 죽지 않으면 이상하지.'
액셀러레이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할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냐…"
저도 모르게, 신음하듯이 그는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것은 거대한 외침이 된다.
"어째서 방금 그걸로 죽지 않은 거냐, '영웅' ?!
여기에서 죽지 않으면 전부 끝장나버리잖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이 돌아왔다.
가까이에서 두 사람의 피에 젖은 주먹을 움켜쥐는, 소년의 입에서,
" … 영웅 따위는 필요 없잖아. "
여러 개의 발소리가 눈발을 날린다.
'환상을 없애는 주먹' 과 '검은 날개' 가 교차한다.
공기가 후려쳐지고, 몇 차례의 공격이 명중해 피가 튀었다.
"나 같은 평범한 레벨 0 (무능력자) 가,
그런 대단한 사람으로 보여 ?!
선인 ?
악인 ?
웃기지 마 !
그런 위치에 서 있지 않으면 아무도 구해선 안 되는 거냐 !!
'눈 앞에서 울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이 울고 있어 !
'구해달라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고 견디는 사람' 이 있어 !!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잖아 !!
일어서도 되잖아 !!
특별한 위치도, 이유도 필요 없어 !!
그것만 있으면 방패가 되듯이 버티고 서도 상관없잖아 !!"
말을 내뱉을 때마다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의 힘이 커진다.
단순히 액셀러레이터 한 사람만을 향해서 내뱉는 것만이 아니다.
그의 말은 '그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망설임' 까지도 끊어내는 것 같았다.
"네가 무엇을 지키고 싶고,
어떻게 상처를 입어왔는지 자세한 건 몰라.
하지만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거라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지켜!!
지금 이 순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네 인생이잖아, 네가 결정해!!
자기 손으로 지키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되고,
버리고 싶은 거라면 전부 가져가주지.
하지만 너 자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정말로 그래도 돼?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을
멋대로 '영웅' 으로 치켜세우고,
그 녀석한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을 맡기고,
그걸로 전부 만족할 수 있냐!!"
폭음이 흩뿌려졌다.
검은 날개가 난잡하게 휘둘러졌다.
흙과 눈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나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은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얼굴을 뒤덮을 듯한 막대한 공격에 대해,
가까스로 치명상을 입지 않을 약한 부분에 억지로 몸을 비틀어 끼우고
더욱 앞으로 앞으로 돌진한다.
오싹.
액셀러레이터의 등에 차가운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방금 전까지 액셀러레이터는 이 환상을 없애는 레벨 0 (무능력자) 의 무서운 점이
강력한 능력자에 대한 임기응변적 전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대한 능력자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의표를 찌르고 정면에서 돌진해 다가와,
그 작은 사각지대를 찌르듯이 강력한 주먹을 내지른다.
그것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
'포기하지 않는다' 는 마음이,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똑바로 거침 없이 돌진하는 적' 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는
이제야 겨우 깨달은 것이다.
그 증거로,
'방금 그 일격…'
액셀러레이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장 위력이 약한 층이었다고 해도
인간의 몸으로 견딜 수 있을 만한 파괴력이 아닌데?!'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
공포의 밑바닥은 사소한 논리 같은 게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무서운 적'이 가까이까지 다가와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하고 액셀러레이터는 그제야 겨우 떠올렸다.
예전에 조차장에서 미사카 시스터즈를 이용한 '실험' 을 둘러싸고 이 소년과 똑같이 격돌했을 때.
저 소년을 가장 무섭다고 느낀 것도,
역시 절대로 일어설 수 없을 상황에서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두 다리로 일어섰을 때' 가 아니었던가.
" 네가 선택해 … "
레벨 0 (무능력자), '최약' 의 소년은
어쩔 수도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던 그 조차장에서와 똑같이,
학원도시 '최강' 의 레벨 5 (초능력자) 의
코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이대로 네 손으로 계속 지킬 건지,
다른 사람한테 전부 맡기고 도망칠 건지.
아니면 내가 힘을 빌려주고
협력해주기를 바라는 건지 !!"
그 주먹이.
더 없이 강하게 쥐어진다.
"오만하든 어떻든,
너 자신이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는 걸
스스로 선택해봐 !!"
굉음이 작렬했다.
레벨 0 (무능력자) 의 소년의 주먹이
액셀러레이터의 안면을 확실하게 후려치는 소리였다.
'악'의 길을 돌진하며 몇 가지 우연을 거쳐 손에 넣은
검은 날개의 힘은 그 소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자신에게는 정말로 '악'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족쇄 같은 게 있었던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싶었던 것.
그것은 '라스트 오더가 행복하게 웃는 얼굴' 이고,
자신과 그녀와의 인간 관계나 위치는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니었던가.
진정한 의미로 그녀를 지키고 싶다면
자신이 '선'이든 '악' 이든,
그런 울타리는 뛰어넘어버려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등을 쫓고 있던 인물은 말하자면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선' 이라서, '악' 이라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 자체를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도 '단순한 악' 인 액셀러레이터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뒤로 쓰러지면서 액셀러레이터는 생각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던
'어떤 환상' (자신은 '악' (악당) 이라는 환상) 이
파열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카미조 토우마와 동행하고 있던 마술사 소녀 레서도 지금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술적인 시점에서 관찰하면
수수께끼의 습격자의 '검은 날개' 에는
무시무시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그 '무시무시한 검은 날개' 를
비틀어 눌러버린 '카미조 토우마' 쪽이다.
'…지금.'
레서는 방금 전에 목격한 것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반추하듯이 떠올렸다.
'…저 소년. 100개 이상으로 나뉜 검은 날개 중
하나를 움켜쥐고, 비틀었다…?'
저 소년의 오른손은 모든 이능의 힘을 없애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조건이나 한도는 있는지,
너무나도 막대한 힘에 대해서는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받아내는 데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피암마가 사용한 특수한 대검은 없애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보통 같으면 없앨 수 없다 … 는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저 소년은 그 결점을 역으로 이용해서
일부러 '없앨 수 없는' 검은 날개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날개를 비틀어서 습격자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균등하게 발사된 100개의 날개의 포위망 속에서
작은 안전 지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거와 간섭.
상대방의 강함에 맞추어 나누어 쓸 수 있게 된 특이한 힘.
이 가혹한 전쟁은 저 소년의 힘을 증대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는 뜻일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말 저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설령 강대한 힘을 오른손에 의해 '움켜잡을 수 있었다'고 해도,
역시 그것만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만일 레서에게 같은 힘이 깃들어 있었다고 해도
저 상황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정말로 논리 따윈 없었던 걸까?
아니면…
- 6 -
액셀러레이터의 시야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옆으로 쓰러진 시야 속에 라스트 오더가 있었다.
여전히 차가운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그 사실에 얼굴을 찌푸릴 뻔한 액셀러레이터는
그녀의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몸을 숙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러시아에 입국했을 무렵의 액셀러레이터라면
그것만으로도 살인의 방아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라스트 오더 옆에서 몸을 숙이고 있는 것은 삐죽삐죽 머리의 소년이었다.
그는 의식을 잃은 작은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 오른손을 라스트 오더의 이마로 향했다.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열을 재는 것 같은 몸짓이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가 일어났다.
단단한 것이 부서지는 것 같은 새된 소리가
하얀 러시아의 대지에 울려 퍼진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액셀러레이터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의식은 다시 가라앉았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액셀러레이터는 차 안에 있었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아니다.
사람이 타기 위한 내부시설은 고사하고 창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트럭 같은 것의 짐칸일 것이다.
세련되지 못한 금속 바닥이나 벽에 경계심이 쌓인다.
학원도시 암부 조직의 손에 회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에 깨닫는다.
그 삐죽삐죽 머리의 소년은 여러 대의 차로 구성된 행렬 속에 있었다.
액셀러레이터가 타고 있는 것도 그 중 한 대일지도 모른다.
진동은 없었다.
차는 서 있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뒤였을지도 모른다.
옆에는 라스트 오더가 누워 있었다.
조금 전까지 온몸에 흐르던 기분 나쁜 땀은 왠지 어디에도 없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에 삐죽삐죽 머리의 소년이 가져다 댔던
그 오른손이 어떤 효과를 가져 온 것일까.
그러나 설령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일시적인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의 벡터 변환 능력은 인체의 뇌파의 흐트러짐까지도 정확하게 잡아낸다.
그런 힘을 사용해서 라스트 오더의 몸을 조사해보면
근본적인 상태는 낫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안정되어 있어도 조만간 반드시 다시 도질 것이다.
하지만 해결까지의 시한이 뒤로 미뤄진 것은 사실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액셀러레이터.
바스락, 품에 넣은 양피지의 감촉이 전해진다.
그는 그때 라스트 오더의 작은 몸 옆에 작은 메모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타이밍으로 생각해볼 때 '그 삐죽삐죽 머리 소년이 남긴 것' 일 가능성이 높다.
들고 펴보니 종이 조각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Index-Librorum-Prohibitorum.
'금서목록' … 이라고.
학원도시에서 떠나기 직전,
액셀러레이터를 때려눕힌 에이와스는
'금서목록' 이라는 말을 기억해두라는 말을 내뱉었다.
연결된 건지도 모른다.
라스트 오더를 구하기 위한 열쇠를,
'그 소년' 이
메모의 형태로 제시해준 건지도 모른다.
그때 정차한 트럭 짐칸 문이 바깥쪽에서 열렸다.
빛이 새어든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덩치 큰 남자가 문을 열고는
안에 있는 액셀러레이터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엘리자리나 독립국 동맹으로 초대하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아이의 회복 방법을 같이 생각해볼까?"
액셀러레이터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메모를 양손으로 움켜쥔 채
라스트 오더의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마치 하얀 천사가
기도라도 바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과학의 도시에서
인간의 범위를 뛰어넘은 존재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에이와스' (Aiwass).
보통의 인간이라면 비지땀이라도 흘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뉘앙스를 머금은 웃음이었다.
다른 어떤 사람도 올바른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띠면서, 그저 중얼거린다.
"역시 … 그의 '오른손' 은 재미있군."
에이와스에게서 '재미있다' 고 평가되는 것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인간에게
정말로 플러스로 작용할지 어떨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에이와스 자신에게도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일생에 신경 쓰는 사고 회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존재는
오직 '자신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행동' 밖에 하지 않는다.
"저 소년이 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저 쪽' 도 만났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어."
다시 전쟁터의 중심으로,
카미조 토우마는 향하고 있었다.
그는 엘리자리나 독립국 동맹의 차량 행렬 중 한 대에 타고 있었다.
도중에 액셀러레이터 일행을 바래다주기 위해 한 대는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지만,
다른 차들은 현재 순조롭게 피암마의 거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카미조는 기절한 액셀러레이터의 품에 양피지 묶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술에 관련된 물건일지도 몰라서 섣불리 만지지 않았지만
대신 인덱스의 이름을 남겨두었다.
양피지의 의미를 가르쳐줄 소녀의 이름을.
"…그렇군."
그는 작게 웃고 있엇다.
학원도시 최강,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와의 싸움은 예상 밖이었지만
거기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적지 않았다.
"혼자서 우물쭈물 고민이나 하고.
액셀러레이터한테 잘난 척 지껄일 자격이나 있냐."
옆에 앉아 있던 레서가 카미조의 옆 얼굴을 보았다.
그는 앞을 응시한 채 지금까지의 자신을
후려쳐 날려 보낼 듯한 기세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뭐가 이유야, 뭐가 정당성이야.
그런 건 눈꼽만큼도 필요 없잖아!!
그럴듯한 논리적인 동기가 없으면
일어서서는 안 되는 거야?!
인덱스가 괴로워하고 있어.
평소의 웃는 얼굴을 하지도 못하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싸울 수 있어 !!
그것 하나면 충분하잖아 !
변명 따위는 생각하지 마 !!
그 이상 합리적인 이유를
꾸물꾸물꾸물꾸물 찾지 말란 말이야 !!"
목소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지가 있었다.
그렇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카테나 오리지널을 손에 든 새 여왕에게 망설임 없이 맞선 것과 똑같이.
"피암마한테 전부 맡겨두면 그걸로 모든 게 해결돼?!
인덱스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이 있는지 없는지가 무슨 상관이야!!
그런 놈이 뭘 어떻게 말하든, 인덱스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돼?!
그 녀석이 아무리 잘난 척 말해도, 내가 멈출 이유는 되지 않았잖아!!"
돌아와 있었다.
이 소년에게 힘을 주고 있던 원동력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있었다.
"옳으니까 지키는 게 아니야.
규칙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구하는 게 아니라고 !!
내가, 이 내가 그냥 직접
스스로 구하고 싶을 뿐이야 !!
그렇다면 멈출 필요는 없잖아 !!
옳은지 아닌지를 논할 필요도 없고,
그걸 위한 근거를 찾을 필요도 없잖아 !!"
거기까지 큰 소리를 지르고,
카미조 토우마는 딱 한 번 침묵했다.
이윽고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확실히 나는 최악의 인간이야.
인덱스를 계속 속여온 시시한 인간이야.
어쩌면 가슴을 펴고 그 녀석을 지켜왔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도 몰라."
카미조 토우마는,
다시 오른쪽 주먹에 힘을 준 소년은 앞을 응시한 채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머리를 숙여야 하는 상대는 피암마가 아니야."
우방의 피암마는 러시아 국내에 있는 기지로 돌아왔다.
"그렇게 겁먹지 마, 니콜라이."
피암마가 걸어가면서 딴청을 부리자,
책 모양의 통신용 영적 장치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가 시작한 전쟁이야.』
"정확하게는 내가 제안한 전쟁이지.
'공식적인 방아쇠' (Official Trigger) 는
너희들이 당기지 않았던가?"
『 마술 측과 과학 측의 전쟁의 향방에 따라서,
종전 후의 러시아의 위치는 재미없어질 수도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제안에 응해봤더니 결과가 이거야!
학원도시의 무인 무기를 섞어 넣은 대전력 (大戰力) 이
어떤 전과를 올리고 있는지는 네 귀에도 들어갔겠지!! 』
"그래서 겁먹지 말라고 한 건데."
『 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나도, 너도 아성을 잃게 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말이 난 김에 말인데, 대책이 없으면 여기에서 끝이야.
우리는 널 배제하고, 우리가 일으킨 전쟁에 우리 나름대로의 결말을 짓겠다.
가장 대미지가 적게 끝나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말이야. 』
"비극적이군.
총대주교의 그늘에서 몰래 전쟁 준비를 추진하던 너도,
그 경우에는 러시아 정교에서 쫓겨나는 입장이 될 텐데."
피암마는 작게 어깨를 떨며 웃었다.
" 만에 하나의 얘기를 할까.
만일 내 손에
순식간에 역전할 수 있을 정도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 "
『 핵 무기라도 손에 넣었나?
공교롭게도 러시아에는 얼마든지 있지. 』
니콜라이의 말투는 빨랐다.
말투에는 비웃음도 섞여 있었다.
『 하지만 정규 루트의 탄도 미사일을 시험 삼아 발사해봤는데,
학원도시나 협력 기관에는 닿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해.
탄두를 교환한다 해도 맞지 않으면 의미는 없지.
백발백중으로 영격당하고 만다면,
핵무기를 들고 나와도 상대를 막을 수는 없어. 』
"대천사 가브리엘"
(하느님의 힘).
『?!』
속삭이듯이 말한 한 마디에, 니콜라이의 입이 멈추고 만다.
"그쪽에는 '미샤 크로이체프' 쪽이 조금 더 친숙하려나?"
『손에 넣은 건가…?』
"매체가 되고 있던 수녀는 확보했어.
이걸 바탕으로 '대천사' 를 만들고
장기말로 다룰 수 있다면?
추가로 말해두겠는데, 내가 명령만 하면
언제든지 즉시 출격할 수 있는 상태야.
자, 네가 그렇게 신경 쓰던
제 3차 세계 대전의 '전황' 인지 뭔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까?"
뭔가 싸움이 일어나면 어부지리를 노린다는 말을 듣는 니콜라이 톨스토이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통신용 영적 장치에서 흥분한 듯 빠른 말이 들려왔지만
피암마는 별로 듣고 있지 않았다.
책 모양의 영적 장치를 무시하고, 피암마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 … 뭐, 그걸 손에 넣은 진짜 목적은 다른 거지만 말이야.
'대천사 미카엘' (하느님과 닮은 자) 에 대응하는 내가
'대천사 가브리엘' (하느님의 힘) 을 '내 것으로 할 수 있다' 는 것.
그 '대응 속성의 애매함' 이야말로
'꺼려야 하는 것' 일 텐데.)"
마음 속 생각을 거기에서 잘라내고,
피암마는 새삼 세상에 선고하듯이 말했다.
"자, 이제부터 즐거운 '프로젝트 베들레헴' 시간이다."
( Project Bethlehem : "The Star of Bethleh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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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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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기 20화
'지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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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 액셀 전문 담당 일진 '카미조 토우마',
VS 액셀 2차전 (러시아) 에서
'전조의 감지' - 신규 스킬 획득
- 구약 최종보스 (끝판왕)
로마 정교 -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의 리더 - '우방의 피암마'
'프로젝트 베들레헴' (Project Bethlehem)
초거대 공중 부유 요새 - '베들레헴의 별' (The Star of Bethlehem)
기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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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익이 드디어 검은 봉지에서 벗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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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이자식들이 드디어 정신줄 잡고 정신 차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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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익이 드디어 검은 봉지에서 벗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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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이자식들이 드디어 정신줄 잡고 정신 차린듯 | 19.02.23 0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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