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 시그널
(Spark Signal, 영전부대, 迎電部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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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19 권
(중략)
복도를 걸으면서 우나바라는 질문했다.
"그런데 '그룹' (Group) 을 소집할 정도의 일이라는 건 뭔가요?"
"뭐, 흔해빠진 사건 해결이야."
츠치미카도가 휘파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가볍게 대답했다.
"인질을 잡고 틀어박혀 있는 테러리스트를 전부 죽이래."
- 3 -
액셀러레이터, 츠치미카도 모토하루, 무스지메 아와키, 우나바라 미츠키 네 사람은 캠핑카 안에 있었다.
"사건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는 스파크 시그널 (Spark Signal, 영전부대, 迎電部隊) 이라고 불리는 조직인가봐.
우리 '그룹' (Group) 과 마찬가지로 학원도시의 조직 중 하나가 폭주한 모양이야."
츠치미카도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우나바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스파크 시그널이라는 건 뭡니까?"
"학원도시의 바깥둘레를 에워싼 벽에는,
전파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없도록 지극히 지향성이 높은 방해전파가 상공을 향해 발사되고 있어.
벽에서 1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쓸 수 있지만,
벽을 넘어가는 통신은 전부 차단하는 놈이지.
레이더 같은 건 벽 바깥쪽에 있고.
일반적인 통신 같은 건 일단 외부 접속 터미널을 우회하는 거야."
벽 위를 다니는 경비 로봇에 대해서는 기체 아랫면에 늘어져 있는 정보 케이블과
바닥면의 레일을 접촉시켜서 정보를 송수신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츠치미카도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어.
위의 놈들도 비밀 통신수단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여러 가지로 손을 써서 학원도시의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려는 놈들은 나오는 법이거든.
그걸 전문으로 없애기 위한 부대래."
무스지메의 표정이 약간 불쾌한 듯이 변했다.
그녀는 '렘넌트(잔해)' 관련 사건으로 '바깥'과 접촉을 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이전에 스파크 시그널과 싸운 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밀 랭크는 하운드 독 (Hound Dog, 사냥개 부대)이라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츠치미카도가 중얼거리자, 액셀러레이터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하운드 독 : Hound Dog : 사냥개 부대
- 13권에서 액셀과 대결한 키하라 아마타가 리더인 학원도시 암부 조직)
츠치미카도는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그 전직 스파크 시그널이 묘한 점거사건을 일으켰다는 거야.
놈들이 틀어박힌 곳은 학원도시에 있는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 장치'.
통칭은 '훌라후프' 야."
츠치미카도는 말하면서 텔레비전 리모컨 같은 것을 조작했다.
차 안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학원도시의 지도가 표시된다.
한 군데만 색깔이 다른 곳이 있었다.
그것은 어딘가의 학구가 아니다.
학원도시 바깥둘레를 빙 덮고 있는 원형의 벽이었다.
"바깥둘레의 벽을 덧그리는 형태로,
지하 200미터 위치에 원 모양의 거대한 가속 장치가 구축되어 있어.
전직 스파크 시그널의 테러리스트는 마찬가지로
지하에 있는 제어시설을 탈취하고 제한장치를 해체한 후에 가속장치를 가동,
현재, 양자를 광속의 30퍼센트까지 가속시키고 있다고 해.
당연히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임계를 초과할 때까지 출력을 올려서
원형 가속 장치의 터널을 부수고,
장치와 함께 학원도시의 3분의 1에 방사선을 뿌려댈 건가봐."
바깥둘레의 '어디'가 폭발할지는 운에 달려 있지만, 이렇게 츠치미카도는 말했다.
다시 말해서 정말로 학원도시의 중심부 이외의 모든 땅에 있는 인간에게 위험이 미치는 셈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나바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가속장치는 상당히 큰 전력을 사용하는 거겠죠?
그렇다면 발전시설에서 송전을 중단하면 되지 않습니까?"
"긴급 정지 때에도 그만큼 전력을 소비하니까.
그걸 위한 자가발전 시설도 완비하고 있어.
당연히 전직 스파크 시그널 놈들은 그걸 이용해서 가속장치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야."
"...건물을 점거해놓고 당장 폭주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요구'가 있는 거겠지?"
무스지메의 질문에 츠치미카도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상층부ㅡ학원도시 총괄이사회의 어딘가에는 전해졌겠지만
우리들한테까지 그 정보가 넘어오지는 않았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덤비는 자들을 모두 죽여』라는 거겠지."
"해결까지의 시간 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렇게까지 절박한 상황은 아닌 모양이군."
액셀러레이터의 말을 들으면서 츠치미카도는 또 리모컨을 조작했다.
학원도시 바깥둘레를 덧그리는 커다란 원과는 별도로
또 그것보다는 작은 원이 두 개 정도 추가된다.
그것은 기울어진 나이테처럼 바깥둘레의 한 점과 맞닿아 있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없어.
'훌라후프'는 가속단계에 맞춰서
퍼스트, 세컨드, 서드의 세 원을 사용해서 입자를 가속시켜.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말이지.
현재 확인된 바로는
테러리스트는 이미 가장 거대한 서드 서클ㅡ
도시 바깥둘레를 덧그리는 가속장치로 이행한 것 같은데."
"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우나바라가 재촉하자 츠치미카도는 웃으며 대답했다.
"시설의 스펙을 생각해보면 서드 서클은 광속의 30퍼센트라는 저속으로는 사용하지 않아.
최저라도 광속의 70퍼센트 이상의 실험 때 사용되는 거야....
아무래도 모든 정보가 제시된 건 아닌가봐.
그게 단순한 '허영'인지,
너무 위험해서 공황을 일으킬 수도 있는 정보를 숨기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한 상황임에도 우리한테는 전하지 않는다는 건가."
어느 모로 보나 심드렁한 말투로 액셀러레이터는 내뱉었다.
"의욕이 안 생기는걸. 아무리 심각한 사태라고 해도
『이것저것 안 가리고 울며불며 매달릴 만한 사태』라는 차원도 아니잖아.
그럼 내버려둬.
상층부가 그렇게 애원할 때까지 방치해두면 되잖아."
"의욕이 생기는 정보가 딱 하나 있어."
츠치미카도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스크린 위에 새로운 창이 표시되었다.
거기에 비치는 것은 한 대의 스쿨버스다.
왠지 앞바퀴는 펑크가 났고 문도 갖에로 파괴되어 있었다.
"전직 스파크 시그널 놈들은 '훌라후프' 를 습격하기 전에
과외 수업으로 천체 관측을 할 예정이었던
초등학생 30명 정도와 인솔 교사, 운전사를 납치했어.
이용하기 편한 '교섭 아이템' 이겠지.
어떤 요구가 계속 거절당하면 시간이 지날 때마다 한 명씩 죽이기 위한."
"......"
"인질은 '훌라후프'의 직원이라도 괜찮지만,
직원에게는 '훌라후프'의 조작을 강요할 필요가 있으니까.
시간과 함께 소비하는 방식이면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없게 돼.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쪽에서 인질을 보충해 온 모양이야.
'훌라후프' 시설 자체의 한계에 대해서는 상층부도 쩔쩔매겠지만,
이쪽의 한계에 대해서는 어떨까....
저 놈들이 아이들의 목숨 같은 걸 신경 쓸 놈들이라고 생각해?"
"시시하군. 어울려줄 필요를 못 찾겠어."
액셀러레이터는 차단하듯이 내뱉었다.
거기에는 일말의 동정도 없었다.
그는 악당.
근본적인 곳에서 검은 마음을 가진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는
남의 사정이나 인생 자체를 쓸어내는 것 같은 말투로 이어서 말했다.
"... 거슬려.
시시한 일은 얼른 끝내는 게 최고야."
(중략)
- 5 -
액셀러레이터, 츠치미카도 모토하루, 무스지메 아와키, 우나바라 미츠키
그룹 (Group) 의 네 사람을 태운 캠핑카는 제 23학구로 향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 장치 '훌라후프' 는
학원도시 바깥 둘레를 에워싼 원형 외벽을 덧그리는 형태로
지하 200미터에 설치되어 있다.
그 제어시설도 마찬가지로 외벽에 면해 있는 학구 중 하나
ㅡ다시 말해 제23학구의 맨 끝에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깊이는 200미터의 지하.
테러리스트는 그곳을 점거하고,
인질을 방패로 네트워크를 통해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늘 걸려오던 '전화 목소리'는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일이 일어나면 너한테도, 나한테도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오지 않나?"
"내가 알 게 뭐야.
그쪽이 우리한테 접촉을 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니까 무슨 짓을 해도 연결될 리가 없고.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휴가라도 받았겠지."
"어머나, 연락이 안 되면 걱정돼?"
"이랑 턱이랑 혀를 뭉개버린다, 멍청이."
액셀러레이터와 무스지메 아와키가 서로 노려보지만
그것을 신경 쓸 '그룹' (Group) 이 아니다.
우나바라는 흑요석 나이프를 얇게 갈면서 츠치미카도에게 질문했다.
"안티 스킬 (경비원) 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테러 전분 부대를 투입한다는 명목으로
출동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 같아.
아마 이 상황에서 평범한 안티스킬이 움직여봐야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은데."
츠치미카도는 츠치미카도대로
권총을 간단히 분해해서 성능을 점검하면서 대답한다.
"지하 200미터에 설치된 '훌라후프'는 파열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감마선이 방출되지 않도록 핵 셸터급의 방어벽이 마련되어 있는 시설이야.
벽은 물론이고 문에도 일반적인 커터나 폭약으로 구멍을 뚫을 수는 없어."
"엘리베이터 샤프트 같은 걸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쪽에도 대량의 격벽이 있어.
꼼꼼하게도 엘리베이터의와이어 부분만 피해 가도록 홈이 파여 있고,
딱 들어맞게 되어있는 자동문 같은 게 말이지. 덕트도 비슷해."
"우물쭈물하고 있다는 것만은 상대방 측에도 전해질 테니까.
섣불리 벽이나 문에 상처를 내려고 하면
전직 스파크 시그널의 테러리스트가 반응해서 인질의 머리를 날려버릴 수도 있겠네."
무스지메 아와키는 무기로 사용하는 코르크 오프너를 꺼내기 쉽도록,
주머니 안에서 위치 조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나바라는 나이프 표면에 묻어 있는 탁한 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물었다.
"내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말했잖아.
감마선 대책으로 벽이 두껍게 되어 있다고.
일반적인 전파도 닿지 않아.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을 수도 없어.
겨냥도 자체는 입수했지만 어디에 누가 몇 명 배치되어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지."
"...그 '나노 디바이스'는 어때?"
무스지메가 말하자 캠핑카에 불온한 공기가 흘렀다.
이 도시 전체에는 '언더 라인 (Under Line : 체공 회선)' 이라는
나노 사이즈의 기계가 뿌려져 있어서 끊임없이 감시의 눈길에 노출되어 있다.
당연히 '훌라후프' 도 그 대상일 테지만...
"비상문을 완전히 닫으면
네트워크 구축용 전자 빔도 가로막힌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할 거야.
뭐, 비장의 기술이 더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놀라지 않겠지만."
츠치미카도는 일단 거기까지 말하고는 말을 끊고,
"그리고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그 나노 디바이스의 존재를 모르는 걸로 되어 있어.
설령 정보가 있다 해도 우리한테까지 돌아오지는 않겠지."
"...몇 명을 죽여야 작전 성공인지 모르는 건 힘든 점이군요.
안심했을 때 등을 공격당하면 견딜 수 없죠."
"그럼 공격당해도 상관없는 녀석을 들여보내면 돼."
츠치미카도는 한 번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한 권총으로 간이 침대를 가리켰다.
거기에 앉아 있는 것은 액셀러레이터.
그는 모든 공격을 벡터 변환을 통해 '반사' 할 수 있다.
"빌어먹을 선글라스의 명령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너희들에게 등을 맡기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지."
날카롭게 마주 노려보면서 액셀러레이터는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쳐들어가지?
200미터의 지반과 방어벽을 직접 뚫고 들어가는 건가?"
처음의 전제를 뒤집는 것 같은 발언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인물이 액셀러레이터,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다.
그러나 츠치미카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전직 스파크 시그널은 어떨지 몰라도
인질이나 가동 중인 가속 장치까지 끌어들이면 일이 귀찮아져.
지금은 이론대로, 무스지메의 힘으로
3차원적인 제약을 무시하고 들어가자."
그녀의 '무브 포인트' (좌표 이동) 는
분류상으로는 텔레포트의 친구쯤 되는데,
벽이나 천장 등의 장애물을 무시하고
임의의 물체나 인물을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무스지메가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만 한 크기의 질량을,
겨냥도밖에 본 적이 없는 곳의 보이지 않는 지점에,
200미터 단위의 거리로 정확하게 이동시키라고?
아마 5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벽이나 땅바닥에 파묻힐 거야.
그래도 시도할 거라면 난 말리지 않겠지만."
"그렇게까지 난이도 높은 일은 요구하지 않아."
츠치미카도는 웃으며,
"제 23학구라는 곳은
항공과 우주 관련 시설밖에 없으니까 지상의 대부분은 평평한 활주로지.
하지만 그러면 토지를 낭비하는 거라서.
그대로 놔두면 항공기 개발 시설 같은 걸 설치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게 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 그러니까 나름대로 지하가 넓게 되어 있다는 뜻이야.
'훌라후프' 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진 않지만
벽이나 지면을 통한 직선 거리로라면 어느 정도는 접근할 수 있어.
거기에서 무스지메의
'무브 포인트' (Move Point : 좌표 이동) 로
우리의 '액셀러레이터'
(전략 무기) 를 때려넣으면 돼."
그러는 사이에 캠핑카는 제 23학구에 들어섰다.
원래 같으면 테러 대책을 위해 업무용 차량이나 전용 버스 이외의
일반 차량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통과했다.
여러 개의 활주로가 난립하는 제 23학구에는
대조적으로 키가 큰 빌딩이 적다.
캠핑카가 멈춘 곳도 학교 체육관을
옆으로 늘인 것 같은 건물의 바로 옆이었다.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액셀러레이터가 지팡이에 달려 있는 네 개의 다리 부품으로 지면을 디디자
그것을 보고 있던 무스지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지팡이, 일부러 새로 만든 거야? 일 진짜 열심히 하네."
"닥치고 걷기나 해.
넌 복장이 바뀐 걸 보고 바람피우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짜증나는 아줌마냐?"
적당히 말을 나누면서 액셀러레이터 일행은 납작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은 공군 관련 무기 시험장이었지만,
당연히 그들이 볼일이 있는 곳은 그 지하 쪽이다.
어디에서 조달했는지도 알 수 없는 패스를 이용해,
츠치미카도가 직원용 엘리베이터의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네 사람을 태운 네모난 상자는
그대로 단숨에 150미터 정도 하강했다.
액셀러레이터는 그때 관자놀이 부근에 찌릿찌릿하는 감촉을 느꼈다.
'...지하 깊은 곳에 들어와서 전파 수신 상황이 나빠진 건가...?'
저도 모르게 목덜미의 초커에 손을 댔지만,
그런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펼쳐져 있는 것은
백화점이나 사무실 빌딩처럼 번쩍번쩍하게 닦여 있는 커다란 플로어였다.
창문은 없지만 조명의 수가 많아서
지하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 같을 정도다.
이곳은 '유명 백화점의 12층입니다' 하는 소개를 들으면
그대로 믿어버릴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일행이 향한 곳은
어딘가의 방이 아니라 플로어 제일 끝에 있는 벽이었다.
츠치미카도는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지도를 보고 나서
사장실 문을 노크하듯이 손등으로 조심스럽게 벽을 두드렸다.
"여기로군. 비스듬히 아래.
동쪽 방향 30도로 80 미터쯤 내려간 곳에 '훌라후프' 제어 시설의 종로가 있을 거야.
이것보다 더 최단 거리는 없을 것 같아.
이동하게 될 곳도 넓은 공간이고."
"80 미터란 말이지."
"스펙 상으로는 어딘가의 저지먼트 (선도위원) 중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인데?"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하면 되잖아."
일부러 트윈테일의 텔레포트 (공간이동) 능력자를 생각나게 한
츠치미카도를 노려보면서 무스지메는 벽으로 향했다.
그러고 나서 액셀러레이터 쪽을 돌아보며,
"그래서 지금 당장 뛰어들 거야?"
"기다려."
말한 것은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츠치미카도 쪽이다.
그는 자신의 목 옆을 가볍게 가리키면서,
"너, 전극 초커에 이변이 생겼지?"
"......"
"15분만 기다려.
엘리베이터 샤프트에서 수직으로 뻗어 있는 와이어를 이용해서
제어시설 내에 전자파가 닿도록 즉석 안테나를 만들어볼게."
"저도 그쪽을 도울까요?"
할 일도 없고요 하고 덧붙인 우나바라였지만 츠치미카도는 고개를 저었다.
"넌 '전화 남자' 를 대신해.
긴급용 콜을 이용해서 '학원도시 총괄이사회' 랑 일시적으로 연락할 수 있어.
놈들이랑 연락을 취해서,
만약을 위해 다른 부대나 에이전트를 움직이지 말라고 못을 박아둬.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부대를 움직였다가,
그쪽이 멋대로 자멸하는 데에 휘말려도 곤란하니까."
왜 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나바라에게
츠치미카도는 웃으며 덧붙였다.
"네 얼굴이 제일 노인들한테 인기가 좋을 것 같으니까."
"완전히 빌린 얼굴인데요."
원래는 일본인은 고사하고 황색 인종조차 아닌 소년은 어느 모로 보나
일본인이 좋아할 것 같은 부드러운 얼굴의 뺨을 검지로 긁적였다.
츠치미카도는 액셀러레이터 쪽을 돌아보며,
"알겠어? 작전 결행은 15분 후야.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일단 그때까지는 전극의 초커를 체크하고,
다른 고장이 일어날 것 같은 곳을 없애둬.
네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그것 때문에 인질인 아이들이 죽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 6 -
학원도시에 소재한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 장치 '훌라후프'.
지하 200미터의 위치에 지어놓은 그 시설은 양
자라면 최대 광속의 99.22퍼센트까지 가속시킬 수 있고,
또 그 상태를 300초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규모 시설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정해진 이상의 속도, 또는 정해진 이상의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훌라후프'의 파괴와
학원도시의 3분의 1을 끌어들일 정도로 막대한 감마선 방출을 의미한다.
소년은 방금 전까지 그런 건 몰랐다.
아니, 복면을 쓴 남자가 머리에 권총을 들이댄 적도 없고, 양손이 뒤로 돌려져서 묶인 적도 없다.
같은 스쿨버스에 타고 있던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이나 인솔하는 선생님,
버스 운전사들과 함께 떨고 있는 이 시간 자체가,
소년에게는 무엇 하나 경험한 적도 없는 현실 덩어리였다.
"광속의 50퍼센트로 고정해. '훌라후프'는 견제다.
이걸 사용한 교섭은 하지 않아.
그러기 위해서 꼬마들을 납치해 온 거니까."
"너무 심하게 하면 상층부가 지하시설과 함께 우리를 폭격하려고 하지 않을까?
바로 위는 민간시설이 없는 활주로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날려 보낼 수 있다고."
"그걸 위한 '훌라후프'야.
이게 언제나 폭파 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학원도시 총괄이사회' 가 큰맘 먹고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지."
"도주 경로를 확인한다.
교섭이 성립된 후에는 광속의 70퍼센트 영역으로 '훌라후프'의 벽을 폭파하고
의도적으로 제어시설을 저 규모로 날려 보낸다.
우리는 B 특별 피난구획에서 방사선을 막아내는 장비인 중장갑 파워드 슈트(구동 갑옷)를 입고 이 방사선을 피한 다음,
놈들이 방사선 장비 준비를 하느라 고생하는 사이에 건물 잔해를 지나 지상까지 빠져나가면 돼."
불온하고 기분 나쁜 말만이 소년의 머리 위를 오가고 있었다.
무사히 해방될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없었다.
좋은 방향으로 가든 나쁜 방향으로 가든, 어쨌거나 자신들은 살아날 수 없다.
그런 상상밖에 할 수 없다.
"시간이 됐나?"
덜덜 떠는 소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복면 중에서 리더처럼 행동하는 남자가 손목시계에 시선을 주었다.
"뭐, 한 사람도 이용하지 않고 상층부가 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 카메라 준비는 됐나?
지금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다. 준비를 진행해."
은유가 많은 말이었지만 주위에 있던 부하인 듯한 복면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카메라라고 해도 특별한 것은 아니고 휴대전화에 달려 있는 것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다만 발신원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이상한 기계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다.
"영상, 음성 모두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안티스킬 대기소를 경유해서 총괄이사회로 통하는 핫라인도 확립되었습니다.
신호 한 번이면 생중계 가능합니다."
"좋아. 시작한다."
말하자마자 리더인 남자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프다기보다 놀라서 큰 소리가 나왔지만 상대방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질질 끌다시피 옮겨서 렌즈 앞으로 내던진다.
항의의 말은 목구멍을 나오기도 전에 막혔다.
리더 남자의 손에는 누가 봐도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권총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자비다. 눈을 가려줘."
날뛰었지만 소용없었다.
애초에 양손은 뒤로 묶여 있고, 그렇지 않았다 해도 어린애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띠 같은 것이 두 둔을 가리듯이 감긴다.
"무릎으로 서게 해. 송신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팔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바로 뒤에 누군가가 섰다.
뒤통수 부근에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닿는다.
고성능 휴대전화 카메라의 오토 포커스가 움직이는 작은 모터 같은 소리가 귀전에서 났다.
바로 뒤에 선 남자는 마치 미리 준비해둔 원고를 읽는 듯한 투로 말했다.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며
여러 번에 걸쳐 가장 피가 흐르지 않는 선택안을 계속해서 제시해왔지만,
아무래도 그게 반대의 결과가 된 모양이야.
너희들에게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일으킬 만한 배짱이 없다는 착각을 심어준 모양이군.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사죄하지."
오싹.
소년의 등에서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희들에게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주기 위해서, 이번에는 우리가 진심이라는 걸 보여줄 생각이다.
하지만 이건 원래는 선택할 필요가 없었던 길이고, 흐를 필요가 없었던 피다.
너희들은 가슴 아파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은 결단에 후회하도록 해라."
뒤통수에 닿은 권총에서 철컥 소리가 났다.
해머를 엄지로 밀어 올리는 소리라는 것을 소년은 분석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뭔가 결정적인 신호 같은 거라는 사실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너희들이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흐를 필요가 없는 피는 더욱 늘어나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약한다.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걸 전부 갖췄다고 생각하니까.
따라서 그 모든 것을 최대로 이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지만."
도망치고 싶었다.
큰 소리로 뭔가를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하면 당장 최악의 전개가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럼 첫 번째 한 명을 이용하도록 하지."
잠자코 있어도 죽임을 당할 뿐.
그것은 알고 있지만, 저항한다 해도 더 빨리 죽임을 당할 뿐.
움직일 수는 없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도,
소년은 뒤로 묶인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교섭 개시다."
분했다.
공포보다 더욱 깊은 밑바닥에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년은 겨우 떨리는 입을 움직였다.
"...이런..."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계획이... 잘 될 것 같아......?"
반대다.
"아무리 면밀하게 흉계를 꾸며도, 아무리 무서운 무기를 준비해도,
그런 걸로 너희들의 나쁜 짓이 용서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
최소한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하는 반격이다.
"난 믿고 있어.
이 세상은 너희들 같은 악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정하다고!!
거창한 계획으로 포장해도,
반드시 너희들을 붙잡아줄 영웅이 있을 거라고!!
모두 살게 될 거야.
구해주는 사람이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있을 거야!!"
"그래?"
등 뒤에 서 있던 리더 남자는 처음으로 소년에게 말했다.
그가 한 말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그런 영웅이 있다 해도 너한테는 이미 늦은 것 같구나."
끼릭끼릭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것은 머리에 닿은 총구 너머로 두개골에 직접 울리는 권총 내부의 소리였다.
방아쇠에 걸려 있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인 결과, 작은 스프링이 수축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가려진 소년은 그 상태로 두 눈을 더욱 꼭 감았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마지막까지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믿고 있어. ) "
타앙!! 발포음이 작렬했다.
그것은 소년의 두개골을 뒤흔들고 주위에 온통 쇠 같은 냄새를 흩뿌렸다.
그 순간.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 장치 '훌라후프'의 제어 시설에는
확실히 진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바닥에는 검붉은 액체가 튀고,
쇠 같은 냄새를 가득 채우고,
흐릿하게 떠도는 화약 연기 특유의 냄새와 뒤섞였다.
빈 탄피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새된 소리가 뒤늦게 난다.
분명히 발포되었다.
총알은 다짜고짜 사정없이 발사되어 살과 뼈를 꿰뚫었다.
털썩 하는 둔한 소리가 났다.
소년의 작은 몸이 딱딱한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였다.
어린이 브랜드의 옷은 무참히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선혈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소년 자신의 혈액이 아니었다.
소년의 등 뒤에서 권총을 들고 있던,
리더 남자의 팔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옆에서, 사각지대에서 제삼자가 복면을 쓴 남자의 팔을 쏜 것이다.
"뭐..."
잠시 멍하니 자신의 팔... 권총이 날아가고
부자연스럽게 45도 정도 꺾인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있던 리더 남자는
조금 뒤늦게 아픔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러나 절규가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그 남자가 휴대전화 카메라의 촬영 범위 밖으로 시선을 향한 직후,
계속해서 발포음이 작렬했다.
캉팡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온몸에 총알이 꽂히고 리더 남자가 옆으로 날아간다.
다른 복면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수없이 겹쳐졌다.
그러나 '영상 범위 밖에 있는 누군가'는 계속 연속해서 총을 쏘았다.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던 남자가 총에 맞아,
갖고 있던 휴대전화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통해 바라보고 있던 학원도시 상층부의 인간에게는
천장밖에 보이지 않게 되고 뒤이어 회색 노이즈만 남는다.
렌즈가 깨진 것이다.
영상은 없고 음성만 남은 상태에서,
여전히 눈이 가려져 있는 소년의 말만이 들린다.
덜덜 떨리는 작은 목소리였다.
"여, 영웅...?"
"악당이야."
그리고.
그 자리를 빈틈없이 칠하는 듯한 사악한 대답이 있었다.
"빌어먹을 악당이야."
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악당의 신발 밑창에,
촬영에 사용 중이던 휴대전화가 완전히 뭉개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신호로,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의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 7 -
레벨 5 (초능력자) 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제1위든 뭐든, 같은 영장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특수한 힘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죽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수명도 있을 테고 내장을 찔리면 죽을 것이다.
같은 약점을 가진 인간이라면 죽일 수 있다.
어떤 괴물이든,
그것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스파크 시그널은
본래 학원도시 내부의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려고 하는 이를
철저하게 없애는 것이 목적인 특수부대다.
그 활동 중에는 몇 번이나 강력한 능력자와도 싸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스파크 시그널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능력자에게도
적절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냉정하게 적을 판단하고,
쓰러뜨리기 위한 수단을 산출할 수 있다.
전직 스파크 시그널인 복면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는 정말로 인간일까?
쿵!! 공기가 소용돌이치는 폭음이 울려 퍼진다.
그 손에 있는 여러 개의 총알이 난사되고, 그 모든 것이 정확하게 전직 스파크 시그널의 테러리스트들을 맞힌다.
물론 그들도 그냥 총이나 맞기 위해서 이런 거창한 계획을 실행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금까지 길러온 기술과 지식을 총동원해서
전력을 다해 하얀 머리카락의 레벨 5 (초능력자) 에게 맞서려고 했다.
엄폐물 그늘에 숨어서 라이플을 쏘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
인질을 잡아 상대방을 제지하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
폭약으로 기둥을 부러뜨리고, 엄청난 질량의 건축 자재로 짓뭉개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의미는 없었다.
효과가 아니라 의미의 시점에서 아무것도 없었다.
총알은 통하지 않는다.
괴물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것은 반사해서 테러리스트 자신을 꿰뚫었다.
인질은 통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를 방패로 삼으려고 팔을 뻗은 직후,
그 팔이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꺾였다.
폭약은 통하지 않는다.
기폭 스위치를 누르기 전에 무선장치와 함께 손가락이 찌부러져 날아갔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복면을 쓴 전직 스파크 시그널 중 한 명은 생각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얼굴을 식은땀으로 끈적끈적하게 적신 남자는,
자신의 안쪽에서 치밀어 오르는 공포의 진수는 그게 아니라고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
학원도시 최강,
230만 명의 정점,
제 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액셀러레이터 (일방통행) 는
절대로 우쭐거리지 않는다.
그 압도적인 힘을 불필요하게 과시하지 않는다.
털썩털썩 쓰러지는 테러리스트들을 보고도 방심을 하지 않는다.
그래준다면 그나마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액셀러레이터는 그 사소한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능력을 사용하고,
때로는 권총에 의지해 최단 루트를 통해서
최소한의 힘을 휘둘러 최대의 전과 (戰果) 를 얻는다.
그것은 이미 인간 대 인간이라든가
인간 대 괴물 같은 차원의 싸움이 아니었다.
파괴 행위의 중심에 감정이 없다.
예를 든다면,
그것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전투기의 등 뒤에서
확실하게 다가오는 추격 미사일이다.
이기고 지는 것을 논하는 게 아니다.
공격이 닿느냐 마느냐의 문제.
그리고 닿으면 확실하게 죽음이 찾아온다.
학원도시 최강, 액셀러레이터가 흩뿌리는 재앙은
이미 그 정도 수준의 영역에 도달한 상태였다.
'얼마나 힘들게 계획을 짜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떻게 능력을 사용하는 건지,
공중의 낮은 곳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전직 스파크 시그널의 동료에게 덮쳐드는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다.
'스파크 시그널의 능력을 전부 사용해서 메인 계획 외에도
궤도 수정용 계획을 몇 가지나 준비하고...
그런데, 그런데... 아주 쉽게 힘들이지도 않고 잡초를 뽑듯이...?!'
그 때였다.
동료 중 한 명을 밀어 쓰러뜨리고 새빨간 선혈과 함께
그 의식을 완전히 빼앗은 괴물의 고개가 빙그르르 이쪽을 향했다.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정면에서 두 개의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마치 조준 보정용 레이저 사이트 같다.
전직 스파크 시그널의 테러리스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라고ㅡ?!'
이기고 지는 것 따윈 없었다.
그는 조준당했고, 그리고 공격이 닿았다.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 액셀러레이터가
학원도시의 암부 조직 '스파크 시그널' 을
전멸시키는 데 걸린 소요 시간,
겨우 단 300초 (5분).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액셀러레이터가 작전에 투입된 지
불과 단 300초 (5분) 이 지나지도 않은 채,
'스파크 시그널' 을 전멸시키고,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 장치
'훌라후프' 에 다시 정적과 평온이 찾아온다.
- 8 -
소년은 알았다.
눈이 가려져 있어서 주위의 상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날카로운 분위기는 제거되고 없었다.
여러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만들어내던 절망의 세계 자체가 사라진 것이었다.
주위에서는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소년의 친구들이나 교사들일 것이다.
그들의 숨소리에서 안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해결 수단이 잔인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일까.
소년은 뒤로 묶인 양손을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밧줄 표면에 피부가 쓸려 찢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 그 때,
겨우 한쪽 손이 밧줄에서 빠져나왔다.
떨리는 손을 움직여 얼굴을 덮고 있는 눈가리개를 풀었다.
오랜만의 빛에 잠시 눈이 아찔했다.
소년은 형광등의 하얀 빛을 손으로 가리고
눈을 가늘게 뜬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소년의 고개가 어느 한 방향에서 딱 멈추었다.
벽 가장자리.
얻어맞고 쓰러졌어도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는 테러리스트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테러리스트와 마주보듯이,
지팡이를 짚은 하얀 머리카락의 인간이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인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음 순간에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인물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무 전조도 없이, 잘못된 곳에서 영화 필름을 이어붙인 것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인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소년은 아무도 없게 된 허공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악당이야.'
자신들을 구해줄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망설임 없이 그렇게 대답한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 9 -
"수고했어. 상당한 활약이던데, 영웅."
무스지메 아와키가 그렇게 말을 걸어서
액셀러레이터는 하마터면 권총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그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당연히 그녀의 '무브 포인트' (좌표 이동) 로 철수했기 때문이었다.
전직 스파크 시그널을 처리한 지금,
이제는 '훌라후프'의 직원이 문과 엘리베이터의 잠금 장치를 해제하고
신속하게 아이들을 지상으로 풀어줄 것이다.
이제 '악당' 이 나설 일은 없다.
액셀러레이터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곳은 현장에 쳐들어가기 전에 온,
공군 관련 무기 실험장의 지하다.
고급 백화점처럼 번쩍번쩍 닦인 커다란 플로어에는
무스지메 외에 츠치미카도나 우나바라도 모여 있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어.
빌어먹을 테러리스트들이
상층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느냐'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한 액셀러레이터에게
츠치미카도가 눈썹을 흠칫 치켜올렸다.
"...네가 날뛰고 있는 사이에 이쪽도 조사해보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방벽이 단단해.
아무래도 윗분들한테는
어지간히 탐탁지 않은 내용인 것 같다는 정도밖에 알아내지 못했어."
"무능한 놈의 말은 기대 안 해.
잠자코 남의 얘기나 듣고 있어, 얼간이."
액셀러레이터는 그렇게 내뱉고는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갔다.
"'훌라후프' 내에서 인간 쓰레기들을 싸그리 뭉개놓고 있을 때,
놈들의 고함소리를 몇 번 들었어.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간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이 그때 '요구 내용'에 대해서도 말을 흘렸다고요?"
우나바라가 재촉하자 액셀러레이터는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ㅡ'드래곤'."
단 세 글자의 단어에, 그 자리의 공기가 긴장되었다.
그것은 '언더 라인' (Under Line) 이라는,
학원도시 총괄이사장 소유의
숨겨져 있는 나노 디바이스 네트워크 망 안에도
이름밖에 등장하지 않았던 기밀 정보다.
학원도시의 어둠의 가장 맨 밑바닥에 있는
액셀러레이터 일행조차 정체를 알 수 없는
ㅡ그리고 그 정체를 찾는 것이
이 거대한 학원도시의 상층부에 대항할 수 있는 돌파구로 연결되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할 수 있을 만큼 큰 의미를 갖는 단어였다.
액셀러레이터, 츠치미카도 모토하루, 무스지메 아와키, 우나바라 미츠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 '드래곤'의 정체를 공동으로 찾으려고
일시적으로 함께 싸우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드래곤'을 뒤쫓고 있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증거라도 된다는 듯이 액셀러레이터는 말했다.
"'드래곤'의 정보를 신속하게 제시하라.
ㅡ 빌어먹을 테러리스트들의 요구는
아무래도 그것뿐이었던 것 같아.
우리는 상층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눈앞에서 그 실마리를 스스로
자기 손으로 짓뭉개버린 셈이야."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19 권
제 2 장 : 단순하고도 복잡한 문제점
V.S._Calamity
(중략)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았어.
하지만 이럴 건 없잖아.
이걸로 끝이야?
그렇다면 어째서 매달려 있는 거지..."
부들부들 떨고 있던 고등학생은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모르겠지만
피부 위의 전기 신호에서 역산해서
도포형 칩을 경동맥에 붙이고
10초마다 20초씩 쉬어가면서 다섯 번에 나눠서
그렇게 하면 살 수 있어."
너도 실랑이하고 있는 사이에
너도 가능하다면 양쪽을 다 살리고 싶겠지.
액셀러레이터의 말대로 칩을 목덜미의 단시간 대고는 다시 떼고 하는 동작을 되풀이한다.
"...우..."
작은 신음 소리가 났다.
그것은 작은 여자 아기를 임신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틀림없이 나는 텅 빈 껍질이 돼서
절대로 평생 잊지 않을게!!
원인은 타앙!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뺨에 스친 둔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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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19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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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기 15화
'스파크 시그널'
(Spark Signal : 영전 부대)
원작 내용 그대로 중요한 부분만 추려서
(IP보기클릭)49.174.***.***
여전히 스킵이 쩔어주더군요 다음화랑 다다음화 어쩔려고 저러는건지
(IP보기클릭)59.187.***.***
이렇게 보니 애니는 무슨 총집편으로 느껴지네요.
(IP보기클릭)49.174.***.***
여전히 스킵이 쩔어주더군요 다음화랑 다다음화 어쩔려고 저러는건지
(IP보기클릭)59.187.***.***
이렇게 보니 애니는 무슨 총집편으로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