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전에 죽은 산송장..... 본능적으로 나락의 중심을 향하는 필멸의 존재.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 셈이기에 리코와
마찬가지로 산송장과 다름 없습니다.
죽음이 밑받침 되기에 생명에 존재의의가 더해지는 것이라면 죽을 수 없는 불멸은 과연 무엇이 되는가....
불노불사가 된 미티와 그런 미티를 바라보는 나나치의 모습은 짧은 생이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원하는 누군가와 함께 할 것이라는 리코의 다짐과 너무나도 대비됩니다.
사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라이자가 어린 리코를 놔두고 절계행을 택한 이유에 대한 감정적 과장이나
아이들이 지나친 우연에 기대 살아남는 등, 플롯의 치밀함과는 좀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대신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점과 자신의 근원과 만나고자 하는 모험의 동기, 그 과정에서 죽음의 세계
= 지하 세계로의 탐험과 거기서 정말로 죽음과 다름 없는 체험을 한다는 소재 등은 오히려 고대 신화에
더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괴물과 적을 퇴치한단 요소까지 더해보면 명백하게 영웅 신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편 동행자인 레그와 리코의 관계를 보면 중세의 신화라 할 수 있는 신곡의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생각나기도 하죠. 레그가 계정 초기화 당했다면 베르길리우스는 거의 GM....
동화적이면서도 잔인한 이 이야기는 현대의 판타지 장르보다는 오히려 옛 신화의 현대적 변용에 더 가까운
스타일일지도 모릅니다.
레그라는 강하지만 서툰 조력자와 그가 돕는 리코라는 연약한 아이가 나락에서 겪는 모험은 한마디로 뼈와 살이 해체되는
다크 판타지입니다.
리코의 어머니 라이자가 모험의 멋짐을 이야기하며 떠나갔지만 정작 그녀는 나락이 말 그대로 지옥이나 마찬가지임을
잘 알았다는 게 호러죠....
현대적으로 생각하면 자식을 통해 미래의 유열을 예감하며 스스로 절계행이라는 자결여행을 떠난, 마파신부도 의아해할
희대의 비정상인..... 그러나 신화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정상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또 유머입니다.
상징적으로 보면 레그가 알고자 하는 자신의 근원과 리코가 만나고자 하는 자신의 어머니 라이자는 결국 나락의 끝이라는
동치값이 나오도록 설정되었기에 라이자는 곧 어비스의 끝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다른 반전이 나오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락의 끝에서 연장된 어비스 - 리코와 레그가 탐험하는 빅홀 전체는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인생"이라는 우여곡절 많은 탐험길을 의미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겪는 온갖 역경처럼 삶이라는 모험도 결코 아름답거나 순탄하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면 리코와 레그가 어비스에서 맞닥뜨리는 자연의 위험은 인류가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군요. [자연의 위협 다음은 본도르드로 상징되는 같은 인간의 위협이 되는 것인가?]
라이자의 저 자아팽창적인 대사도, 아이들의 무모한 절계행을 끝내 허락하고야 만 오젠과 하보르그의 비상식적인
결정도 어비스 자체가 삶과 죽음에 대한 신화적 메타포라 놓고 보면 모순이 사라져 버립니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의 확률에 노출되기에 언제 죽을지 모를 산송장 신세이며, 백년도 안 될 짧은 생을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더 위험한 길에 섶을 지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혈기는 어리석지만 막을 수 없는 생명의 원동력
이기도 합니다.
늦건 빠르건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닥칠테고 어린 리코는 오래 살기보다는 원하는데로 살기를 택했으니
더더욱 놓아줄 수 밖에요.
이부분은 영원한 생으로 고통받는 미티와 대비되어 더욱 극명해집니다.
리코가 겪는 죽음의 위기는 이를 극복하는 순간 삶의 기적으로 환원되지만 미티는 삶과 죽음의 경계 없이 그저
끝없는 고통의 감옥에 갇혀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레그에 의해 죽음으로서 해방 되죠.
이로서 내내 죽음만을 생각하던 나나치는 다시금 모험 - 살아간다는 것에의 열망을 되찾게 됩니다.
[하다하다 이런 것 까지 먹는 걸로 은유를 해버리다니 이 작품은 도덕책.....;;;]
맛있는 것을 찾아 먹고,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비록 고통스런 고생과 심지어 죽을 위기도 예감하지만
그럼에도 리코와 레그라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픈 삶의 연대감 말이죠.
나나치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단 과거사가 있음으로 해서 시한부 인생 플래그가 있는 리코와는 다른 의미로
모험의 뜻이 와닿습니다.
하지만 모험의 삶 또한 죽음이 함께 하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나나치는 잘 알고 있죠.
많은 신화에서, 당장 친근한 그리스 신화조차 죽음의 세계인 저승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승사자 타나토스에게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로 끌려온 인간 영혼들은 제일 먼저 뱃사공 카론이 거하는 아케론
을 건넌 뒤 코키토스, 피리플레게톤, 스틱스를 건너며 생전의 슬픔이나 감정을 씻어내는 의식을 치룹니다.
마지막에 건너는 강이 그 유명한 망각의 강 '레테'이며 이를 마시고 이승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만 영혼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고 합니다.
[실낙원을 지은 밀턴은 저주 받은 영혼의 경우 영원히 레테를 마실 수 없다는 첨언을 붙여놓기도 했다는데....]
이와 관련해 그 유명한 플라톤과 베르길리우스가 레테의 강물을 마셔야만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설을
주장했음은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97760&cid=58143&categoryId=58143]
고대인들이 그토록 신들의 영생불멸을 선망하면서도 결국 죽음을 생의 근원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음을 신화로 노래했다면,
이 작품은 그 죽음이 생명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역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이자의 말처럼 생명은 그 자체로 죽음을 넘어선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작진은 2기 제작과 방영을 서둘러야 합니다.
길게 썼지만 결론은 그겁니다.
2기를 주세요....
1기 끝나고 원작 정발도 몇개월째 멈춘 상태란 말입니다.
그러니 2기를 방영하고 만화책도 계속 정발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ㅠㅠㅠ
다시 보고 싶어요
그 끔찍한 본도르드 조차 움직이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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