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통보서, 최후통첩, 지출서 등 긍정적인 말이라고는 한 단어도 찾아볼 수 없는 종이 더미에 질색하는 검볼네에게
시장으로부터 시청으로 오라는 초청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엘모어의 시장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데, 어딘가의 황제 폐하를 쏙 빼닮았군요.
어쨌든 시장은 검볼네에게 새로운 집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그에 더해 당신들과 어울릴만한 이웃들과 당신네들을 처리할 법원도 덤으로 제공해드리죠!
말에 비꼬는 투가 역력합니다.
니콜의 부당하다는 항의에도
오, 아니죠. 저희들은 단지 유해동물 같은 당신네들을 격리시켜 우리 시민들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할 뿐이에요.
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민주적 절차를 걸쳐 시행한 것이라고 이를 묵살합니다.
검볼 네가 떠나는 것을 독촉하는 군중들의 무리에는 익숙한 이웃들의 얼굴도 몇몇 섞여 있군요.
집에 돌아와 낙담에 빠진 니콜의 입에서 여태까지 검볼네 어떤 대우를 당해왔는지 드러나는데
길가다 썩은 토마토의 표적이 되고, 개랑 똑같은 취급을 받고, 심지어 방화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는군요.
엄마, 저희 50년대의 흑인 가정이 받는 차별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황제 폐하가 장기집권했을 때, 멕시코인이 받을 대우를 미리 경험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구나.
차별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검볼네 가족을 미워하는 이해할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우리의 소란스러운 말썽쟁이 가족들 덕분에 도시의 경범죄율이 200% 정도 상승했거든요!
존재 자체가 외설스럽다거나
아기 코끼리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911에 전화를 걸어 인력을 낭비한다던가
예술 작품을 파손시켰죠. 뭐 변기를 목적에 맞게 쓰긴 했지만 그 변기가 예술작품인 걸 어찌하겠습니까?
이에 니콜은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 추방 건을 취소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물론 진짜 모습이란 페이스북의 셀카처럼 의도적으로 연출된 모습이란 것이죠.
그렇게 하여 코브라에 물리고
샌드백이 되고
야드만 쓰는 곳에서 미터법을 소개하는 등 난리부르스를 추며 어떻게든 선행을 쌓는 검볼네 가족.
기어이 지역신문에도 실립니다.
사람들에게서 평판 올라가는 소리에 즐거워하는 검볼네 가족인데
갑자기 그들의 몸에 이변이 생깁니다.
행동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말에서 가리키는 것처럼 검볼네는 일부러 위선적인 행동을 반복했지만,
그 행동에 영향을 받아 겉모습도 행동에 걸맞는 형태로 변모한 것입니다.
바로 80,90년대 애니에 나오는 모범적인 중산층 백인 가족들로 말이죠.
그렇게 변모한 그들에게 시장의 연락이 옵니다.
이번에는 가족에게 추방 대신 넓은 주택을 제안하는 시장님.
사실 그는 주민들의 청원과는 관계없이 검볼네 가족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로 땅값이 떨어져서 그들을 내쫒으려 했던 겁니다.
바로 그 자신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땅을 팔려고 했었거든요. 전직이 부동산 개발업자였나봐요?
이제는 모두의 좋은 이웃이 된 검볼네 가족은 재개발 구역의 홍보 모델이 되기에 붙잡으려고 한 것이고요.
잠시만요, 그럼 우리 이웃들은 어떻게 되죠?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 제가 알겠습니까? 그때는 이 도시의 주민도 아닌 외부인들일텐데.
어차피 이웃들에게 차별받아온 검볼네가 그들의 걱정거리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시장은 무심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고뭉치에다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다고 해도 검볼네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올 불행을 알면서도 좌시할만큼 이기적인 사람들이 못되죠.
그들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렸던 가식적인 모습을 훌훌 털어버립니다.
그러나 그들이 홍보 모델이 되길 거부한다 해도 시장의 권력과 어마어마한 자본의 의기투합에서 사람들을 구할 방도는 보이지 않고
잔뜩 의기소침해지는데
그때, 리처드가 얘기합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할지라도
그들은 나와 함께 지금 여기에 서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렇기에 그 의미있는 전체 속에서 자기 자신을 규정할 수 있었노라고.
공동체의 와해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 속에서 연속성을 이루던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내용을
낡은 속옷의 비유를 들어서 표현합니다. 아마 이웃과 나의 관계는 낡은 속옷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애증으로 얼룩져 있다는 말이겠죠?
가족의 두뇌 담당인 애나이스가 말문을 틉니다.
친절한 이웃의 이미지가 토지 매매액을 올렸다면 그 반대의 행동의 결과는 액수를 도로 낮추는 것이 될 거라고요.
이렇게 하여, 검볼은 선언합니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은 아픔을 동반해!
그러니 이웃들을 아프게 하자!
흰개미들을 이웃집에 풀고
방사능 폐기물을 매립하고
범죄를 조장하면서 땅값을 내리기 위해 가족은 동분서주하고
이웃들과 다 함께 살 수 없다면 부셔버리겠어!
종국에는 아예 시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립니다.
땅값이 폭락하자 시장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합니다.
백만장자들이 무력하다면 서민들은 파리만도 못하겠네요.
목적을 이룬 가족은 의기양양한 채 소리칩니다. 돈보다 내 옆의 사람들과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 것이 오늘의 교훈이라고요.
푸하핳하하하하핳핳핳하!!!!
그 말에 조소를 토해내는 시장님.
그 웃음소리에도 기죽지 않고 니콜은 자신들이 공동체를 사랑하고 지키고자 극단책을 썼음을
이웃들이 깨닫고 감사할 거라고 얘기합니다.
꺼져라 이 범죄자 놈들아!!
엄마, 오늘의 진정한 교훈은 이거인 것 같아요. 모두가 날 싫어한다면 내가 그들을 꼭 좋아해 줄 필요는 없다.
......
내 옆의 사람들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건 역시 힘든 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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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더 힐 | 17.12.15 22: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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