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해석입니다
95년도 명작 공각기동대입니다
생명의 본질은 유전자이며, 지금 우리의 육신은 유전자가 쓰고버리는 소모품같은것입니다
유전자는 영원히사는게 목적입니다
그런데 현실에는 죽음이라는 무서운것이 있지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영원히 살고싶어 합니다
죽음을 부정하지않으면서 영원히 살수있는 방법.. 그게 번식입니다
하나의 개체는 죽지만 유전가가 복제된 후대의 개체가 다시 이어나가고 그걸 반복해요
"개체"라는것은 곧 인형이고, 쓰고 버리는 껍데기입니다
유전자가 복제되서 종을 유지하는 역할을 위해 개체를 활용합니다
다른 모든 동식물들은 생존하고 번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 외에것들을 하죠
문명을 이룩하고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고 예술을 하고 일기를 쓰고 하는것들이요..
오직 인간만이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차별됩니다
그리고 그걸 구분지을수있는것은 "지능"인 것이죠
이 지능에 의해서 인간의 한 개체는 더 이상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생각할줄알고 개성을 지니고 자아를 갖는 "개인"으로서 존재하게됩니다
그리고 "개인"을 정의할수있는것이 곧 "개체 기억"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으로서 살아갈수밖에없어요
누구나 한번쯤은 나는 뭘까? 나는 도대체 뭐지? 하는 의문에 어딘가 초조해지고 공허해지는 기분을 느껴본적이 있을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공허함 자체가 오는 이유가 머냐면
생명의 본질은 유전자고 개인의 본질은 기억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기억이라는것은 현실인 동시에 무형의 환상에 불과하다는거죠...
기억을 만질수있나요? 기억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존재가 허상에 불과하다는걸 깨닫고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삶의 충동에 휩쌓여 그걸 알지못하지만
옅은잠에서 깨어나거나 물속에 잠겨있을때 가라앉은 의식이 떠오르게되면 그 실체를 느끼게됩니다
허무하고 두렵고 외로운 느낌을 느끼게되죠
본래 다른 동물들의 개체기억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예를들어 거미는 거미줄 짜는법을 따로 공부하거나 학습하지않습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거미줄을 수학적인 형태로 짜내는데
그것은 세월을 걸쳐 진화해가며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인것이죠
하나의 거미개체에게는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습니다 그냥 멍청이일뿐이죠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개체기억이 다른 개체기억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걸 리처드 도킨슨이 밈이라고 불렀죠
암튼 그리하여 문자와 언어, 기록등을 통해서 문명이 발달할수있었습니다
예컨데 "문명"이라는것은 개체기억간의 전달과 복제를 통해 진화한 하나의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입니다
각 시대의 인간들.. 각각의 수많은 개체들이 삶을 살고 죽어가면서 이뤄낸것들이죠
즉.. 문명이란 개체기억의 집합체이기도 한것입니다
사람은 주변 상황에서부터 정보를 얻어 의식을 형성해갑니다
나를 판단할수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나를 만들어내죠
그말은 다시말해서..
"기억"이란건 동시에 "지식과 정보"를 뜻하기도하는것입니다...
지식과 정보가 모여서 된게 "나"이니까요...
거대한 정보의 흐름속에서 개인의 의지에 의해 결집되서 형성된것을 자아라고 할수있어요
다시 정리해서 인간을 정의해보자면
인간은 유전자의 몸에 갇힌 지식과 정보 인것입니다
인류의 문명이라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의 일부이기도하고 그것을 진화시키고 거기에 더해지기위한 역할을 하기위해 존재하는....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정보의 결집체가 되는 동시에 생성자가 되기도하죠
자신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정보라는것도 존재하는거니까요
예를들어 증기기관을 발명해내거나 페니실린을 발명해거나 하는것처럼
혹은..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거나 하는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단순히 유전자를 남기는것에 그치지않고 무언가가 되고싶어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싶어합니다
강해지고싶다고 생각하거나 인기를 끌고싶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최고가 되고싶다거나..
인간 욕구의 최고 단계가 "자아실현"인것은 유전자가 바라는 번식과 생존의 욕구와는 다르게
이 개체기억이 바라는 욕구입니다
지식과 정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가장 큰 바램은 무엇일까요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되는일이 겠죠
우리는 괴테,베토벤,율리우스 시저 등의 사람들을 지식으로 배워서 알고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죽어서 시체는 흙으로 돌아갔지만 개채기억이 하나의 정보 네트워크 (역사와 문명)에 집합되어있는거죠
저희들도 죽으면 거기에 들어가게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저는 그렇게 훌륭하지않습니다 베토벤도 아니고 괴테도 못됩니다
제가 만약에 죽게되면 "2016년에 대한민국에 살다가 죽은 xx명중에 하나"로 기록될뿐이겠죠?
시대의 거름이라는게 그런거죠.. ㅋㅋ
저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에 매우 미비하고 가치없는 정보로서 남게됩니다
(개인=개체기억=지식과정보) 로서의 가치가 증명 되지 못하는거죠
유전자로서의 가치라면 번식만 하면 증명할수있습니다
개체기억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정보로 남기위해서 인간이 그러한 욕구들을 가지고있는것으로 생각되어지네요
단순히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면 자신이 무엇이되고싶은지에 대해 생각조차 안할겁니다
인간(유전자+개체기억) 은 죽어서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게 아니라
유전자는 번식에 성공했을경우 후대에 이어지고
개체기억은 지식과 정보가 되는겁니다
그러니까 종교 믿으실필요없고 그림같은거 열심히그려서 유명해지고 작품을 남기고 하나의 문화가 되거나 하는방법을 선택하는게 옳습니다
물론 그렇게 못하면 시대의 거름이 되는거죠
유전자 ㅅㅂ놈에게있어선 개체기억의 의지따위는 상관이 없습니다
유전자 자신이 영원히 존재하기위해선 끊임없이 죽고 다시태어나야했고
변이를 가하고 진화해가면서 개성과 다양성을 갖춰야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개체기억은 희생되는것이죠.. 유전자 입장에선 알바없으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토구사와의 대화에서 나오는데
토구사가 왜 자기같은놈을 끌여들엿냐고 하는데
모토코는 공안9과에 사람들이 대부분 사이보그이지만 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기때문이라고합니다
그리고 하는말이 대량생산된 시스템은 어딘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말하죠
토구사라는 변수를 공안9과에 넣어서 그 결함을 보완하려 한것입니다
인형사가 모토코와 융합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모토코가 토구사를 끌어들인것처럼 인형사도 모토코를 끌어들인것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자면
이 지식과 정보라는 존재가 유전자처럼 어떤 "무언가"라는 개념을 보여주기위한것이라고 봅니다
공각기동대 이전에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이미 그 컨셉을 보여줬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지식과 정보"라고 제가 말을 하면 단어의 뉘앙스때문에 그냥 기록된 정보라던가 그런걸로 생각하실수도있지만
인간의 본질이기도하고 인간의 정체성이기도하고
생명에 견줄만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급 클라스에 속하는 존재라는 그런 개념과 컨셉을 보여주는게 공각기동대나 스페이스 오딧세이같은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도 표시했지만 이건 제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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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도 그렇고 TV판도 그렇고 90년대(원작은 더 빠르지만)랑 2000년도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게 대단하죠. 개인적으로는 특히 SNS, 인터넷 커뮤니티가 완전히 보편화된 현재 상황에서 2002년 작인 SAC를 보면 진짜 소름끼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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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해가기 시작하면 인간과 기계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 인간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가. 라는 (그 옛날 SF소설 시대부터 이어진) 거대 담론의 한 줄라고 봐야겠지요. 기계가 인간의 부분을 대체하는 과정의 거의 최종단계가 뇌의 영역인데 공각 극장판에서 다루는게 그 부분이고요. 나라는걸 정의하는게 외형과 자신만의 정보(기억)인데 외형은 이미 대체 가능한 부분이 돼버렸고, 기억과 기억을 기반한 이격조차 하나의 디지털 정보로 격하되어버린 사회이니. 마음만 먹으면 무수한 '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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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해가기 시작하면 인간과 기계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 인간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가. 라는 (그 옛날 SF소설 시대부터 이어진) 거대 담론의 한 줄라고 봐야겠지요. 기계가 인간의 부분을 대체하는 과정의 거의 최종단계가 뇌의 영역인데 공각 극장판에서 다루는게 그 부분이고요. 나라는걸 정의하는게 외형과 자신만의 정보(기억)인데 외형은 이미 대체 가능한 부분이 돼버렸고, 기억과 기억을 기반한 이격조차 하나의 디지털 정보로 격하되어버린 사회이니. 마음만 먹으면 무수한 '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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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도 그렇고 TV판도 그렇고 90년대(원작은 더 빠르지만)랑 2000년도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게 대단하죠. 개인적으로는 특히 SNS, 인터넷 커뮤니티가 완전히 보편화된 현재 상황에서 2002년 작인 SAC를 보면 진짜 소름끼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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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AC 1기에서 쿠사나기 소령과 아라마키 과장이 웃는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엔딩 장면에서 소름;; | 16.10.24 1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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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출처 달면서 퍼가도 될까요? 글이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요. | 16.10.24 01: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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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에 삘받아 주책맞게 자꾸 뭘 쓰게 되는데...... 산드라 블록 주연의 "네트"와의 비교도 재미있습니다. 공각에서는 외부의 객관적인 개인정보 보다는 개인을 유사기억으로 파괴하지만 네트는 개인의 주관적 기억만 멀쩡한체로 외부의 공식적인 정보들이 왜곡되어 주인공을 몰아부치는 내용입니다. 이 둘을 보면 개인이란 결국 자신의 기억만이 아닌 외부의 정보들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죠. 고스트 인 더 쉘과 네트는 같은 1995년 작입니다. 이후 여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모르나 공각 TVA에서 스마일맨과 스탠드 얼론 컴플렉스를 다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쿠제에 의해 다시 개별화와 함께 인격정보의 허브가 언급되면서 인격의 통합과 반대로 개별로서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테마가 재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타치코마들의 고스트도 긍정되는 내용이 나와 유전자처럼 전자정보도 진화의 과정에서 자아를 획득할 수 있느냐는 SF의 고전 테마가 부각되죠. 그리고 이것들은 개인적으로 "낙원추방"이 캐주얼하게 잘 계승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16.10.24 01: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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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링크첨부해서 퍼가셔도 좋습니다 ㅎ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모노리스로 시작해서 모노리스로 끝이나는데 인류가 미래에 궁극적으로 도달할곳이 유전자라는 생명과 멀어져서 지능 그자체로서 완전한 존재가 될거라는 뜻이라고봅니다. 중간에 HAL인공지능의 메모리가 해제되면서 인공지능이 막 자기가 죽어가는게 느껴진다고 소름끼치게 표현되는게 있는데 인간의 본질을 인공지능에 비추어서 인간도 처음부터 기억으로서만 존재하는 지능체였다는걸 보여주려는걸로 해석됩니다 인형사의 컨셉이랑도 비슷한것 같아요 정보의 흐름속에서 결집된 존재? 인간 역시 그러하잖아요 거울에 비추듯이 서로 닮아있죠 그리고 그 두개가 융합해서 새로운 존재로 한페이즈 진보하는 ..그런 스토리가 아닐까.. | 16.10.24 08: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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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럼 글 감사히 퍼갈게요. | 16.10.24 21: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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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까지 계속해서 반복되어온 질문과 그에 대한 여러 고찰과 답들..... | 16.10.24 16: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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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덧붙이자면, 단순한 기억 뿐만 아니라 밈 역시도 돌고래 등 기타 생물에게서 발견되는 요소입니다.(밈이라는 개념은 진화생물학에서 논란이 있는 개념이지만, 만약 받아들인다면 돌고래 무리들 각자의 고유한 문화 역시도 밈으로 봐야 합니다) | 16.10.25 0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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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더 설명하자면, 저는 지금 딱히 건강에 치명적인 이상은 없고, 매우매우 높은 확률로 내일 아침에 눈을 떳을때 살아있을 것입니다. 적지 않은 확률로, 죽음은 수십년 후에나 찾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이고 막연한 죽음에게, 건강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제가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유한성을 느끼기에 가능한 것이고, 무한성을 바라볼 줄 알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 16.10.25 04: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