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소중한 사람'은 맥락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어머니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히토미가 어릴 적에 할머니(코하쿠)에게 히토미를 맡겨버리고 어딘가 멀리 떠나 버렸나 봅니다. 마법 유학이란 것도 있는 세계관이니 해외로 유학을 갔을는지도 모르겠네요. 그것도 히토미가 고교생이 될 때까지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돌아가셨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히토미가 시간여행으로 정신을 잃은 와중에 이런 주마등을 보여줬거든요. 이 장면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는 사람은 아마도 어머니가 아닐까요?
그리고 색깔이 보이지 않게 된 정확한 시점을 히토미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색을 잃어버리는 현상은 서서히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눈으로 보이는 색깔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만 서서히 연해지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흑백밖에 보이지 않았더라는 식으로요. 이 짧은 독백에서 참 많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히토미는 이 독백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색깔을 잃은 것을 하나로 엮어서 말했는데, 둘 다 히토미가 잃어버려서 아쉬워하는 것들입니다.
작품 초반을 보면 히토미가 재차 '혼자여도 잘 버틸 수 있다'는 식으로 다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출을 보면, 히토미는 색을 잃은 것보다도 어머니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게 가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공식 웹사이트에 실린 히토미에 관한 캐릭터 소개 문구는 이렇습니다. '어릴 적, 색깔이 보이지 않는 것과 동시에, 어느샌가 다른 사람에게서 마음을 닫은 셈이 되었다.' 처음에는 색깔이 안 보이다 보니 사회생활이 불편해지면서 마음을 닫은 걸까 싶었는데, 그것보다는 어머니가 자기를 내버린 게 큰 상처가 되어서 마음을 닫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색깔을 잃은 건 도대체 무엇일까? 작중에서 히토미는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여러 번 부렸습니다. 물 위를 걷고, 사진에서 기차를 불러오고, 플라네테리움 별모래에 의도치 않게 금빛 물고기를 보여주는 마법도 섞어버리고, 급기야 유이토의 마음마저 읽어냅니다. 히토미 스스로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 마법을 거의 쓰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재능충인 것입니다. 그런 능력에 미루어 보면, 히토미 스스로 색깔을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을 걸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작중에서 코하쿠와 코하쿠의 어머니의 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마법을 무의식적으로 걸어버린 트리거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충격이지 않을까요?
잠깐 다른 얘기를 해 볼까요. 히토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캐릭터가 하나 더 있지요. 유이토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마는 방어적 성향, 각자가 하나씩 재능을 갖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편모 가정의 외동아들로서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없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여러모로 히토미의 닮은꼴로서 유이토라는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유이토에게 아버지는 무슨 존재였는가 하면, 유이토에게 그림이라는 취미를 불어넣어 준 계기입니다. 그림 대회에 입상하게 된 것을 아버지가 기뻐하면서, 유이토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 아버지는 지금 없고, 어째선지 유이토는 그 열의에 불구하고도 그림을 그리는 진로를 포기할 뻔했습니다. 히토미가 마법을 포기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히토미와 유이토가 서로 닮은꼴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히토미가 마법을 싫어하고 연습을 게을리 한 것도 어쩌면 어머니 때문일지 모릅니다.
정리하면, 히토미에게는 어머니의 빈 자리가 매우 큰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중대 떡밥은 작품에서 계속해서 등장해야 정상일 것 같은데요, 신기하게도 작품 내에서는 1화 빼고는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과거로의 타임 립으로 히토미와 코하쿠 사이에 끼인 세대를 언급할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기에는, 히토미가 상심한 밤에 흑백의 도시를 보며 독백 몇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저는 작가가 막판에 극적으로 터뜨리기 위해 떡밥을 묵혀놓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많이 궁금해집니다. 자의적 해석이 굉장히 들어간 감상이라, 어쩌면 엄청나게 헛스윙한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ㅎㅎ
작품은 당분간 조연들의 서브플롯 위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부원 각자가 가고 싶은 곳을 로케이션해서 촬영한다고 한 데다가, 이번 7화 소개글만 봐도 조연 위주의 회차인 것 같거든요. 다만 동시에 조금씩 캐릭터들의 속사정이 풀어헤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2화쯤 남겨놓고 반전을 보여주면 그럴싸하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제발 그랬으면 싶습니다 ㅋㅋ 안 그러면 너무 글라스립이 되어버려서요)
물드는 세계의 내일로부터, 이렇게 보면 조금 덜 심심한 작품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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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어찌보면 그럴수도 있겠군요. 이번화를 보면서 히토미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서 마법도 잘 못쓰고 색도 잘 못 보는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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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대로, 적어도 어떤 종류의 트라우마가 있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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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배드에도 비슷한 설정의 캐릭터가 있나 보군요. 생각해 보니 종종 볼 수 있는 종류의 캐릭터 설정인 것 같기도 해요. | 18.11.17 21: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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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린동무
앗 ㅋㅋㅋ 요즘에 움짤로 많이 봤네요 볼빵빵~ | 18.11.17 21: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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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린동무
빵토미 ㅋㅋㅋ | 18.11.17 23: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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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어찌보면 그럴수도 있겠군요. 이번화를 보면서 히토미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서 마법도 잘 못쓰고 색도 잘 못 보는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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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대로, 적어도 어떤 종류의 트라우마가 있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 18.11.17 21: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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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PV에 이미 그런 내용이 있었군요? 일본어 모르면 역시 덕질에 한계가 있네요 ㅋㅋ | 18.11.20 00: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