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글을 제가 퍼온거라 이 아래로는 반말투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가로우가 자기 본심을 모르는 채 행동부터 앞서는 스타일이라서 직접적인 말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로우의 행동동기는 '집단 린치'에 대한 반발심이었다. 어렸을 적의 트라우마도 보이지 않는 인기 등으로 형성된 집단의 폭력에 대한 것이었고, 그 집단을 유지하는 아이덴티티가 '히어로'였기에 안티 히어로의 입장에서 출발한 것뿐이었다.
그래서 가로우의 도발 상당수는, 상대방의 신념 등을 비웃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히어로만의 집단특성 등을 포함해서 '그들을 집단으로 묶어주는' 모든 것을 관념적인 부분에서부터 붕괴시키려는 것이다. 이게 위화감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단순히 먹어서 살쪘다고도 볼 수 있는 돈신에게 굳이 '히로이즘'운운하는 것. 한 명 한 명에게 주절주절거리면서도 한마디씩이라도 상대방이 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려고 했다.
다만 이 시도는 유독 사이타마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실패한다. 이 때 가로우가 유독 말이 많아 보이는데, 일관된 의도는 사이타마가 (히어로)집단의 일원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에 따르는 고정관념이나 소속감이나 신념이나 의무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이타마는 일관되게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은 개인의 행동동기라는 대답만을 했었고, 가로우의 행적으로선 이례적이게도, 혹은 처음으로 집단으로 분류하지도 못하는 자를 상대로 싸움질을 벌이게 된다.
상대 집단이 히어로였기 때문에 스스로 괴인을 자처했던 것처럼, 일단은 사이타마가 히어로로 보였기에 뭐가 되고 싶냐는 사이타마에게 괴인이라고 대답했고, 사이타마가 절대악의 반대편으로 보였기에 그 다음은 절대악이라고 대답했다. 사이타마가 넘을 수 없는 불합리 = 집단의 일원으로 보였기에 사이타마의 죽음으로 자신의 목적이 달성된다는 독백까지, 아마도 가로우는 자신을 속인 것이다. 결국 자신의 신념과는 맞지 않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가로우가 점점 약해진 것도, 아마 자신을 속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는 거겠지.
자신의 신념과는 동떨어진 싸움흐름을 바꾸기 위해 '불평등한 정의가 아닌 평등한 절대악을 추구한다'며 꺼낸 말은 집단이라는 구분 자체를 해체하고 싶었다는 본심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억지로라도 히어로라는 집단만이 가지는 특색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미'라고 대답하는 사이타마에 의해 내적인 모순이 폭발하고, 끝내 티끌만큼의 히어로상도 확인하지 못한 가로우는 그런 건 히어로가 아니라는 독백과 함께 붕괴된다.
행적을 보면, 가로우는 히어로 집단도 적대했지만 동시에 괴인집단도 적대하는 포지션을 유지했다. 아이를 죽인다는 협박은 히어로라는 집단개념을 붕괴시키기 위한 블러핑이었고, 집단에 의해 핍박받는 개인은 집단의 위협으로부터 끝까지 보호해주려 했다. 이 부분에 한해서만은 히어로 집단에 소속된 자들보다도 더욱 히어로다운 자세라고 볼 수도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으로서 사이타마와 공통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전엔 집단 내의 순위나 인기 등에 연연하는 소시민적인 모습도 보여주던 사이타마가 이 이야기에 와서는 그런 부분이 무척 강조된다.)
'집단에 저항하는 개인'이라는 신념이 무너지면서 살아갈 기력도 사라졌지만, 자신을 집단적으로 죽이려는 히어로들에게 저항하면서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아이를 보고 가로우는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 아이는 자신이 직접 집단의 위기로부터 지켜낸 결실이었고, 그 외침은 집단에 속하지 않은 자의 생존권에 대한 것, 예전부터 자신이 하려고 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이타마는 '히어로를 못하니까 타협해서 괴인이 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집단에서 동떨어진 히어로'라는 신개념이 생겨나지 않는 한 원펀맨 세계관에서 가로우가 히어로를 자처하는 건 불가능했을수도 있다. 다만, 사이타마의 싸움 도중에 완전 괴인처럼 변신한 건 정말로 타협해서 심플한 목적을 세운 것 같았고, 사이타마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지적했을 것이다.
가로우편이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들이 어딘가 있다는 글을 다른 블로그에서 봤었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가로우가 자신의 본심과는 조금씩 엇나가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 그렇게 된 듯. 특히 괴인의 쪽지를 받고 대충 '사람 죽일까...'했던 부분이 절정이었다. 배고프고 말끝에 '맘모스'같은걸 붙이며 별 생각없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라는 걸 언급했다고 해도. 리메이크판에서 바로 찢는 쪽으로 변경했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