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센루, The 삐기이 그리고 간바루비!
쿠로사와 루비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남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워 하는 것도 많지만,
스쿨아이돌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Aqours의 멤버로 활동하는 루비쨩.
그런 루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늘부터 4일 혹은 그 이상에 걸쳐 연속으로 SS를 올립니다
전체 제목은 '가장 천천히 피는 꽃'으로
지금은 센터 선거에서 그 순위가 아래쪽에 링크되어 있는 루비지만, 단지 시기가 늦은 것뿐 언젠가 센터로 피어날 것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되고 싶어'는 생일을 맞은 루비가, 생일 당일날 겪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8인의 정원사'는 흔히 보시는 SS번역글과 최대한 가까운 대화체를 사용하여
약간은 유머러스하게 첫번째 이야기인 '되고 싶어'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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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천천히 피는 꽃
- 루비, 되고 싶어(상편)
- 루비, 되고 싶어(하편)
- 8인의 정원사(상편)
- 8인의 정원사(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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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루..루비는
역시 되고 싶어요
더 좋은 내가
더 용기 있는 내가
이제 더욱 다가설 거에요
1년에 한 번 뿐인 오늘 이 날부터
더 되고 싶은 나를 향해
되고 싶어
으유...아침부터 늦잠을 자고 말았어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늦잠을 자지 않겠다고 언니랑 약속했는데, 어제 너무 늦게까지 스쿨아이돌의 잡지를 읽은 게 실수였나봐요.
그치만 잡지 속 별자리와 관련된 아이돌의 생일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보고 또 보고, 어쩔 수 없었는걸요.
게다가 뮤즈의 멤버인 하나요짱이 가장 아끼는 쌀 품종에 대한 인터뷰도 실려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만.
그게 아니면 침대에 누워서도 두근두근해서 잠을 뒤척인게 문제였을수도 있겠네요. 완전 둥실둥실 설레이는 마음에, 루비가 초등학생때부터 사용하고 있는 핑크색의 베개를
이렇게도 고쳐보고 저렇게도 고쳐봐도 잠이 잘 안와서 고생했거든요.
아, 참고로 루비가 두근두근했던 이유는 그거에요.
「루비쨩! 교복 다 입었나요? 하나마루짱이 왔답니다.」
「아, 엄마. 지금 갈게요.」
루비가 어제 뒤척인 이유. 그건 9월 21일인 오늘이 저 쿠로사와 루비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입니다.
「루비쨩, 오늘도 예쁘구먼유. 잠은 잘 잤나유?」
「고마워, 하나마루쨩. 으..조금 늦잠을 자고 말았어. 혹시 오래 기다렸어?」
「아니여유, 지도 막 온 참이라. 그럼 학교로 출발할까유?」
「응. 가자가자.」
마루쨩과 함께 현관을 나섭니다. 콩콩 거리며 구두를 신고 나간 밖에는 상쾌한 바닷바람과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가득. 으으, 포근한 기운에 또 다시 졸음이 쏟아질 것 같네요.
적당히 노곤한게, 천천히 걷는다면 좋겠지만. 루비가 늦잠을 잤으니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뚜벅뚜벅. 둘이서 나란히 해변가를 따라 걷자, 「루비쨩, 어제 있었던 일인데 말이쥬」하며 마루짱이 재미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할머니가 말이쥬」무척이나 낭랑한
어조에 루비는 응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루쨩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 노란색의 가디건과 조그마한 몸에도 어른스러운 검정색 스타킹이 잘 어울리는 동갑내기.
하나마루쨩은 저에게 있어서 용기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저렇게 작은 아이가 어떻게 용기의 상징이냐구요? 그건 마루쨩에게 실례가 되는 얘기네요. 마루쨩을 알게 된다면 절대 그런 말은 못할 거에요.
마루짱의 용기를 증명할 만한 일들은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만 꼽아 보자면.
4살이 되어 같이 유치원에 다닐 적, 합숙회의 한 밤중--나중에 마루짱이 자신도 무서웠다고 했지만 말이죠--어둠에 떨고 있는 루비의 손을 잡고 같이 화장실에 가기도 했었고. 최근에 와서는 루비가 스쿨아이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께 2학년 선배들이 있는 부실에 가서 부탁드린 일도 있었죠.
모두 루비 혼자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입니다. 이처럼 루비의 용기를 북돋아 준 건 모두 마루쨩의 공이라구요. 어때요? 대단하죠?
게다가 마루짱의 대단한 점은 그것 만이 아니에요. 마루짱은 까다로운 한자도 척척 읽어낼 정도로 책을 많이 읽고 또 책을 정말 좋아하는 문학소녀이기도 해요.
마루쨩이 어깨에 맨 가방에는 어려워보이는 교양소설이 늘 적어도 한 권 이상 들어있어서, 루비는 자주 놀라곤 합니다. 그런 책들은 한자 뿐만 아니라 내용도 이해가 잘 안가거든요.
얼마 전에도 뭔가 어려워보이는 책을 도서관에서 읽고 있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제목이 뭐였지? 이..인간의 운명? 맞나 모르겠네.
어쨌든 매번 아이돌 잡지만 봐왔던 루비로서는 책 속에 인생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마루짱의 그런 점을 본받고 싶어요. 마루쨩처럼 한자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똑똑해지는 게 목표랍니다. 아, 물론 본받는다는 건 아까 남에게 용기를 주는 점도 포함해서에요. 이렇게 배울 점이 많은 마루쨩과 만나게 된 건 분명 행운이겠죠?
「루비쨩, 아까부터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여유? 지 얼굴에 뭐가 묻었나유?」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마루쨩이 너무 좋아서. 헤헤.」
「루비쨩도 참. 마루도 루비쨩이 좋아유.」
우와와. 생각을 들킬까봐 얼버무린 루비에게 마루쨩의 올곧은 대답은 두근두근, 콩닥콩닥.
거짓없이 전달해준 마음에 루비도 솔직한 기분이 되어 '그럼 우린 서로 통하는 거네.' 하고 대답하려는 찰나, 뒤에서 불쑥 손이 하나 튀어나왔습니다.
「즈..즈라마루! 그런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구!」
돌아보니 요시코 짱이 언제나의 반짝☆ 하는 타천사 포즈로 서있었습니다.
갑작스런 등장에 무심코 삐기!하고 놀랄 뻔했지만, 오늘부터 루비는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울렁이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밝게 인사합니다.
「안녕! 요시코쨩!」
「왜, 요시코짱이 여기 있는 거쥬?」
「그, 그러니까 요하네라구! 그리고 등교길이니 있는 게 당연하잖아. 이상한데서 의문점을 갖지 말라구!」
츠시마 요시코(요하네).
콧날이 높고 경단머리가 특징적인 요시코 짱은 마루짱과 루비와 함께 1학년입니다.
옷을 입는 스타일이 좋고,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해서 반 친구들에게는 남모르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아이에요.
루비도 처음 요시코짱을 만났을 때, 뭔가 대단해! 하고 생각했었죠. 그런 걸, 세상에서는 오라라고 하던가요?
요시코짱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오라가 있다는 걸 루비는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정말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건가유?」
「무...물론이지! 딱히, 리틀데몬 4호하고 즈라마루를 기다린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루비짱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될 걸.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지는 모르겠구만유.」
「무...무,」
갑자기 요시코짱의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이미 요시코짱과는 스쿨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요시코짱은 루비와 마루쨩만큼이나 더 가까워 지고 싶은 모양이에요. 부끄러운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요시코쨩! 다음에 루비한테 새로운 타천포즈 알려주지 않을래? 방송 보니까 진짜 멋있었어.」
「으..응? 멋있어? 크킄킄. 그러면 특별히 이 타천사의 마술을 보여주.」
「안돼유, 루비쨩. 그런 거 배우면, 다이야씨가 슬퍼할거여유.」
「어이! 즈라마루!」
요시코짱은 화를 냈지만 동시에 눈은 웃고 있었습니다. 분명, 다같이 떠드는게 요시코짱도 기분 좋은 거겠죠.
자신의 세계에 너무 빠져서 가끔은 안쓰럽기도 한 우리 타천사씨지만, 루비는 요시코짱처럼 주장이 명백하고 또 스타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이 좋은 세 사람이 떠들석하게 학교에 도착합니다.
오는 길에 요시코 짱이 유닛활동을 하면서 마리씨와 리코씨에 대해서 느낀 것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네요. 그러면서 길티키스는 이런게 좋다며, 끝도 없이 장점을 늘어놨습니다. CYaRon!도 훌륭한 유닛인데 요시코짱의 이야기를 들으니 길티키스에서도 한 번 노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아! 루비쨩 그리고 하나마루쨩이랑 요시코쨩 안녕!」
유닛 이야기로 불타오르던 타천사와 리틀데몬 두 사람이 반에 들어서자 안쪽에서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귤성인, 여기 1학년 반이라구? 설마 까먹은 건...」
「뭐? 아냐아냐, 치카는 루비쨩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어.」
「요시코짱, 멋대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 안돼유.」
마루쨩에게 혼나는 요시코짱은 옆으로 치워 두고, 루비는 치카쨩에게 다가갔습니다.
「안녕, 치카쨩. 볼 일이라는 건 뭐야?」
「그게 오늘 유닛 연습말인데.」
햇살과 같이 밝은 미소.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로 남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치카짱은 Aqours의 리더입니다.
언니나 루비처럼 뮤즈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이 곳 우라노호시의 스쿨아이돌그룹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죠.
치카짱이 스쿨아이돌 부를 만들어준 덕분에 루비는 동경하던 스쿨아이돌 생활을 지금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치카짱에게 고마워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게...미안, 요우짱이 갑자기 수영부에 얼굴을 비추고 와야 한다고 해서 말이야.
그리고 2학년 수업은 1학년 수업보다 더 늦게 끝나기도 하고..
그래서, 루비쨩은 유닛연습까지 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우선, 수업 끝나면 교실에서 기다리지 않을래?」
귤색의 머리가 두 손을 모으고 사과를 합니다. 크게 사과할 만한 일도 아닌데, 루비를 걱정해 주는 마음씨가 예뻐 보였습니다.
참고로 치카짱이 말한 유닛 연습이라는 건, 치카쨩, 요우짱 그리고 루비로 구성된 CYaRon!에 대한 것이에요. 요즘 Aqours는 큰 라이브를 앞두고 유닛 별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응. 완전 괜찮아.」
「다행이다, 그러면 방과후에 봐!」
치카짱은 손을 크게 흔들고 씩씩하게 복도를 뛰어갔습니다.
치카쨩! 하고 불러세워서 마찬가지로 손을 흔듭니다. 슬쩍 돌아본 얼굴에는, 라이브 중 치카쨩의 자기소개에 나오는 멘트 대로 태양 같은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환하게 인사하는 그 얼굴에 루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쩐지 소심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루비로서 지금과 같은 미소나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 치카짱의 장점들은 꼭 흡수하고 싶어요.
사소한 일에 안절부절하지 않고 대담하게 스마일! 분명, 산뜻한 표정으로 힘든 일들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저 자신의 일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일상에 지친 얼굴로 라이브를 찾은 관객들에게도 포지티브한 기운이 전해지게 된다면 좋겠네요.
방긋 웃는 루비, 언젠간 될 수 있을까요?
「저기, 루비. 좀 들어줘, 즈라마루가 말이지.」
「요시코쨩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유, 루비쨩.」
치카짱에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배웅도 했겠다, 이제 자리에 앉아 1교시 복습을 해볼까 싶었는데 요시코쨩이 다가옵니다.
들어줘, 들어줘 하며 귀엽게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보건대, 루비가 대화를 하는 내내 마루쨩에게 혼나고 있었던 것 같네요.
한편, 요시코쨩을 내버려두라던 마루쨩은 이런 일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책상에서 수업준비를 하는데 열중입니다.
풀죽은 요시코쨩은 눈을 껌뻑껌뻑, 루비에게 무언의 언어를 전합니다. 고양이 상의 얼굴인데도 뜻밖에 강아지를 닮은 눈빛이 불쌍합니다.
그럼 여기서는 요시코쨩을 달래주기도 할 겸 어울려볼까요. 리틀데몬 4호로서 타천사를 돕는 일은 무척 재미있기도 하니까 말이죠.
어느새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됩니다.
쉬는 시간마다 요시코짱과 함께 떠들었더니 점심시간 전 마지막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배가 끊임없이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바람에 많이 부끄러웠네요. 으유..루비는 위마저 침착하지 못한 가봐요.
하는 수 없이 수업 중에는 우선 하나마루쨩이 건내준 사탕을 입에 물고,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하나마루쨩, 요시코짱과 함께 안뜰에 나가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사탕으로 당분을 채운 덕분에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것도 피했네요. 하나마루쨩에게 또 감사할 일입니다. 고마워, 마루쨩.
식사를 할 때는 요시코짱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비엔나 소세지나 하나마루쨩의 할머님이 담그신 토란조림을 나눠 먹으며, 어제 방송했던 요시코짱의 점집방송 이야기를 했습니다. Aqours에 들어오고 나서도 요시코짱은 가끔 방송을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요즘 요우짱과 자주 어울리네, 요시코쨩.」
「..응, 등교도 같이 하고..노래도 둘이서 부르다 보니 어쩌다 보니까.」
「그래도 설마, 그 초라한 방송에 나갈 줄은 몰랐어유.」
「초, 초라하지 않거든! 완전 화려하거든! 그치, 루비?」
그렇습니다. 어제 방송이 식사 도중에 화제가 된 이유는 요우짱이 요시코짱의 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꾸 문자로 어제 자신의 방송을 꼭 보라고 했던 요시코짱의 속내도 그제서야 알게 되었죠.
「뭐, 어떤 의미로는 화려했쥬. 점술방송에서 등 짚고 뜀틀넘기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유.」
「그, 그건 그러니까, 그냥 갑자기 분위기를 타다보니.」
「그래도 정말 대단했어. 루비도 역시 운동 잘하고 싶다.」
뜀틀넘기와 다리찢기. 발레리나들이 할 법한 유려한 턴동작들. 점술방송은 커녕 정상적인 요우짱과도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텐션.
요시코짱은, 요우짱 자신이 인터넷 방송에 나온다는 것에 텐션이 높아져서 몸을 움직여가며 이것저것 선보인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확실히 어제 방송에 나온 요우짱은 에너지가 넘쳐 보였어요. 그 덕에 방송이 어수선해지기도 했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재미와 별개로 루비가 방송에서 느꼈던 것은 요우짱의 운동능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몸이 그렇게까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할까요. 정말 신기합니다.
사실, 굳이 방송을 통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요우짱은 운동에 재능이 있습니다. 다이빙 예비 국가대표에도 선발될 정도이죠.
몸을 쓰는 일 뿐만 아니라 배우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딘 루비는 그런 요우짱이 부럽습니다.
저렇게 몸이 가벼우면 루비도 더 댄스를 잘 할텐데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매번 보이지 않는 격차를 느낍니다.
그러나 격차를 느낀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거에요. 예전의 루비였다면 주저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루비는 한 살 더 먹고 더 어른스러워졌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CYaRon!의 유닛 활동에서 요우짱에게 스텝이나 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자주 물어볼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은 요우짱과 무대에 섰을 때, 조금..으응, 많이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돌에 대한 마음은 누구에게도 절대 지지 않으니까, 요우짱에게 가르쳐달라고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루비도 춤실력을 키워나갈 거에요.
응, 할 수 있어. 간바루비!
「그럼 이제 일어나볼까유?」
루비가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응원하며 다짐을 마칠 때쯤 마침 식사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손수건으로 도시락을 싸서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후부터는 평소처럼 마루짱을 따라 도서실에 갈 예정입니다.
마루쨩은 도서위원이라 점심시간에도 도서실에서 책의 대여 업무나 관리를 하며 책을 읽어요. 루비도 옆에 앉아서 스쿨아이돌의 잡지를 읽는 것이 두 사람의 일상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요시코짱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드르르륵'
저 멀리 창문 밖으로 푸른 바닷가와 만년설의 후지산이 보이는 긴 복도를 지나 도서실의 문을 엽니다. 그러자 오늘도 마루쨩이 '무겁지만 보드랍다'고 느끼는 책들의 공기가 세 사람을 맞이했습니다.
마루쨩이 카운터에 앉아---최근에는 '미라이즈라'도 외치지 않고 어느덧 매우 익숙해진---컴퓨터를 키고 공기를 스읍하고 들이마시자, 같은 공기이지만 그게 견디기 힘든지 요시코쨩은 창가로 달려가 커텐을 확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엽니다.
루비는 요시코쨩이 커텐을 묶는 걸 도와준 뒤 마루쨩 옆에 가서 앉았습니다. 푹신따뜻한 방석이 루비를 맞이해줍니다.
이제,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이 자리에서 느긋하게 있을 계획이에요.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루비가 좋아는 일이지요.
소금기 찬 바닷바람과 책냄새가 뭉클하게 마음을 적시는 정오의 풍경.
조금은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깜빡하고 있으면 따가운 햇살마저도 천천히 넘어가는, 시골마을의 평범하지만 평화로운 오후가 시작됩니다.
「계세요?」
「아, 리리?」
「어머, 욧쨩?」
귓가에 들리는 곱고 여성스러운 목소리. 루비가 잠깐 눈을 감고 있는---절대 안 잤어요--- 사이에 리코쨩이 도서실에 방문한 모양이네요.
「어쩐 일이야, 리리?」
「응. 책을 반납하려고 왔어. 그러는 욧..요시코쨩이야말로...드문 일이네.」
「드문 일이라니, 실례네. 요하네도 책 쯤은 얼마든지 읽거든?」
「...그래, 그런 걸로 하자.」
「잠깐, 그 반응은 뭐야? 리리?」
아무래도 모두의 안에서 요시코쨩의 이미지가 꽤나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뜬 루비도 리코쨩에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 리코쨩. 책 반납하러 온거야? 무슨 책 읽었어?」
「안녕, 루비쨩. 으응. 그게..대단한 책은 아니고.」
도쿄에서 온 전학생.
치카쨩 요우쨩과 같은 2학년인 리코쨩은 옆머리를 자연스레 귀 뒤로 넘기며 품에 안고 온 책을 보여줍니다.
그 일련의 동작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참해 보여서 루비는 책이 아니라 리코쨩을 쳐다봤습니다.
길게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다소곳하게 삔으로 꽂아 고정시킨 앞머리.
본인은 항상 수수하다고 하지만 시골여학생이 보기에는 세련되 보이는 용모와 고작 1년의 나이 차에도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품위.
와아...이것이 루비의 입을 헤에 하고 벌어지게 만드는 리코쨩 특유의 분위기입니다. 언니와 같이 전통예절교육을 들을 때마다 강조되었던 '요조숙녀'라는 건 아마 리코짱을 나타내는 것이겠죠. 루비는 그 짧은 순간에 감탄했습니다.
「루비쨩?」
「앗, 응 미안. 루비가 반납수속 해줄게.」
괜찮은건가하고 주욱 내려다보는 그 가느스름하면서도 둥글둥글한 고양이 눈매에 루비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립니다. 으..잠이 덜 깬 걸까요.
마루쨩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카운터에 없었기에, 리코쨩의 책을 대신 반납할 요량으로 카운터에 다가가 앉았습니다.
바코드를 읽기 위해 스캐너를 들고 리코쨩이 건네준 책을 받자, 거기에 써 있는 것은.
'교토의 벽 (교토 행복 클럽)'
「....」
「....」
순간, 보드랍던 도서실에 공기가 '슷'하며 기온이 내려가는게 느껴졌습니다.
미리 짠 것도 아닌데 루비를 포함해서 요시코쨩마저 입을 다무는 걸 보니, 리코쨩의 이미지도 딱하지만 많이 왜곡되어 있는 거네요...
「저...저기? 두 사람 갑자기 왜 조용해지는거야...?」
「....」
「....」
「이..이건 딱히 그런 책이 아니야. 봐봐, 천년도시 교토의 문화에 관한 책이야.」
팔락팔락.
리코쨩은 조금 허둥댔지만, 침착하게 책의 목차를 펴서 내용을 보여줍니다.
응..어디어디, 1장은 성곽없는 거리 2장은 교토의 언어...
다행이네요. 확인해보니 진짜로 교토 문화와 사람들에 관한 책이라 안심이 되었습니다.
「정말, 두 사람 다. 내가 그런 책만 읽을 리 없잖아.」
「하..하하하하. 역시 그렇지?」
그런 책이라는게 뭔데? 하고 물어보고픈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루비는 멋쩍게 대답하는 요시코짱과 똑같이 웃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전부 다르니까, 세상이 가지각색의 빛으로 물들어 재미있는 거겠죠.
특이한 취미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루비에게는 여전히 리코쨩의 좋은 점이 훨씬 많이 보입니다.
Aqours의 멤버 중에서 차분하고 성실한 모습은 리코쨩이 제일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Aqours의 전곡을 작곡하는 피아노 실력과 그림까지 잘 그리는 타고난 감수성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어요. 요우짱과 함께 의상을 담당하는 루비도 가끔 리코쨩의 피아노 연주에서 영감을 받을 정도랍니다.
이처럼 도시에서 온 리코쨩이 있기에 Aqours가 더 다채로워질 수 있었던거에요.
「다 된거지? 그럼 있다가 수업 끝나고 봐.」
「응, 나중에 보자.」
반론은 어떤 것이든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걸음으로 리코쨩이 반납을 마치고 돌아가자, 뒤이어 들어온 하나마루쨩과 함께 요시코짱, 루비도 교실로 돌아갈 준비를 서두릅니다.
오후 수업은 루비가 잘 못하는 수학이지만, 아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더니 피곤함이 가셔서 열심히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방과 후에 있을 스쿨아이돌 활동을 기다리며 간바루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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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틀넘기에 다리찧기 이 부분 오타 같네요. | 17.09.21 2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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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후편은 조금 다듬어서 내일 또 올려보겠습니다 | 17.09.21 23: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