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과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듀얼을 하자!=
=본 팬픽은 OCG/오피셜 카드 게임 룰을 준수합니다=
쏟아지는 검붉은 피.
휘청거리는 남자의 몸.
고통스러운 신음이 섞인 기침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어..어? 어이!? 괜찮아!? 초..초룡!"
"컥..쿨럭! 쿨럭!"
"괜찮은거냐고 묻고 있!?"
걱정스런 표정으로 남자의 안위를 물으려 했던 붉은 미역머리의 여성, '강미래'는.
고통스러워 하며 피를 토하고 있던 남자, '초룡'이 입고 있던 파티 수트 안쪽의 셔츠에 튄 피를 닦아주려다가,
옷깃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던 것을 보고 말았다.
"이게 뭐..야?"
미래의 눈에 담겨진 것은 바로 '이형의 흉터'.
마치.. 사람의 피부 위로, 화상자국과도 유사한 불길하고도 흉측한 것이 '자라고' 있었다.
딱 보기만 해도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형상.
화상자국, 아니, 이 '불길한'걸 그렇게 표현해도 괜찮은 걸까?
마치 살아있는 채로 초룡의 생명을 갉아먹어가고 있는 듯이 보이는 이물질의 모습에 미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쿨럭.. 컥! 하아.. 하아.. 이런.. 들켰나,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할 때.. 발작이.."
"이게 뭐냐고 묻고있잖아!!! 당신 설마."
"그래, 짐작한대로, '크래쉬먼트가 할퀴고 간 상처'야.. 절대로, 나을 수 없는."
경악한 미래를 앞에두고, 초룡은 천천히 설명하였다.
마이스터즈의 일원이 되기 전에 벌어진 용신회 습격 사건.
오른팔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그를 '실험대'로 쓰기 위해, 용신회의 대장로 타이롱은 그에게 '마왕룡 베에르제'라는 크래쉬먼트 카드를 쥐여주고는
부의 감정을 증폭시켜, 현대 의학.. 아니, 있을 수 없는 기현상을 만들어내 그에게 오른팔을 '돋아나게' 해주었다.
미래도 알고 있는 그 일련의 사건은 초룡의 친우인 마르네스와 펼친 듀얼을 끝으로 막을 내렸고.
그에게 돋아났던 흉측한 오른팔도 꺼지는 불꽃처럼 사그라들었다만..
그건 초룡에게 있어 끝이 아닌 새로운 끝의 시작, 즉,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기괴한 오른팔은 사라졌다만, 크래쉬먼트의 독기를 받아 육체를 형상화한 덕분인지, 초룡의 오른쪽 반신으로부터 심장 부근에 이르는
검은 흉터가 자리잡았고, 이는 조금씩, 그의 몸을 갉아먹으며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해석조차 불가능하고, 그 덕분에 알맞은 치료를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흉터가 초룡의 생명을, 신체조직을 갉아먹어가며 성장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초룡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내리는 사형선고를 듣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은 직감하고 있었다, 크래쉬먼트의 독기에 당했을 때 부터, 자신의 몸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것을..
그 때문에 초룡은 더 이상 병상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어진 이상, 생명의 불꽃을 꺼뜨리기 전에, 이뤄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에 잠겼고.
도중에 떠올린 한 가지 목표, 그리고 '친우'와 나눈 약속을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완수하기 위해서.
그는 듀얼리스트로서 복귀를 결심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정신력을 이끌어 고통을 억누르고, 상체 전부를 가리는 차이나 수트와 기계식 의수로 흉터를 가린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평정을 유지한다 할 지라도, 망가지기 시작한 몸은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동료들에게 쓸때없는 걱정을 주지 않기 위해서, 몰래몰래 숨어서 발작을 진정시키곤 했으나,
때때로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수반한 발작이 찾아오고, 검붉은 피를 토하고, 괴로움에 몸부림 친다.
그리고, 이 횟수는 점차 늘어났다.
그가 격렬한 듀얼을 펼치고 죽지 못해 살아남을 때 마다.
하지만, 발작의 횟수가 늘었다고 한들,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영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는 전력에서 제외되고 말 것이다.
마이스터즈의 상황은 궁핍하다, 초룡이 빠지게 되면 최소 규모 인원수인 4명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
그리고, 비단 마이스터즈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자신 역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선 소찬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에겐 이 사실을 숨겨왔다만..
그것이 오늘에 이르러 기어코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 미래를 떨어뜨려 혼자서 발작을 처리하려 했던 것이 실패하고 만 것이다.
"무슨.. 당신, 설마.. 처음부터 이런 몸으로!?"
"허억..허억, 그래도, 들킨게.. 미래양이라서, 다행이네, 허억.. 부탁해, 소찬이나 카를한텐, 비밀로.. 해줘."
"지금 장난해! 비밀은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당장 죽기 일보직전인 주제에! 지금 당장 병원으로!"
초룡은 다급해진 미래의 손을 붙잡아 만류했다.
소용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다면서 말이다.
"괜..찮아, 아직은, 죽지 않으니까.."
"당신.."
"지금은 나 보다.. 소찬을 구해내는 게 우선이잖아? 괜찮아.. 발작은, 좀.. 멎었으니까, 당분간은 괜찮을거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부탁이야 미래양, 이제.. 괜찮으니까."
떨리는 미래의 오른손을 자신의 차가운 기계 의수로 덮는다.
여기서 쓰러질 순 없다.
아니, 오기로라도 쓰러지지 못한다.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친우와의 약속도.
자신을 구해준 소찬에게 갚아야할 빚도.
그리고 복귀를 결심할 때 한 맹세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는 죽을 수 없다.
굳센 정신력만이 그를 지탱하고,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그 결의와 결심을 보면서, 미래는 울먹거렸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살지 못할 것이란 것을.
그리고, 소찬과 함께하여, 그녀의 적들이자 자신의 적과 싸우게 되면, 그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은 더더욱 단축 될 것임을.
그런데도 초룡은 단 한번의 불평도 말하지 않고 소찬의 부탁을 수긍해, 기꺼이 동료로서 함께 싸워왔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마이스터즈와 함께 싸우기로 결의하고,
용신회에서 그녀에게 구해진 빚을 갚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붙잡힌 동료를 위해서, 괴로움을 참고 싸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심정을.. 필사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향해 달려나가며, 설령 그걸로 목숨을 잃는다 할 지라도 나아가는 것을 멈추려 하지 않는 그 모습은
소찬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때문에 농장에서 있었던 일이 오버랩되며, 또 다시 말문이 막힌 미래는 분함에 치를 떨었다.
'난.. 막을 수 없어.'
지금 초룡을 잃을 수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그렇다.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마이스터즈의 소중한 동료고, 마이스터즈를 위해 그 누구보다도 헌신하며 싸워왔다.
그것은 지금 역시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남자의 결의를 허사로 돌릴 수 없었고.
그런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분했기 때문에, 미래는 입술을 깨물며 떨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미래양.. 이런 모습, 보여줘서."
"왜야! 왜.. 그런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말렸을텐데! 대체.. 왜!"
"울지마, 아픈 건 난데 왜 미래양이 우는거야? 미래양 같은 미인에게 울상은 안 어울린다고."
"지금 그딴 시시껄렁한 말이나 할 때야!?"
"그래, 미래양은 그렇게 화를 내는 편이 더.. 어울려."
미래를 진정시킨 초룡은 그대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미래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입가와 상의에 묻은 피를 닦아낸 초룡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듀얼 파티로 몸을 던지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웃챠, 조금 있으면 페레스양이 돌아올테니까, 이제 새드 타임은 끝내도록 하자고."
"당신, 정말로 그 몸으로 계속 싸울 생각이야?"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소찬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잖아? 그러니 미래양.. 이 일은 제발 불문에 부쳐줘."
"선배님~ 초룡씨~ 어딨어요~? 이 페레스가 패트병 주스를 공수해왔습니다~!"
초룡의 말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박하려고 했던 미래였다만.
타이밍 나쁘게 페레스가 돌아온 덕분에, 미래는 초룡을 만류할만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멀쩡한 척, 페레스가 건네준 주스를 뿜는 개그까지 펼치며 헐렁하고,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 이렇게 멀쩡하지 않느냐? 같이, 무리하는 초룡의 모습에
아무런 리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측은한 기분만이 그녀의 마음 속에 맴돌았다.
<듀얼 콜로니, A구역 비갈르티아, A랭크 길드 '돌 퍼레이드' 길드 존 토쳐블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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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퍼레이드발 특별 이벤트! 홀 크라운 듀얼 파티 특설 규칙!=
1.참가자 혹은 참가 길드 중 어느 한 곳이 돌 퍼레이드 4인방이 가지고 있을 '페어리테일' 카드를 전부 모으면 최종 우승!
2.우승자에겐 돌 퍼레이드가 가지고 있을 모든 에인헤야르 토큰과 A구역 유일의 길드존인 도처블 킹덤의 소유권이 주워진다.
3.참가자들 끼리 듀얼하거나 혹은 돌 퍼레이드에게 도전할 때 역시 참가자들은 가진 에인헤야르 토큰을 전부 걸어야만 듀얼 할 수 있다.
4.다수의 듀얼리스트와 싸워야 할 것이 상정된 돌 퍼레이드 인원들은 듀얼 할 때 무조건 1개의 에인 헤야르 토큰만 건다.
5.다만, 돌 퍼레이드 인원들은 패배가 결정되어 페어리테일 카드의 소유권을 잃을 경우, 더 이상 듀얼에 참가하지 않는다.
<페어리테일 카드 현황>
-북쪽 전망탑/ 페어리테일 '백설' 현 소유=길드 마스터 마리스
-서쪽 전망탑/ 페어리테일 '신데렐라' 현 소유=서브 마스터 샤니에
-동쪽 전망탑/ 페이리테일 '카구야' 현 소유=류지아네 테일러
-남쪽 전망탑/ 페어리테일 '타리아' 현 소유=마이스터즈의 초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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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입가경의 홀 크라운 듀얼 파티도 어느덧 개최한지 두 시간이 지나 중반부로 돌입.
파티의 무대인 사방의 전망탑 각지에선 눈을 땔 수 없는 명듀얼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걸로 결판을 내겠어~★ 각오해 류지언니! 마법카드 죽은자의 소생 발동! 부활하렴, 카오스 가디스~★"
"오! 카오스 가디스가 부활했어!"
"그리고 몬스터 효과로 내 묘지에 존재하는 레벨 5 이상의 어둠속성 몬스터, 블러드 메피스트를 부활!"
"됐다! 이걸로 아리엔의 필드 위엔 카오스 가디스, 블러드 메피스토, 카타스톨 까지 몬스터가 3장! 어느 한 쪽의 공격이 적중하기라도 하면 아리엔의 승리야!"
"훌륭한 전략이로군요, 아리엔.. 그야말로 이번 듀얼을 빛낼 뜨거운 한 수, 그럼 저도 거기에 부응하도록 하죠, 리버스 카드 '엑시즈 리본'을 발동, 묘지에서 소생하라, CNo.40, 기믹퍼펫-데블즈 스트링스!"
"큭, 아리엔이 힘겹게 쓰러뜨린 몬스터를!"
"그치만 괜찮아! 공격은 막혔지만, 블러드 메피스토가 소생한 이상, 다음 스텐바이 페이즈에 효과 데미지로.."
"아뇨, 진화한 인형 마술사의 쇼타임은 지금부터입니다, 데블즈 스트링스의 몬스터 효과 발동! 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때, 스트링 카운터가 쌓인 몬스터를 전부 파괴해, 그 중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은 몬스터 카드의 수치만큼 데미지를 줍니다."
"어? 그치만 방금 소생한 카오스 가디스랑 블러드 메피스토는 카운터가 없.. 아!? 카타스톨이!"
"이걸로 폐장하도록 하죠."
-콰앙!-
아리엔 LP:0
== 류지아네 WIN ==
"아~! 아리엔 저버렸어.. 그치만, 재밌었어~★ 류지언니!"
"저 역시, 만족스러운 듀얼이었습니다 아리엔, 다음에 또 같은 무대에서 만나도록 하죠."
"훌륭한 듀얼이었던 건 인정하지, 그럼 이제 그만 차례를 넘겨줬음 하는데, 밴더즈 스파킹."
"엇!? S랭크인 올 마이터즈의?"
"탐색전은 끝나셨나요? Mr.카인."
"그래, 당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설계가 끝났거든."
동쪽 전망탑에서 격렬하게 펼쳐지던 인형 마술사, 류지아네 테일러 VS 듀얼 아이돌 아리엔의 승부는 류지아네의 승리로 결착이 지어짐과 동시에.
그 듀얼을 관전하면서, 류지아네의 공략법을 생각해냈다면서 S랭크 길드, '올 마이터즈'의 일원인 '카인'이 그녀에게 승부를 걸어왔고.
"배틀! 마돌체 푸딩세스로 염왕수 가네샤를 공격!"
"하지만 샤토의 효과를 받아 공격력이 1500인 푸딩세스보다 가네샤의 공격력이 높은데, 자멸할 샘이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마스터 마리스!"
"그럼요, 이 순간, 리버스 카드 '마돌체 매너'를 발동, 제 묘지에 존재하는 마돌체 몬스터를 덱으로 되돌려, 푸딩세스의 공격력을 800 포인트 올릴 수 있죠, 지금 푸딩세스의 공격력은 샤토의 힘을 받아 1500, 거기에 800점을 더하면."
"2300인가!?"
페넥스 LP:700
"이걸로 당신을 지켜주던 몬스터는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제 필드 위에 남은 마죠레느로 직접 공격하는 것 뿐."
"그러네.. 가네샤는 군말없이 퇴장하긴 했다만!"
-화르륵!-
"내 불꽃은 아직도 연소중이라고! 가네샤의 두번째 효과! 파괴되어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 묘지에서 가네샤 이외의 화염속성 야수/야수전사/비행야수 중 1장을 골라 효과를 무효로 한 채로 소생시킨다! 부활하라 나의 열정! 염왕신수 가르도닉스!"
"과연.. 부활효과를 내장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북쪽탑에서는 길드 마스터간의 뜨거운 듀열이 한창.
서로간의 일진 일퇴를 거듭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쪽 전망탑에서의 승부와 파티회장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벌어졌던 듀얼,
도합 2연전을 끝내고 페어리테일 카드를 소유하게 된 마이스터즈 일행. 초룡, 미래, 그리고 그외 인물인 페레스 이렇게 3명은
파티홀을 지나 다음의 목적지로서 가장 가까워보이는 서쪽탑으로 진행. 전망탑의 정상으로 향하는 나선 계단을 오르는 와중이었다.
"하아.. 하아.. 선배애애애 좀, 같이.. 헉! 가..가요!"
"나도 힘들거든? 혼자 엄살떨지 말고 빨랑 올라와."
"그..그치만, 전.. 인도어.. 파.. 라고요~ 선배도.. 허억.. 재학 시절에는.. 허억, 체육 실기.. 허억, 안.. 좋으셨으면서.."
"그거야 뭐, 그랬다만.. 초야 할머니의 무서운 지옥 훈련을 덕택에 살짝은 개선됐으니까."
탑 꼭대기로 향하는 계단이 좀 길긴 하다만,
벌써 체력이 방전되어 헐떡거리는 페레스완 달리, 목장에서의 특훈 덕분에 저질 체력 문제가 커버가 된 미래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페레스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던졌다.
"그치만 미래양,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용호산 때의 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으니까."
'지금 댁이 그런 말 할 형편이야?'
라고, 평소같았으면 시원스레 반박해줬겠다만.
초룡과의 약속으로, 그의 몸 상태를 불문에 부치기로 한 미래로선 속으로 말을 삼키고, 그를 쏘아보는 것으로 반박을 대신하였다.
"나 혼자 올라갈테니까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괜찮은데."
"됐네! 행여나 홀로 냅뒀다가 또 무슨.."
"어? 허억.. 그게.. 뭔.. 소리에.. 허억.. 요?"
"아무것도 아냐!"
"페레스양, 힘들어보이는데, 내가 부축해줄까?"
"그게.. 허억.. 정말.. 허억.. 이세요?"
"안돼!"
단호하게 초룡의 호의를 가로막는 미래.
평정을 가정한채로 또 쓸때없이 무리하려고 하는 걸 방지하려는 그 압박감 넘치는 표정에 초룡은 흠칫, 하고 놀라 침묵하고 말았다.
"에엑.. 왜요 선배.. 서..설마!? 선배.. 질..ㅌ..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고르곤의 눈 끄시지! 그리고!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힘내."
미래의 호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헐떡거리는 페레스를 이끈채로, 세 사람은 전망탑의 정상,
마치 등대 관망소 같이 넓은 홀에 도착하였고, 그리고.. 동시에,
플레임 플래그즈의 일원들을 쓰러뜨린 서브 길드 마스터, 검은 고딕 드레스와 음울한 표정을 한 가느다란..여성,
'샤니에'에게 도전장을 던진 S랭크 길드, '올 마이터즈'의 일원인 '터크' 간의 듀얼이 접입가경으로 흘러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골치아프군, 파괴내성에 특수소환 재밍 능력을 가진 몬스터라니."
"샤하하하핫! 그럼 빨리 서렌이나 하시지 그래!!!"
"하지만, 제거법이 없는 건 아니지, 1번의 특수 소환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니까, 필드 위의 인잭터 호넷의 몬스터 효과 발동! 묘지에 존재하는 인잭터 아마이제를 장착해 자신의 레벨을 3 올려 6으로 만든다."
"레벨 업 효과?"
"그리고, 레벨 6이된 호넷과 수비표시로 존재하는 기가위블로 오버레이!"
샤니에의 필드 위에 나와있는 융합 몬스터, 공격력 2200의 엘섀도르 미도라시.
카드 효과론 파괴되지 않는 효과파괴 내성과 양측 플레이어의 턴 특수 소환을 1번만으로 제한시키는 극악의 재밍 능력까지 갖춘 몬스터에게
고전하던 터크였으나, 이윽고 역전의 한수를 짜내기 위한 플레이에 돌입.
필드 위에 남은 인잭터 호넷의 효과로 묘지로 보냈던 아마이제를 장착해 필드 위에 남아있던 또 다른 인잭터 몬스터의 레벨과 병렬시킨 뒤.
그 2장을 겹쳐 새로운 몬스터를 부르는 '엑시즈 소환'으로 이어갔다.
"황금의 전신, 폼 업!"
-인잭트!-
"엑시즈 소환, 랭크 6, 인잭터 엑사비틀!"
오버레이의 소우주가 폭발함과 동시에 터크 앞에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하며 나타난 거대한 다중무장을 들고있는 황금의 갑충전사.
그의 주력 카드중 하나인 인잭터 엑사비틀이 지금 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엑사비틀의 몬스터 효과, 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때, 양 플레이어의 묘지에 존재하는 몬스터 1장을 선택해, 장착하고, 그 몬스터의 공격력/수비력의 절반 수치를 엑사비틀에게 가산시키지, 내가 선택할 것은 네 묘지에 존재하는 엘섀도르 셰키나가!"
엑시즈 소환에 성공한 엑사비틀은 자신의 복합 무장을 하늘 높이 치켜올렸고.
이윽고 그곳에서 쏘아진 작은 광파가 샤니에의 듀얼 디스크에 적중, 그녀의 묘지에 잠들어있던 셰키나가의 형상을 불러내 자신에게 장착.
그 수치 절반만큼인 1300/1500를 가산시켜 2300/2500, 바로 미도라시를 뛰어넘을 수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내 셰키나가를 파워업 소재로 사용했나? 샤하하핫! 하지만, 내 라이프는 아직 500점, 그 공격만으론 날 쓰러뜨릴 수 없어!"
"억측이 심하군."
"?"
"엑사비틀의 몬스터 효과! 자신의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제거해, 양측 플레이어의 앞면 표시 카드 1장씩을 선택해 묘지로 보낸다!"
"묘지로 보낸다고? 그렇다면!"
"그래, 파괴내성과 상관없는 제거 택스트, 이거라면 미도라시도 별 수 없지, 휘둘러라! 엑사비틀! 내 필드 위에 앞면표시로 남은 '밸류어블 폼'과 '엘섀도르 미도라시'를 묘지로 보내라!"
터크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거대한 복합무장을 휘두른 뒤, 땅을 향해 내려치는 엑사비틀.
그와 동시에 발생한 충격파에 의해 터크가 선언한 지속 함정 벨류어블 폼과 샤니에의 필드 위에 있던 엘섀도르 미도라시가 충격파에 휩쓸려
한 줌의 가루로 산화하고 말았다.
"큭, 미도라시의 몬스터 효과,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 '섀도르 마법/함정'을 회수한다.. 내가 선택할 건, 엘섀도르 퓨전."
"이걸로 네 필드 위엔 몬스터는 없다, 끝을 내도록 하지, 엑사비틀로 다이렉트 어택!"
파괴내성을 앞세워 샤니에의 필드를 지켜주던 미도라시가 사라진 지금.
그녀를 지켜줄 몬스터는 없는 상황, 남은 라이프 500 점 따윈 엑사비틀의 공격이 닿기만하더라도 소멸할 것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터크는 승리를 확신하며 최후의 공격 선언을 내렸으나.
"샤핫, 이 순간 리버스 카드, 리빙데드가 부르는 소리를 발동!"
'소생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나? 허나, 셰키나가를 잃은 지금, 그녀의 묘지에서 엑사비틀과 견줄 몬스터라곤 미도라시 뿐.'
"소생하라 미도라시!"
"상관없다, 샐비지 효과도 어차피 사용해 남은 패라곤 섀도르 퓨전 1장 뿐인 지금, 몰아붙이겠다!"
구사일생, 최후로 남아있던 2장의 리버스 중, 소생카드인 리빙데드를 발동시켜 미도라시를 불러내는 샤니에.
이걸로 그녀의 라이프가 소멸하는 것 만큼은 피할 수 있겠으나, 필드 위에 다른 몬스터는 안 남고, 가진 패라고는 방금 회수한 속공 융합 카드 뿐이니, 여기서 몰아치면 다음 자신의 턴에 끝을 낼 수 있다고 판단, 엑사비틀의 공격을 재개했으나..
"크.. 크흐흐..샤하하하핫! 걸려들었구만!"
"!?"
"마지막 리버스, '풀섀도르 아이온' 발동!"
'섀도르 함정 카드?'
"이 카드의 효과로 내 패의 '섀도르 카드'를 버리고, 필드 위에 나와있는 섀도르 몬스터의 공/수를 1000 포인트 올린다!"
"파워 트릭 카드라고!? 허나.. 네 패에 섀도르 카드는.. 아차!?"
"그래! 댁이 방금 회수시켜준 엘섀도르 퓨전이 있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지! 엘섀도르 퓨전을 묘지로 보내고 미도라시의 공격력을 1000 포인트 올린다!"
단박에 역전된 파워 밸런스.
패가 남아있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던 카드가, 미도라시의 샐비지 능력을 이용해 카드를 회수한 지금에서야 발동되어
듀얼의 흐름을 뒤바꿨다.
"이걸로 미도라시의 공격력은 3200! 엑사비틀과의 공격력차이는 900! 댁의 남은 라이프는 800!"
"윽!"
"샤하하하하핫!!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엔드롤이다!"
코스트로 충당할 카드를 버리고 미도라시의 공격력을 증강, 돌진중인 엑사비틀에게 요격의 광파를 쏘아내 격추시켰고.
뒤이어 엑사비틀이 막아내지 못한 광파의 후폭풍이 터크를 덮침과 동시에 그의 남은 라이프도 소진시켜 0이 되고 말았다.
터크 LP:0
== 샤니에 WIN! ==
"끝난 건가?"
'S랭크조차 쓰러뜨리다니, 터무니없는 실력자군.'
듀얼이 끝남과 동시에 쓰러진 터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명한 강자인 S랭크 듀얼리스트 조차도 쓰러뜨릴 수 있는 실력자임을 증명해낸
샤니에의 모습에 소름이 돋으며 한껏 위기감을 느낀 초룡이었다.
"... 다음은 당신들이 상대 해줄거야?"
듀얼을 끝내고 난 뒤, 광기 넘치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치 어딘가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태엽인형 같이
뚝,뚝, 끊기는 동작을 취하며 마이스터즈 일행을 처다보는 샤니에.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기괴한 움직임과 더불어 샤니에 특유의 음침한 표정, 그리고 내면에서 풍겨져나오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일행에게 섬뜩함을 안겨다주었다.
'뭐야 저 애.. 뭔가 여태껏 만나온 듀얼리스트들과는 차원이 달라.'
'무.. 무서워요 선배!'
'과연, 돌 퍼레이드는 언제든지 S랭크에 오를 수 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는 소문은 마냥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얘긴가.. 그치만, 지금 싸울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할 수 밖에 없어!'
방금 S랭크를 날려버리면서 증명한 것도 있다만,
풍기는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은 샤니에의 모습에 위축되어 움츠러든 미래와 페레스의 앞으로 초룡이 튀어나와 투쟁심을 내비쳤다.
"그래, 돌 퍼레이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인 샤니에양.. 난 마이스터즈의 초룡, 상대를 부탁하지."
자기소개를 끝마침과 동시에 오른손에 달린 기계의수에서 듀얼 디스크를 전개시켜 듀얼 의사를 내비치는 초룡.
겉으로만 보면 샤니에의 기력을 견뎌내고 강한 상대를 앞에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앞서 투쟁심을 불태우는 것 처럼 보였으나,
속으론 S랭크 조차 쓰러뜨린 상대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내색하고 있진 않다만, 방금 발작으로 일어난 통증도 아직 다 가시지 않은 건 물론이고,
연속된 듀얼로 인해 피로감도 쌓여 만전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
거기에 상대는 방금 자신의 눈 앞에서 S랭크를 날려버린 실력자가 상대인 만큼,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초룡으로선 긴장감이 쌓여 그것이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쪽에는 소찬의 구출이 달려있어.. 적어도 '지원군'이 도착할때 까진 한 사람이라도 더 줄여놔야..'
"잠깐..! 기다려줘, 헐렁남."
"미래양?"
"이번엔.. 내가 싸울게."
초룡이 앞으로 나서 듀얼하려고 하던 그때, 옆쪽에서 움츠러들었던 미래가 앞으로 나와 초룡을 가로막아섰다,
이번엔 자신이 싸우겠다는 말과 함께.
"무슨 소리야 미래양!? 아직 온전히 듀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
"됐어, 댁은 벌써 두번이나 듀얼 해서 피곤할 거 아니야.. 그러니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설마 내가 앞서 펼친 두번의 듀얼을 전부 힘겹게 이겨서 그래? 그거야 상대들도 강적들이었던 만큼, 내가 좀 불안하게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이겼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좀 믿어달라고."
"그래요 선배! 초룡씨 말대로 선배가 무리할 필요도 없어요! 초룡씨가 이길거에요!"
'이것들이 사람 속도 모르고..! 믿긴 뭘 믿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을 앞에두고 강건너 불구경이나 하라고? 그게 될거 같냐!?'
은연중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미래.
어딜 어떻게 본다한들, 초룡의 몸상태는 이보다 더 나빠지는 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인 최악중의 최악인 상황.
결코 이런식으로 무리하게 듀얼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샤니에의 위압감에 눌리긴 했어도, 초룡을 싸우게 하는 것 보단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해 나섰더니,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페레스와, 자신의 몸 상태를 불문에 부친 초룡은 미래 역시 아직 용호산 대격전 때 쌓인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다며
듀얼을 하기엔 힘들 거라고 그녀를 걱정하며 만류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페레스야 그렇다 치지만, 자신의 사정을 밝힌 초룡조차 얼굴에 철판을 붙였는지 태연하게 평정을 연기하며 저렇게 나오니
초룡의 사정을 알게됨과 동시에 그 사실을 비밀로 가져가게된 미래로선 복장터져 죽을 노릇이었다.
"여기있었군, 초룡!"
그렇게 미래가 속앓이를 하던 와중, 귀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목소리가 전망탑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 귀에 달라붙기를 거부하는 듯한 자신감 넘치다 못해.."
"어마무지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는.."
전망탑 전체에 울려퍼진 그 목소리의 주인공.
마이스터즈 일행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목소리에 이끌려 초룡과 미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인 전망탑의 상부,
지붕과 연결된 스테인드 글라스식 창문으로 시선을 향했고,
그곳에는 팔짱낀 채로 D-셔틀 위에 올라타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을 가진 듀얼리스트.
머리속엔 온통 듀얼 뿐이며, 거기에 소찬을 제 멋대로 숙적 취급하고는 집요하게도 쫒아다니는 스토커 기질까지 있는
승부에 목숨을 거는 S랭커이자 갑옷이 연상되는 코트복식을 한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빨강머리!"
"마르네스!"
초룡의 친우이자 그가 호출한 '지원군'인 '마르네스 폰 제르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여간에, 엄청 늦었잖냐.."
"어? 그럼 헐렁남이 불렀다고 하는 지원군이?"
"맞아, 저 녀석이야."
호랑이 굴, 아니, 적이 우글거리는 본진에 맨몸으로 처들어갈 순 없는 노릇.
소찬이 납치된 중대시안인 만큼, 혹시나 모를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초룡은 소찬과의 듀얼에 목메고 있을 마르네스에게 연락을 넣어
그를 초대장에 적힌 장소인 돌 퍼레이드의 길드존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실 인맥이라곤 마르네스 말고는 용신회랑 마이스터즈 일행 밖에 없는 초룡으로선,
구원군으로 부를 수 있는 인력이 마르네스 말곤 없긴 했지만 말이다.
"그보다 엄청 늦었잖냐, 분명 출발할 때 연락을 넣었는데."
"고대하던 숙적과의 듀얼이니, 여러가지를 준비하느라 늦어진 것 뿐이다."
"뻥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보나마나 길을 잃고 해맸지?"
"....."
D-셔틀의 네비게이션 기능조차 고칠 수 없는 천성적인 길치 덕분에 호출한 시간대에서 한참이나 뒤늦게 나타난 것을
침묵으로 긍정하는 마르네스를 보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며 왼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는 한숨을 내쉬는 초룡이었다.
아무튼, 초룡의 호출을 받고 나타난 마르네스는, 그대로 D-셔틀을 이끌어 전망탑 내부로 진입.
그대로 초룡이 있는 옆쪽에 착륙했다.
"그보다 초룡, 소찬은.. 녀석은 어딨지? 내게 도전장을 던질 정도였으니, 나와 싸우는 걸 고대하고 있을 텐데?"
"?"
"거기에 A랭크 길드, 돌 퍼레이드가 주최한 이번 파티에서 나와 결착을 내겠다니, 훗.. 그야말로 적지 속에서의 결판이 아니겠나."
'뭐야 저거? 저 빨강머리가 지금 뭐라 지껄이는거야?'
초룡 앞에 내려와서는 소찬이 도전장을 던졌냐느니, 결착을 낼 장소가 여기라느니 라는 이해불가의 뚱딴지 같은 소리만 내뱉는
마르네스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미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초룡을 노려봤고.
자기에게 그런 시선이 올거라 예상했던 건지, 초룡은 시선을 하늘로 향한채로 잘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부는 듯이 휘~휘 거리며
딴청을 피우려 했으나.. 그런 고전적인 수법이 먹힐리가 만무.
당장 초룡의 목덜미를 잡아챈 미래는 자세를 틀어 마치 고등학생 둘이 비밀 얘기를 나눌때 처럼 몸을 웅크린 다음,
마르네스가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초룡을 추궁했다.
'이봐 헐렁남,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아니 그게.. 방금 봤던 대로 돌 퍼레이드는 S랭크도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자들이잖아? 그래서 마르네스를 지원군 삼자 싶어서 연락을 건 것 까진 좋았는데, 녀석을 불러낼 마땅한 명분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 그래서 그만~"
'야...'
초룡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저 독불장군 스러운 녀석이 소찬이 납치됐으니까 도와줘! 라고 솔직하게 말한들,
귓등으로 흘리면서 '납치? 어처구니가 없군, 허나 걱정할 거 없다, 초룡, 소찬은 내 호적수인 여자,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겠지.'
라며 되도않는 허세를 부리며 부탁을 거절할 게 분명했던 터라.
마르네스를 구슬릴 명분, 그러니까 녀석이 목매고 있는 소찬과의 듀얼을 소재로 해서,
살짝쿵, 사실을 변형시켜 마르네스를 불러냈다 라는,
그냥 오랜만에 만나서 밥이나 먹자~ 며 불러냈는데, 알고보니 미팅 장소에 인원 채우기로 불러낸거네? 정도의 거짓말로 그를 불러냈다는 설명에
나중에 얻어터져도 할말 없겠구만 이거.. 라는 감상을 내놓는 미래였다.
"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우린 헬름 나이트를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미래가 질색하는 한편, 얌전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샤니에가 그제서야 상황에 끼어들려는 듯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마르네스를 응시했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애초에 돌 퍼레이드가 주최한 이번 홀 크라운 파티엔 헬름 나이트는 초대 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마르네스는 불청객이나 다름없으니, 파티의 주최자 측인 샤니에로선 당장 그를 내쫒아도 마르네스로선 할말 없는 상황.
물론, 마르네스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성실한 성격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초대? 뭔가 했더니 이 듀얼 존의 주인인 돌 퍼레이드의 일원인가? 네 년들의 초대는 물론이고 파티 따윈 관심없다, 내 목적은 오로지 내 숙적인 소찬과의 결착 뿐이니, 너희들의 파티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
"남의 길드존에 허락없이 구둣발을 들이민 주제에.. 되게 뻔뻔하네, 결착이고 뭐고, 댁은 불청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또 다시 뿌려지는 음산한 분위기.
아니, 살기(殺氣)가 더 적절할 법한 투기를 내뿜어 전망탑 공역 전체를 압도하는 듯한 샤니에.
대체 저 작은 소녀의 어디에서 저런 백전노장 저리가라 할 정도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는 미래와 페레스였다만, 정작 살기의 대상인 마르네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면서 되려 샤니에를 노려보며 자신도 살기를 내뿜었다.
그 덕분에 전망탑 전역은 두 사람 간의 신경전 덕분에 숨막힐 듯한 분위기가 연출.
흡사 서로간에 내뿜는 공기만으로 상대를 죽일 것만 같은 살기등등한 기세의 충돌이었다.
"불청객은 허락할 수 없어, 거기에.. 소찬은 우리 파티의 중요 인물, 우리가 다 질때 까지 빼가는 건, 용서못해."
"그럼 이 이상 떠들 필요는 없겠군!"
이윽고, 서로를 노려보던 둘은 내뿜던 투기를 그대로 다듬어 대적의 뜻을 나타냈고.
동시에 듀얼 디스크를 빼들어 대치하였다.
"초룡, 이 여자와 듀얼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네 차례는 없을 거다."
"야 마르네스.. 난대없이 샤니에양이랑 대처하면서 그 무슨.."
"그래! 여긴 저 빨강머리한테 맡기도록 하자고, 저렇게 의욕 넘치는데 막았다간 더 큰일날테고, 헐렁남도 꽤 지쳤을테니까! 응? 기껏 자기가 나서겠다는데!"
'미래양..'
어색할 정도로 오버액션을 섞어가며 만류하는 미래의 의도를 손쉽게 읽을 수 있던 초룡으로선
미래의 만류를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녀의 말대로 저 살기충만한 분위기를 가르며 듀얼에 끼어들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마르네스가 눈에 불을 키며 샤니에와 듀얼하려고 하는 지금,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 한 발짝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알았어.. 그 대신에, 반드시 이겨라."
"반드시 이겨? 그런 응원은 필요없다 초룡, 그건 결과니까!"
초룡에게 힘찬 대답을 들려주고는 바로 샤니에와 대치하는 마르네스.
서로간의 투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또 다시 격렬한 듀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듀얼!-
마르네스 LP:4000
샤니에 LP:4000
"선공은 내가 가져가겠다, 난 패에서 듀얼 몬스터, '업화의 중기사'를 통상 소환한 뒤, 말뼈의 대가를 발동, 일반 몬스터 취급인 업화의 중기사를 묘지로 보내고 2장의 카드를 뽑는다!"
"시작부터 패교환인가.. 일소권까지 쓰면서 실행하기엔 좀 낭비가 심하지 않아?"
"녀석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지켜봐주자고 미래양."
"그리고, 방금 뽑은 2장을 덮고 턴을 마친다."
당차게 덱에서 5장의 카드를 뽑는 것과 동시에 선공을 가져간 마르네스는 레벨 4의 하급 듀얼 몬스터인 업화의 중기사를 소환,
듀얼 몬스터 특유의 효과인 필드/묘지에선 일반 몬스터로 취급된다를 응용해 필드 위의 일반 몬스터를 묘지로 보내 2장의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말뼈의 대가로 패를 불리고, 손에 넣은 2장의 카드를 바로 뒤집는 것으로 듀얼의 스타트 라인을 끊었다.
"자, A랭크, 것도 한 길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인 만큼, 날 실망시키지 않겠지? 전력으로 덤벼와라!""
"덤벼? 전력을 다해? 뭘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쪽이야 말로.. 날 실망시키면 안됄 것 같은데."
"뭐라?"
"그도 그럴게.. 당신, B랭크.. 것도 알려지지도 않은 풋내기한테 졌잖아? S랭크인데."
"뭣!?"
"그런 주제에 랭크 들먹이면서 타인을 내려다보다니.. 주제 파악, 덜 됐네."
마르네스의 18번 수법인 오만방자한 도발을 역으로 돌려주는 샤니에.
샤니에 같이 음침하게 생긴 타입에게 되려 역이용 당한 것에 화가 치밀어오른 건지,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주먹쥔 오른손을 떨며 반박하는 마르네스였다.
"확실히, 내가 B랭크 듀얼리스트, 소찬에게 진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 때의 소찬은 날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그것이 사실! 그리고 난 그 패배를 겪은 것을 계기로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감히 그 듀얼을, 내 숙적을 모욕하다니!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다!"
"몰라 그딴거, 패배자의 변명 따윈 듣고싶지도 않고."
"이게 감히!"
'와.. 저 빨간머리가 저렇게 말려드는 거 처음보네.'
'마르네스 녀석, 완전히 말려들었구만.'
보통, 오만방자하게 타인을 내려다보고, 그로인해 히트업한 상대방을 철저하게 박살내는 타입의 듀얼을 주로하는 마르네스 였다만,
이번엔 자신이 그 히트업 당하는 쪽의 역할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찾아온 탓에 지켜보던 초룡과 미래는 걱정스런 눈빛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턴, 드로우..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
마르네스를 한껏 말려들게 한 다음, 자신의 턴 플레이를 개시하는 샤니에.
드로우한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를 디스크에 올려두자마자, 그녀를 중심으로 마치 검은 안개가 뿜어져나오듯이,
'그림자'가 퍼져나가 전망탑 전체를 뒤덮었다.
"필드 위에 그림자가!"
"이 필드 마법은?"
"그 다음.. 마법 카드 '어리석은 매장'을 발동, 내 덱에서 '섀도르 리저드'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로 묘지로 보내진 리저드의 효과에 따라, 덱에서 섀도르 드래곤을 묘지로 보낸다.."
"카드 1장으로 몬스터 2장을 덤핑한건가?"
"그것 뿐만이 아닐거라고 미래양."
"섀도르 드래곤의 효과 발동, 효과로 묘지로 보내졌으니, 좌측의 마법/함정 카드를 파괴."
섀도르 몬스터들이 가진 특유의 효과를 응용해 덱에서 카드를 압축함과 동시에, 마르네스가 덮어둔 리버스를 공략하는 샤니에.
"내 리버스를 줄이러 왔나? 허나 소용없는 짓이다! 리버스 카드, '구호부대'를 발동! 묘지에 존재하는 일반 몬스터 취급인 업화의 중기사를 샐비지 하겠다."
하지만, 그냥 손가락만 빨며 당해줄리가 없던 마르네스는 요격을 눈치채,
리버스 카드 구호부대를 발동, 드로우 코스트로 사용했던 업화의 중기사를 회수하며 손해를 무마시켰다.
"과연, 회수 수단을 준비해두고 있었구만."
"귀찮게... 그럼.. 패에서 엘섀도르 퓨전을.. 발동이다아아아아앗!!!"
녹색의 마법 카드를 디스크에 삽입함과 동시에,
마치 딴 사람이 된 것 마냥 격렬한 움직임과 한껏 높은 음의 목소리와 주변을 압도하는 표정으로 좌중을 놀라케하는 샤니에였다.
"깜짝이야!?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어요!"
"저게 돌 퍼레이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 샤니에양의 특징이야, 섀도르 융합 몬스터를 꺼낼때, 평소 조용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동시에 하이텐션이 되서 상대를 몰아쳐, 그 떄문에 상대방은 그 갭차이 때문에 대처가 늦어서 당해버리게 되지."
"확실히.. 아까처럼 조용하다가 저렇게 광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니, 당황할 수 밖에 없긴 하겠다.."
"내 패에서 섀도르 몬스터인 팔콘과 어둠속성 몬스터인 섀도르 고슴도치로 융합!"
샤니에의 성격이 바뀜과 동시에 발동한 마법 카드, 엘섀도르 퓨전이 만들어낸 융합의 소용돌이 속으로 2장의 몬스터가 빨려들어갔고.
"와라! 와라! 와라! 조종당하라고! 굴복하라고! 신을 섬기는 악의 무녀 앞에 무릎을 조아리고 엎드려 빌라고!"
-파앗!-
"융합 소환! 엘섀도르 미도라시!"
융합이 완료됨과 동시에, 검은 용을 탄 녹발의 마녀, 샤니에의 주력 카드 중 하나인 '엘섀도르 미도라시'가 소용돌이를 뚫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다음! 융합 소재로서 효과로 보내진 팔콘과 고슴도치의 효과를 처리! 팔콘을 자신의 효과로 세트 상태로 특수 소한! 그리고 고슴도치로 새로운 섀도르 몬스터인 섀도르 비스트를 가져오겠어, 그리고.. 이대로 배틀이다아아앗!"
말뼈의 대가를 사용하느라 코스트로 사용해버린 업화의 중기사가 묘지를 경유해 패로 돌아간 덕분에,
마르네스의 필드는 허허벌판인 상황, 이대로 미도라시의 공격이 적중되면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위험해!"
"걱정할 필요없다, 초룡! 리버스 카드 오픈! 가드 블록!"
그럴 걱정은 없다며 덮어둔 2장째의 리버스, '가드 블록'의 효과를 등에 엎고,
오른손으로 자신에게 향해오는 광파를 튕겨내 몸을 지키는 마르네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라이프를 지켜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딴 단조로운 공격으론 내게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데미지를 무효로 하고 1장의 카드를 드로우!"
'우와.. 카드 효과 때문이라곤 하지만, 수도로 광파를 튕겨냈어..'
"샤하하하하핫! 뭐, 이번 공격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곤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어~ 그치만.. 패배자 양반께선 겁먹었을지도 모르겠는걸? 샤하하핫!""
"이 년이..!"
"난 카드 1장을 덮어두고 턴 엔드다!"
마르네스의 혈압을 치켜올리며 차례를 마치는 샤니에.
그리고, 일련의 듀얼 형국을 지켜본 초룡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마르네스 녀석, 형색이 좀 불리한데.. 괜찮으려나?"
"그게 무슨 소리에요? 데미지도 없고, 코스트로 썼던 업화의 중기사도 회수했잖아요?"
"물론 공격은 훌륭하게 막아냈지만 말이야, 샤니에 양은 이미 마르네스를 옥죄는 포진을 끝마쳐둔 상태거든."
"알기 쉽게 설명해, 헐렁남."
"우선 샤니에 양이 띄워둔 융합 몬스터인 엘섀도르 미도라시, 저 녀석은 효과로는 파괴되지 않는 내성과 골치아픈 특수 소환 제약 효과를 가지고 있어, 근데 저것 뿐만이 아니라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 탓에 마르네스 녀석의 턴 도중엔 쌓인 마석 카운터.. 지금은 4개던가? 그 수치만큼 100 점의 공격력이 깎여나가."
"그렇다는 건.."
"그래, 미도라시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연속해서 특수 소환할 수도 없고, 그 미도라시를 제거하려면 최소 2700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몬스터가 아니고선 힘들다는 이야기야."
자신이 왜 불안해한 건지 친절히 설명해주기 시작하는 초룡.
샤니에가 필드 위에 세운 엘섀도르 미도라시는 효과로는 파괴되지 않고,
동시에 양측 플레이어에게 특수 소환을 1번만 허용 가능하게 하는 서먼 재밍 능력,
거기에 세트 상태인 섀도르 팔콘과 리버스, 마지막으로 샤니에가 발동해둔 영뢰의 저주 탓에 전투로 쓰러뜨리는 것도 영 벅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 확실히 불리한 형색이긴 해, 하지만.. 녀석이라면.'
허나.. 그럼에도, 마르네스는 이런 위기 상황 쯤은 쉬이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마음 한 구석에선 그를 믿고 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 턴이다, 드로우!"
"한껏 발버둥 쳐보라고! 특수 소환도 1번으로 미도라시를 치울 수 있다면 말이지! 샤하하하핫!"
"그걸 네년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패에서 지속 마법, 금강진력 발동! 그리고 금강진력의 힘을 빌어 이곳으로 오라! 업화의 중기사여!"
자신 필드 위에 몬스터가 없고, 상대 필드 위에 몬스터가 존재하면 1턴에 1번 패에서 듀얼 몬스터를 전개시켜주는 지속 마법인 금강진력을 사용해
방금 회수한 업화의 중기사를 불러내는 마르네스, 하지만 이 특수 소환으로 인해 미도라시가 제한하는 특수 소환 기회를 써버리게 되어
마르네스에겐 더 이상의 특수 소환 기회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걸로 마르네스의 특수 소환 기회는 사라졌어."
"이 순간, 영뢰의 저주 효과로 쌓인 카운터, 총 4개분량인 400점 만큼 공격력이 떨어진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샤니에가 발동시켜둔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의 영향을 받아
마치 화생방 훈련 도중의 병사가 연상되듯 그림자 속에서 괴로워하였고, 덤으로 공격력도 400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자 이제 어쩔거지? 공격력 1400으론 미도라시에게 이빨도 들이밀 수 없다고! 남은 길은 패에 남은 몬스터를 세트해 시간 벌이라도?"
"상관없다! 특수 소환 할 수 없다면 통상 소환도 필요치 않다! 이번 턴의 통상 소환 기회를 포기하고 업화의 중기사가 가진 듀얼 효과를 해금!"
"?"
"배틀 페이즈다! 가라 업화의 중기사! 엘섀도르 미도라시를 공격!"
하지만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남은 1번의 일반 소환 기회도 사용해 업화의 중기사가 가진 듀얼 효과를 해금시키는 마르네스.
듀얼 효과가 해금되어 본래의 힘을 되찾은 업화의 중기사는, 자신이 타고 있는 돌격 마차를 이끌어 미도라시를 향해 돌격했다.
"자포자기?"
"그럴리가 있나! 이 순간, 업화의 중기사가 가진 듀얼 효과가 발동! 특수 소환된 몬스터를 공격하는 데미지 스탭 개시시, 그 상대 몬스터를 제외한다! 업화의 굴레 바퀴!"
일련의 흐름 자체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돌격해 자멸하는 패턴이 확실했다만,
마르네스의 노림수는 자포자기 같은 게 아니었다.
업화의 중기사가 가진 듀얼 효과에 의해,
특수 소환 몬스터인 엘섀도르 미도라시를 전투/효과 파괴가 아닌 '제외' 해버리는 방법으로 제거하기 위한 건곤일척의 한 수였던 것이다.
그 덕분에, 공격력이 미도라시에 한 없이 못 미치는 업화의 중기사였으나, 듀얼 효과로 이끌어낸 화염검으로 미도라시를 불태우는 데 성공.
필드를 그림자로 장악하던 녹발의 마녀를 그대로 화형시켜 필드 위에서 치워버렸다.
"됐어! 이걸로 특수 소환 락은 사라진다!"
"칫, 미도라시를.."
"이걸로 성가신 카드는 치워냈다, 배틀 페이즈를 종료, 다시 2장의 카드를 덮어두고 턴을 마친다."
미도라시를 성공적으로 치워낸 마르네스는 다음 태세를 정비하는 의미로 카드를 덮어두며 차례를 마치는 마르네스.
"미도라시를 치워낸 건 인정할게, 썩어도 준치라고 S랭크는 어디 안 갔나봐? 샤샤삿."
"훗, 주력을 잃은 네 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그렇게 비아냥 거리는 것 뿐이겠지."
"주력? 바보같은 소리네~? 미도라시는 고작해야 첨병에 불과! 진짜 즐거움은 지금부터지! 아직 엔드 페이즈가 끝나지 않은 지금! 리버스 카드 '불길한 그림자 게임'을 오픈한다!"
'이 타이밍에 함정을?'
"그 효과로 세트 상태인 팔콘을 강제 리버스, 그리고 덱에서 섀도르 몬스터인 비스트를 보낸다, 그리고 각각의 효과를 처리! 팔콘의 리버스 효과로 묘지에서 고슴도치를 부활! 거기에 비스트 효과로 1장을 드로우!"
'필드를 불리는 걸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엔드 페이즈에 카드를 사용했나!'
하지만, 이번 마르네스의 턴에 미도라시가 제거될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샤니에는 마르네스가 대처할 수 없는 엔드 페이즈에 리버스 카드를 오픈, 필드 위에 세트 상태인 팔콘을 리버스 시켜 몬스터를 소생시키고.
동시에 묘지로 몬스터를 묻어 패를 보충하는 일석이조의 전술을 펼쳐 자신의 턴에 한껏 몰아칠 준비를 끝마쳤다.
"이어서 내 턴이다! 드로우, 방금 소생한 고슴도치를 리버스! 그 효과로 덱에서 '섀도르 마법/함정'카드인 '네페섀도르 퓨전'을 서치, 그리고 팔콘에게 장착한다!"
'장착 마법이라고?'
고슴도치의 리버스 효과로 가져온 장착 마법, '네페섀도르 퓨전'을 장착하자 거대한 시험관 같은 곳에 갇히는 섀도르 팔콘.
공격력도, 수비력도 오르지 않는 수상한 장착 마법에 불길함을 느낀 마르네스는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카드는 장착한 섀도르 몬스터와 또 다른 소재 몬스터를 묘지로 보내는 것으로 융합 소환을 실행하게 해주는 장착 마법이지."
"장착 마법에 융합 효과가 달려있는건가?"
"훗, 또 그 재수없는 마녀 몬스터를 꺼낼 생각이냐?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군."
"그럴 필요가 어딨는데~? 네 필드 위나 잘 보시지!"
"뭐?"
샤니에의 지적과 동시에 자신의 필드를 바라본 마르네스는 경악할 만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바로, 방금만 해도 멀쩡했던 업화의 중기사가 땅에서 솟아난 그림자들에 의해 침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업화의 중기사가!?"
"이 순간,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가 가진 또 다른 효과를 발동! 섀도르 몬스터를 융합 소환할 경우, 쌓여있는 마석 카운터 3개를 제거하는 것으로 상대 필드 위의 몬스터를 융합 소재로 사용한다!"
"내 몬스터를 소재로 삼는다고!?"
"지금 영뢰의 저주에 쌓인 카운터는.."
"샤니에 양의 첫번째 턴에 쌓여있었던 것 4개와 저번 턴에 함정으로 묘지로 보낸 비스트로 1개, 도합 5개야."
"그럼 융합을 피할 수 없잖아요!?"
그 말대로, 피할 수 없는 그림자의 침식에 붙들린 업화의 중기사는 그대로 검은 진흙에 흡수되어 사라졌고.
업화의 중기사를 흡수한 그림자 진흙은 샤니에의 필드 위로 흘러가 하나의 융합 소재로서 기동하기 시작했다.
"자 간다! 난 네페섀도르 퓨전을 장착한 섀도르 팔콘과! 업화의 중기사로 융합 소환!"
섀도르 팔콘을 가두고 있던 시험관이 깨짐과 동시에 발생하는 융합 소환의 소용돌이.
그 속에서 섀도르 팔콘과 업화의 중기사 였던 것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몬스터가 탄생되려 하고 있었다.
"타올라라 타올라! 주검속에서 되살아나는 구세의 힘이여! 지금 이 자리에서 반역의 상징이 되어 복수를 이루어라!!!"
-파앗!-
"융합 소환! 엘섀도르 에그리스타!"
융합의 소용돌이를 해치고 지면을 박차는 불타오르는 육신.
만지기만 해도 타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열선들을 '날개' 삼고 있는 복수의 구세주, '엘섀도르 에그리스타'가 필드 위에 내려왔다.
"이게.. 감히 내 몬스터를 융합 소재로!"
"샤하하핫! 꽤나 열받나봐~ 하지만 걱정 말라고, 금방 식혀줄테니까, 패배의 충격으로 말이야! 네페섀도르의 효과로 묘지로 보내진 섀도르 팔콘을 자신의 효과로 세트 부활! 그리고 리버스 상태인 고슴도치를 릴리스해 섀도르 비스트를 어드벤스 소환한다!"
"위험해! 마르네스의 필드 위를 지켜주던 업화의 중기사는 융합 소재로 사용되어 묘지로 보내진 상태, 이대로 공격력 2000이 넘는 저 두 몬스터의 공격을 맞았다간!?"
"엔드롤이라는 거지, 샤하하하핫!! 가라!!!"
상대 필드위의 몬스터를 융합 소재로 치워낸 지금,
마르네스를 지켜줄 몬스터는 그 어디에도 없는 상황.
초룡의 말대로 2차례의 공격을 다 맞았다간 마르네스의 패배가 확정될 것이 분명했다.
"누구 멋대로 끝낸다는 것이냐!! 리버스 함정, 전선복귀! 묘지에서 수비표시로 소생하라, 업화의 중기사여!"
하지만 그걸 손가락 빨며 구경하고만 있을 마르네스가 아니었던 만큼,
덮어둔 소생 카드 '전선복귀'를 발동, 융합 소재로 사용되어 묘지로 보내진 업화의 중기사를 수비표시로 부활시켜 고기방패로 내세워,
간신히 섀도르 비스트가 내미는 날카로운 그림자 발톱으로부터 라이프를 지켜낼 수 있었다.
"구사일생? 하지만 기적은 두번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을.. 깨우치게 해줘라 에그리스타!"
"기적? 그딴 건 내 손으로 몇십번이나 이뤄내겠다! 일반 몬스터 취급인 업화의 중기사가 파괴된 것을 트리거로, 묘지에서 함정 카드 '구호부대'의 효과를 발동! 이 카드를 묘지에서 몬스터 취급으로 하여 수비표시로 소생시킨다!"
"끈질기네 정말~! 그러니 뒈져!"
흠씬 두들겨도 다시 일어서는 좀비처럼 질리지도 않고 고기방패를 내세워 라이프를 지켜내는 마르네스.
그 덕분에 다 들어가면 마르네스의 라이프를 0으로 만들어낼 일격은 허공을 가르는 꼴이 되었다.
"파괴된 구호부대는 묘지로 가지 않고 게임에서 제외된다."
"우와.. 되게 아슬아슬하게 막았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냐.."
"샤하하핫, 하긴, 썩어도 준치라고, S랭커는 S랭커구만? 뭐 좋아.. 다음 턴에 더 재밌게 놀면 그만이니까! 난 카드 1장을 세트! 턴 엔드다!"
"내 턴이다, 드로우!"
미래와 초룡의 감상대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낸 것 까진 좋았다만.
필드 위로 내민 카드를 거진 소모한 마르네스로선 여기서 전황을 바꾸지 않으면 점점 불리해질 것이 분명했고.
그 전황을 바꿔낼 카드를 뽑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덱에서 카드를 뽑았다.
그러자..
'왔나.. 에볼텍터!'
그의 손에는 그가 언제나 신뢰하며 사용하는 투쟁의 불꽃, '에볼텍터 슈발리에'가 쥐여졌다.
"좋다, 네가 활약할 무대가 갖춰졌다! 결탄코 꺼지지 않는 나의 투쟁의 불꽃! 금강진력의 힘을 두르고 강탄하라! 에볼텍터 슈발리에!"
'왔구나, 에볼텍터 슈발리에!'
힘찬 외침과 함께 불꽃을 두르며 필드 위에 내려오는 홍련의 기사.
그의 칭호이자 상징, 마르네스 폰 제르스하면 단연코 이 녀석! 이라고 할법한 그의 에이스 카드 중 하나인 '에볼텍터 슈발리에'가 등장하자
초룡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헷, 소문의 에이스 몬스터인가? 그래봤자 공격력은 영뢰의 저주를 맞아 1600인 상태.. 에그리스타도, 비스트에게도 한참이나 못 미친다고!"
"그건 네 년의 안이한 발상일 뿐! 난 패에서 장착 마법, 슈퍼바이스를 에볼텍터에게 장착! 듀얼 몬스터만이 두를 수 있는 투염의 힘으로 에볼텍터는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듯, 에볼텍터에게 부여해주기 위해 아껴두고 있던 장착 마법, '슈퍼바이스'를 장착시켜 에볼텍터의 힘을 해방시키는 마르네스.
"에볼텍터의 듀얼 효과 발동! 자신 필드 위의 장착 카드를 묘지로 보내 필드 위의 카드 1장을 파괴한다!"
"파괴 효과? 과연.. 믿는 구석이 있으셨구만 샤샤샷, 목표는 에그리스타인가?"
"내가 노릴 것은 필드 마법, 영뢰의 저주다!"
"필드 마법을!?"
"가라 에볼텍터! 네 투쟁의 화염으로 필드 위를 잠식하는 그림자를 불태워라!"
그런 주인의 노고에 응하기라도 하려는 듯, 마르네스의 외침과 함께, 에볼텍터는 슈퍼바이스의 불꽃을 검에 집중시켜 땅을 향해 내리꽂았고.
그러자 검에서 분출된 불꽃이 지면을 달구기 시작, 필드 전체를 잠식하고 있던 그림자들을 불태워 사그라들게 하였다.
"큭..!"
"이걸로 네 년이 자랑하는 그림자 필드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영뢰의 저주가 없더라도 에그리스타가 있으니까!"
"아니, 지금부터가 진면목이다! 묘지로 보낸 슈퍼바이스의 효과 발동! 소생하라 업화의 중기사!"
"나왔다! 녀석의 특기인 브레이크 & 서먼!"
"거기에 더해, 난 아직 남아있는 통상 소환권을 사용해 패에서 '붉은 눈의 유룡'을 소환한다!"
슈퍼바이스 특유의 소생효과로 파괴된 업화의 중기사를 살리는 것으로 끝을 내지 않고.
마지막 남은 1장의 패, 그 속에 잠들어있던 자그마한 흑룡인 '붉은 눈의 흑룡'을 꺼내들어 필드 위에 3체에 몬스터를 늘어놓는데 성공한 마르네스였다.
"붉은 눈의 유룡?"
"배틀이다! 붉은 눈의 유룡이여, 섀도르 비스트를 공격하라!"
"공격력 1200으로 2200 짜리에게 공격을?"
그리고 소환한 유룡으로 당돌하게 공격선언을 내리는 마르네스.
유룡의 공격력은 고작해야 1200점, 공격력을 내리는 영뢰의 저주가 사라졌다고 해도,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터라.
공격 대상인 섀도르 비스트에게 아무런 타격조차 주지 못한 채로, 유룡은 힘없이 파괴되고 말았다.
마르네스 LP:3000
"뭐야 이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잖아!"
"아니, 마르네스의 노림수는 지금부터야."
"이 순간, 전투로 파괴된 유룡의 효과가 발동! 내 덱에서 레벨 7 이하의 '붉은 눈' 몬스터 1장을 선택해 특수 소환하여 이 카드를 장착한다! 오너라, 붉은 눈의 흉뢰황-이빌 데몬!"
하지만, 초룡이 짐작했던대로, 이게 바로 마르네스가 노리던 한 수.
유룡의 리쿠르트 효과를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전투 파괴를 유도,
에그리스타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붉은 눈 몬스터인 '이빌 데몬'을 불러냈다.
"공격력 2500!?"
"그 뿐만이 아니다, 유룡의 효과로 자신이 장착 카드가 되었을 때, 장착 몬스터의 공격력을 300 포인트 올려주지, 따라서 이빌 데몬의 공격력은 2800이다! 가라! 이빌 데몬!"
일련의 자폭 콤보로 단숨에 공격력 2800 짜리 몬스터를 세우는 데 성공한 마르네스는 그대로 공격 선언을 재개.
2800으로 공격력을 끌어올린 이빌 데몬의 검붉은 번개가 에그리스타를 태워버려 한방 먹여주는데 성공했다.
샤니에 LP:3650
"에그리스타가 묘지로 보내졌으므로, 섀도르 마법/함정 카드인 '엘섀도르 퓨전'을 회수한다!"
"상관없다! 그 다음! 업화의 중기사로 뒷면 표시 상태인 성가신 새를 공격한다!"
기껏 상대의 상급 몬스터를 제거해 주도권을 되찾은 지금 공세의 흐름을 늦출 순 없는 노릇.
마르네스는 계속해서 세트 상태인 섀도르 팔콘을 다음 타겟으로 지정하고 업화의 중기사를 돌격시켜 무참히 팔콘을 짓밟았으나.
"샤하하핫! 학습능력 없기는! 이 순간, 팔콘의 리버스 효과가 발동! 묘지에서 세트 상태로 소생하라! 에그리스타!"
"이렇게 되면, 에그리스타의 수비력은 1950. 거기에 공격 표시로 존재하는 비스트 역시 공격력 2200. 에볼텍터로는 그 어느 쪽도 쓰러뜨릴 수가 없어."
팔콘의 리버스 효과가 다시 발동해 힘겹게 쓰러뜨린 에그리스타가 세트 상태로 부활.
거기에 마르네스의 필드 위에 남은 에볼텍터 슈발리에로선 에그리스타, 비스트, 그 어느 쪽도 쓰러뜨릴 수 없었기에
혀를 차며 배틀 페이즈를 종료하는 것 말곤 뾰족한 수가 없었다.
"상관없다, 배틀 페이즈를 종료하고 곧장 메인 페이즈 2로 돌입해, 레벨 4인 업화의 중기사와 에볼텍터로 오버레이 한다!"
'칫, 처음부터 룰 특수소환을 막는 에그리스타를 치워내 엑시즈 소환할 생각이었나?'
그러나 공격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공세를 멈춰선 안됄 노릇.
그렇게 판단한 마르네스는 사전에 구상한대로, 에볼텍터와 업화의 중기사를 사용해 같은 레벨을 동렬시켜 전개하는 '엑시즈 소환'으로 이어갔다.
"황야를 유량하는 서부의 전사, 여기에 격탄!"
-파앗!-
"엑시즈 소환! 오너라 랭크 4! 가가가 간맨!"
오버레이의 소우주 속에서 튀어나옴과 동시에 허공을 향해 권총을 발포하는 황야의 총잡이,
가가가 간맨이 마르네스의 필드 위에 내려왔다.
"간맨의 몬스터 효과 발동! 수비표시 상태일 때, 자신의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제거하는 것으로 상대에게 800 포인트의 데미지를 준다!"
소환과 동시에 가가가 간맨의 효과를 사용하는 마르네스,
발동 선언과 함께, 가가가 간맨은 주변을 떠돌던 오버레이 유닛을 탄환삼아 발사하여 샤니에의 라이프에 작은 데미지를 주는데 성공하였다.
샤니에 LP:2850
"샤샤샷! 이번 전투는 헛탕쳤으니까 쪼잔하게 데미지나 주시겠다? S랭커 깨서 많이 영락하셨네~"
"내 목적은 데미지를 주는 걸로 끝이 아니다! 이 순간 지속 함정 '붉은 눈의 개선'을 발동! 내 필드 위에 '붉은 눈' 몬스터인 이빌 데몬이 존재하므로 묘지에 존재하는 일반 몬스터, 방금 오버레이 유닛으로서 소모된 에볼텍터 슈발리에를 다시금 타오르게 하겠다!"
엑시즈 소환만으로 끝내지 않고, 소재로 사용한 몬스터를 지속 함정의 효과로 되살려내 다시금 전선을 구축하는 마르네스.
이렇게 몬스터를 늘려놓으면 왠만해선 다음 턴에 샤니에가 맹공을 펼치더라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난 이대로 턴을 마치겠다."
"과연, 효과 데미지를 주면서 필드 위에 몬스터도 늘려놓아 다음 턴 맹공을 버티겠다는 건가, 괜찮은 발상이야."
'하지만 조심해라 마르네스, 샤니에양의 진 면목은 네가 엑스트라 덱 몬스터를 꺼낸 시점부터 시작될테니까.'
물론 초룡 역시 그 전술을 칭찬하긴 했으나,
마르네스의 필드 위에 남아있는 엑스트라 덱 특수 소환 몬스터인 '가가가 간맨'의 존재를 주시하며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 턴, 드로우.. 이건? 샤..샤하하핫!!! 그래, 이번 턴에 쐐기를 박아 놓는게 좋다.. 그거지? 좋아! 나 역시 저 성가신 불청객을 박살내고 싶었으니까!"
"혼자 중얼거릴 시간이 있으면 턴이나 진행하시지, 아니면 서렌더 할테냐?"
"서렌? 농담도~! 거기에, 내가 이번 턴을 진행하면 넌 확실하게 벼랑 끝으로 몰릴텐데? 그렇게나 지고 싶단 말이지? 샤하하핫!!"
"저 년이..!"
"패배할 준비나 해두시지! 난 세트 상태인 에그리스타를 반전 소환! 그리고 리버스 오픈! 섀도르츠! 함정 몬스터로서 내 필드 위에 특수 소환!"
드로우 페이즈에 뽑은 카드를 보며 실실거리며 턴을 시작하는 샤니에.
우선은 저번 공격으로 인해 세트 상태로 부활한 에그리스타를 다시 공격표시로 바꿈과 동시에, 리버스 카드이자 함정 몬스터인 '섀도르츠'를 발동.
그와 동시에 카드로부터 해방되는 형색으로 기분나쁜 영체들이 튀어나와 마치 묘지 위를 떠도는 유령들처럼 필드 위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우엑.. 꾸물거리는 게 완전 기분나쁘다.."
"거기에 방금 회수한 엘섀도르 퓨전을 발동! 필드 위에 있는 섀도르 몬스터인 비스트와, 섀도르츠의 효과인 '섀도르 융합 몬스터의 소재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를 사용! 섀도르츠를 '바람' 속성 몬스터로 취급해 2장의 카드를 융합한다!"
필드 위를 방황하던 혼령들이 엘섀도르 퓨전이 발생시킨 바람에 휩쓸림과 동시에, 필드 위에 나와있던 비스트와 하나가 되며
새로운 존재로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불어라 불어라 불어라! 그림자에 침식된 바람이어! 네 의지따윈 상관없어! 날 위해 일해라!"
-파앗!-
"융합 소환! 오라고! 엘섀도르 웬디고!"
검푸른 돌고래 형상 위에 올라탄 또 다른 무녀형 몬스터,
생기 없는 금발의 롤머리가 특징적인 엘섀도르 웬디고가 침울한 표정을 하며 필드 위로 내려왔다.
'저 몬스터, 소찬이 갖고있는 성령수기 몬스터랑 닮았어..'
"실컷 떠들더니, 하는 거라곤 수비벽을 꺼낸게 전부냐?"
"그럴리가~! 이 순간, 묘지로 간 비스트와 섀도르츠의 효과를 처리! 섀도르츠로 섀도르 마법/함정인 네페섀도르 퓨전을 회수! 그리고 비스트 효과로 드로우 한다!"
"분명 패를 소모하며 융합 소환했는데, 되려 패가 늘어나다니.. 완전 치사해요!"
"물론, 섀도르 몬스터들의 효과는 강력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그 카드들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해 이득을 취해가는 샤니에양의 실력이겠지."
확실히, 초룡의 말대로 섀도르 몬스터들의 효과가 강력한 건 사실이다만,
제 아무리 강력한 카드라 할 지라도 실력없는 듀얼리스트가 사용하면 그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일 뿐.
1턴에 1번만 사용할 수 있는 효과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상대를 조여오는 샤니에의 실력은 S랭크와 비견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지.
"거기에, 고대하던 시간이다! 방금 뽑은 섀도르 퓨전을 발동한다아아아앗!!"
'저 마법은!?'
"섀도르 퓨전의 효과로, 섀도르 몬스터와 그외 몬스터를 소재로 엘섀도르 몬스터를 융합 소환할 수 있지, 하지만! 상대 필드 위에 엑스트라 덱에서 특수 소환된 몬스터, '가가가 간맨'이 존재하는 지금! 난 그 융합 소재를 덱에서 충당할 수 있다!"
"감히.. 또! 내가 소환한 몬스터를 역이용해?"
"억울하면 꺼내지 말았어야지! 난 덱에서 섀도르 몬스터인 2장째의 섀도르 고슴도치와 땅속성 몬스터인 '식인 곰인형'을 묘지로 보내 융합 소환!"
웬디고를 꺼내며 스타트 라인을 끊은 샤니에는 그 기세를 타며 드로우 페이즈에 뽑은 섀도르 퓨전을 발동.
그 특유의 효과를 이용해 패를 소모하지 않고 덱에서 융합 소재를 조달해 새로운 융합 몬스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다.
"봐라, 자 보아라! 산을 굴복시키고, 바다를 눈물짓게 하고! 살아있는 권속들의 머리를 짓밟는! 옥좌에서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신의 자태를 똑똑히 보고! 절망하라!"
-파앗!-
"융합 소환! 절망시켜라! 엘섀도르 셰키나가!"
일전, 돌 퍼레이드의 길드존으로 연합 구상을 전하러 왔던 아르젠트를 KO 시킨 전적이 있는
기계옥좌에 올라탄 거대한 기계인형 몬스터, 엘섀도르 셰키나가.
전망탑의 상층부 공간을 전부 차지할 법한 그 거체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상대 뿐만이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위압감을 안겨다주었다.
"크..크다!?"
"아직 멀었어, 묘지로 간 고슴도치의 효과로 덱에서 '섀도르 하운드'를 서치! 그리고 방금 가져온 이 카드를 통상소환한 뒤, 회수한 네페섀도르 퓨전을 장착한다!"
"설마.. 3연속 융합!?"
"네페섀도르의 효과 발동! 난 섀도르 하운드를 '물'속성으로 취급하고 패의 섀도르 드래곤과 융합!"
웬디고, 셰키나가의 소환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융합의 온 퍼레이드.
융합 소재로 사용한 몬스터 카드의 효과로 덱에서 새로운 몬스터를 보충해 또 다시 융합을 시도하는 샤니에의 모습에 경악하며
일행은 또 다시 네페섀도르 퓨전이 발생시킨 진공관이 깨지며 발생한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떨어라, 공포에 떨어라! 전 세상을 얼려버릴 파멸의 냉기로 심장까지 얼어붙거라!"
-파앗!-
"융합 소환! 강림하라고! 엘섀도르 아노마릴리스!"
네피림, 셰키나가의 중심인 거대한 기계인형이 얼어붙은 것과 동시에 그것을 갑옷으로 두른 듯한 또 다른 거신.
존재만으로 위압감을 안겨다주는 셰키나가와는 비슷하게, 존재만으로 주변에 한기가 감도는 섬뜩함을 안겨다주는
엘섀도르 아노마릴리스가 강림하는 것으로 샤니에의 3연속 융합 소환에 의한 몬스터 빌드가 완성되었다.
"3연속 융합 소환에다가 공격력 2000 이상의 융합 몬스터가 3체 씩이나.. 이건 위험하다고!"
"융합 소재로 보내진 하운드와 드래곤의 효과를 처리! 드래곤의 효과로 네 필드 위의 장착 카드인 유룡을 파괴하고! 하운드의 효과로 필드 위의 몬스터가 가진 표시형식을 변경한다! 가가가 간맨을 공격표시로 변경!"
"뭣!?"
"샤하하핫!!! 즐거운 카니발 파티의 시작이다! 가라 아노마릴리스! 공격 표시가 된 가가가 간맨을 장사지내줘라!"
수비표시 상태로 두어 전투 데미지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리라 예상했던 가가가 간맨이었으나,
섀도르 하운드의 효과로 공격표시로 변경되는 바람에 아노마릴리스의 마수로부터 피할 도리 없이 동사해버리고 말았다.
마르네스 LP:1800
"그으으윽!!"
"계속 간다! 셰키나가로 공격력이 떨어진 이빌 데몬을 분쇄!"
"아직이다! 필드 위에 발동중인 붉은 눈의 개선을 발동! 묘지에서 업화의 중기사를.."
그 다음 타겟으로 지정된 것은 상급 몬스터인 이빌 데몬.
섀도르 드래곤의 효과 덕분에 장착 카드 취급이었던 유룡을 잃은 지금, 그 공격력은 본신의 2500 점으로 돌아온 상태였고.
고작 100점의 차이로 셰키나가에게 박살날 운명에 도달, 그 때문에 마르네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직 전투 파괴되지 전에
지속 함정, 붉은 눈의 개선을 사용해 방금 파괴된 가가가 간맨의 오버레이 유닛으로 존재하던 업화의 중기사라도 소생시키려 하였으나..
"헛수고! 아노마릴리스가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한! 양 플레이어는 마법/함정의 효과로 패와 묘지에서 몬스터를 부를 수 없어!"
"뭣!?"
"당했다! 이렇게 되면 붉은 눈의 개선으로 몬스터를 소생시킬 수 없어!"
"완전히 손도 발도 못 내민다는 게 바로 이런거지! 샤하하핫! 그럼 이제, 짓뭉게져라!"
아노마릴리스의 흉악한 지속 효과,
마르네스의 특기인 마법/함정과 몬스터 콤보로 인한 브레이크 & 서먼을 원천 봉쇄하는 악랄한 소환 제약에 의해 소생은 실패하고,
이빌 데몬은 그대로 셰키나가의 거체에 짓뭉개지며 명을 달리했다.
마르네스 LP:1700
"이빌 데몬이!"
"쐐기를 꽂아주마! 에그리스타여! 에볼텍터를 불태워라!"
마지막 공격 대상으로 지정된 마르네스의 에이스 몬스터 에볼텍터 슈발리에.
제 아무리 투쟁의 화염을 다루는 검사라 할 지라도, 원초적인 공격력 차이 앞에선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였고.
불을 다루는 검사는 불꽃과 함께 되살아난 구세주에 의해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마르네스 LP:1150
"누오오오옷!!!"
"마르네스!"
에볼텍터가 파괴됨과 동시에 발생한 후폭풍에 의해 뒷쪽으로 밀려나는 마르네스.
이걸로 그의 필드 위엔 쓸모 없어진 카드 2장만이 덩그러니 남은 허허벌판이 되고 말아,
간신히 붙잡은 듀얼의 주도권을 또 다시 빼앗긴 형국이 되었다.
"허억.. 허억..!"
"샤하하하핫! 좋네.. 그 표정! 이제야 제 분수를 깨달았겠지? 불청객 양반!"
"...."
"분해서 말도 나오지 않나? 뭐 상관 없지만, 이걸로 턴 엔드."
"맙소사.. 마르네스가 이렇게나 밀릴 줄이야.. 이거 야단났네.."
"그.. 그치만 아직 라이프도 남아있고, 필드 위에 카드도 남아있잖아요? 아노마릴리스만 어떻게 처리하면!"
"그렇긴 한데 힘들어, 지금 마르네스의 패는 단 1장도 없이 0장, 거기에 아노마릴리스 덕분에 금강진력과 개선은 무용지물이 됐고, 효과를 거치지 않은 특수 소환은 에그리스타에게 막힐거고, 설령 그걸 피해 특수 소환해 몬스터의 효과로 다른 몬스터를 저격하려 해도 셰키나가에게 막히고 말아."
"그런.."
거기에, 듀얼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 만이 아니라, 형세는 더더욱 불리해졌다고 해설해주는 초룡.
미도라시 때도 그랬으나, 이번에는 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제약이 강요되는 상황에 더해 마르네스가 가진 패는 단 1장도 없었고.
가뜩이나 뚫기 힘든 락을 다음 드로우로 뽑는 단 1장의 카드로 돌파해야 하다니,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였다.
'샤니에양, 정말 강하다, 앞서 싸운 토로미미 양이나 메시에양도 강했지만, 차원이 달라.. 마르네스가 나서도 쓰러뜨릴 수 없다니, 제길, 이대로 마르네스가 지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마르네스가 수세에 몰림과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초룡.
친구의 패색이 짙어진 지금, 정말로 그가 저버린다면 다음에 나설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에,
찾아오길 바라는 건 아니다만, 샤니에를 대적할만한 방책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됐다만.. 마르네스조차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하는 상대를
자신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앞설 뿐이었다.
'아니,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해선 안돼! 녀석을 이 자리에 불러낸 건 나잖아? 내가 녀석을 믿어주지 않으면 어쩌겠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잡념을 날려버리려고 노력하는 초룡.
확실히, 전세는 마르네스가 불리하긴 했다만, 아직 승패가 결정된 것도, 듀얼이 끝난 것도 아니다.
애초부터 이곳에 올 가능성 조차 없던 마르네스가 불청객 딱지를 붙여가며 샤니에와 싸우고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었다.
그런데 마르네스를 불러낸 장본인인 내가 녀석의 승리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겉으로는 내뱉을 순 없긴 하지만.. 순수하게 주먹쥔 왼손을 작게 흔들며, 마르네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초룡이었다.
"확실히, 인정할 수 밖에 없겠군.. 돌 퍼레이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 샤니에, 네가 보다 진화한 날 몰아붙일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그 존심 높던 콧대가 다 무너진 모양이네. 나약한 패배선언을 읇조리는 걸 보니."
패색이 짙어진 바람에 샤니에의 강함을 인정하며 한수 접어주는 분위기를 내뿜던 마르네스였으나,
"허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승부를 넘겨줄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하?"
"각오해둬라, 저번 턴에 내 라이프를 0으로 만들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 터어어언!!!"
이 독불장군이 그대로 패배를 인정하는 일 따윈 천지가 뒤집어진다 한들 일어나지 않는다.
죽어서도 상대에게 승부를, 승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이 남자는 패배선언을 내뱉는 것이 아닌,
이제부터가 진정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순간이라고 외치며 힘차게 카드를 뽑아냈고.
이윽고, 자신의 오른손에 쥐여진 초록색의 '마법 카드' 1장을 처다본 뒤,
믿는 구석이 찾아왔다면서 슬며시 미소를 띄었다.
"훗.. 기어코 와버렸나? 아깝군, 정말 아까워."
"뭐?"
"이 카드 만큼은 소찬에게 쓸 결정타로 아껴두고 있었건만, 어쩔 수 없군, 정말 칭찬해 마땅하다, 돌 퍼레이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여, 보다 강해진 날 이 정도로 몰아붙였으니 말이다, 필시 소찬과 싸우기 이전의 나였다면 패배했을 게 분명하다."
"뭔 헛소리? 패배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한 변명이라도 할 샘?"
"변명인지 아닌지는 이 카드가 증명해줄 것이다! 난 패에서 마법 카드, '붉은 눈 융합'을 발동!"
힘차게 카드를 내밀며 방금 뽑은 단 1장의 카드를 디스크에 올려놓는 마르네스.
그러자 그의 배후로부터 붉은 기운이 감도는 융합의 소용돌이가 나타나, 새로운 몬스터를 불러낼 조짐을 일으켰다.
"붉은 눈?"
"융합?"
"이 카드는 내 친우가 전해준 비장의 카드, '붉은 눈의 흑룡'을 소재로 한 융합 몬스터를 부를 수 있게 해주지."
"붉은 눈 전용의 융합 카드란 건가? 하지만.."
"그래, 빨강머리의 패는 저거 1장이고, 필드나 묘지.. 심지에 제외된 카드 중에도 '붉은 눈의 흑룡'은 없잖아?"
그 말대로,
마르네스는 이번 듀얼 도중 단 1번도 붉은 눈의 흑룡을 부르지 않았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붉은 눈의 유룡이 가진 리쿠르트 효과로 덱에서 불러올 찬스가, 하지만 그 당시, 마르네스는 이빌 데몬을 선택하는 것으로
그 기회를 차버린 탓에, 지금 마르네스의 필드/패/묘지/제외존 그 어디에도 '붉은 눈의 흑룡'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인지라.
붉은 눈의 흑룡을 소재로 융합 소환을 실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있어."
"?"
"붉은 눈의 흑룡이, '확정적'으로 잠들어있는 장소가."
하지만, 초룡은 단언했다.
단 1곳, 그 장소라면 붉은 눈은 존재한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초룡의 그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샤니에 역시 그 해답을 눈치챈 것인지 흠칫, 하고 놀라며 입을 열었다.
"설마.. 덱융합!?"
"그렇다! 네 년이 하는데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했나? 난 덱에서 붉은 눈의 흑룡과 레벨 6의 악마족 몬스터인 '탈와르 데몬'을 묘지로 보내 융합 소환한다!"
초룡과 샤니에가 짐작한대로, 마르네스가 융합 소재를 조달할 곳은 바로 '덱'.
샤니에가 사용했던 섀도르 퓨전은 조건부 덱융합이었지만,
마르네스가 꺼낸 이 붉은 눈 융합에는 소재를 조달하는 데 조건이 달려있지 않았던지라,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고, 거기에 단 1장의 카드만으로도 덱에서 소재를 충당, 새로운 몬스터를 불러내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렇게 발동한 붉은 눈 융합의 검붉은 소용돌이 속으로, 덱에서 튀어나온 붉은 눈의 흑룡과 탈와르 데몬이 빨려들어갔고.
이내 드래곤과 악마라는 상반된 존재가 하나로 뭉쳐져 새로운 태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친우로부터 이어진 투쟁의 의지여, 검을 다루는 악마와 하나가 되어 이곳으로! 붉은 눈 융합 소환!"
-파앗!-
"오너라! 붉은 눈 빛내며 모든 것을 불태우는 악마룡! 블랙! 데몬즈! 드래고오오오오온!!"
-쿠오오오오와아아!!-
전망탑 전체를 뒤흔드는 웅장한 포효.
악마의 풍채, 거대한 양날개, 그리고 타오르는 입가의 불길과, 적을 놓치지 않는 불꽃과도 같은 붉은 눈.
그야말로 '악마룡'이란 이름에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마르네스 최후의 히든 카드.
'악마룡 블랙 데몬즈 드래곤'이 강림하였다.
"이.. 타이밍에, 단 1장의 카드로, 공격력 3200의 몬스터를!?"
"이 방법이라면, 에그리스타의 재약인 효과를 거치지 않는 소환도 아니고, 아노마릴리스의 제약인 패/묘지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마르네스개 내밀 수 있는 유일한 돌파 수단!"
"자.. 이걸로 마무리를 짓겠다! 악마룡이여! 옥좌에 들러붙은 거만한 기계인형을 분쇄하거라! 엘섀도르 셰키나가를 공격!"
악마룡의 소환과 동시에 승리를 확신한 듯이 공격선언을 내리는 마르네스.
그 선언과 함께 악마룡은 입에 머금은 불꽃을 내뿜어 자신의 손으로 움켜쥐었고,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옥좌에 앉아있는 거만한 기신을 향해 돌진했다.
"샤하하핫!! 재밌네 그거! 하지만 말이야, 어설퍼! 엘섀도르 웬디고의 효과 발동! 1턴에 1번, 자신 필드 위의 몬스터 1장을 선택해 전투 파괴로부터 지킨다! 난 셰키나가를 선택! 이걸로 셰키나가는 파괴되지 않.."
이에 질세라, 샤니에도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고만 있진 않겠다며, 웬디고의 효과를 발동.
거센 수호의 바람을 일으켜 마치 장벽을 만들어내는 것 같이 공격 대상이 된 셰키나가를 지켜, 다음 턴으로 이어갈 생각이었다만.
"소용없다!"
-쿠오오오오와아아아!-
악마룡이 돌진하며 내지른 포효 탓인지, 엘섀도르 웬디고가 만들어낸 수호의 바람은 셰키나가 주위를 떠돌더니
그대로 흩어져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뭣!?"
"웬디고의 바람이.. 흩어졌다!?"
"악마룡의 포효 앞에선 그 모든 것이 침묵! 악마룡이 전투를 실행할 때, 상대는 마법/함정/몬스터.. 그 어떤 효과도 발동할 수 없다!"
"그런!?"
강대한 마룡의 포효는 그를 앞에둔 상대들 전부에게 공포를 심어 무력하게 만들어버리는 힘.
그 강대한 힘 앞에선, 손도, 발도 내밀 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다! 블랙 데몬즈여! 엘섀도르 셰키나가를 분쇄하라! 데몬즈, 헬게이나아아아!"
양 손에 움켜쥔 불꽃을 한층 더 타오르게 한 뒤, 그대로 셰키나가의 전신에 처박아 거대한 기신의 동체에 구멍을 내주는 악마룡.
귀가 떨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셰키나가의 동체는 파괴의 흔적만이 남게 되었고, 이윽고 서서히 무너지며 잿더미로 변해갔다.
샤니에 LP:2250
"아..아아!! 셰키나가!! 큿.. 이익! 하지만, 아직 라이프는 남아, 다음 턴에 반드시.."
"아니, 이 듀얼은 여기서 끝이다!"
"?"
마르네스의 듀얼 종식선언과 함께 분한 듯 고개를 치켜올리는 샤니에.
그러자, 그녀의 눈에는 공격을 끝마친 악마룡이 입안에서 검붉은 불꽃을 머금은 모습이 비춰졌다.
"뭐.. 뭐야 저거?"
"악마룡의 입에서.."
"불꽃이?"
"악마룡이 전투를 마친 배틀 페이즈 종료시, 묘지에 존재하는 붉은 눈 '일반 몬스터' 1장을 덱으로 되돌리고, 그 몬스터 카드의 '원래 공격력' 만큼의 데미지를 준다!"
"추가 데미지 효과.. 라고!?"
"내가 선택할 것은 '붉은 눈의 흑룡', 이 카드를 덱으로 되돌리겠다."
"붉은 눈의 흑룡이 가진 원래 공격력은.."
"2400 점."
"따라서.. 주어지는 데미지 역시."
"2400 점.. 이라고!?!?!?"
종식선언의 진실, 붉은 눈의 흑염룡과 유사한 추가 데미지 효과에 의해.
샤니에게 받게 될 효과 데미지는 무려 2400 점.
남은 라이프가 2250 점인 샤니에로선, 이 효과 데미지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내뿜어라! 마룡멸탄!"
"이럴수가.. 꺄아아앗!!!"
악마룡의 입에 머금어졌던 검붉은 불꽃의 탄환은 그대로 샤니에를 향해 쏘아졌고.
셰키나가를 잃은 지금, 다른 방어수단이 존재하지 않던 샤니에의 라이프는 그대로 불꽃과 함께 사그라들고 말았다.
샤니에 LP:0
[페어리테일 '신데렐라' 쟁탈전 종료!]
== 마르네스 WIN! ==
단 1장의 카드만으로 패색이 짙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멋지게 뒤집어 승부를 결정지은 마르네스.
자신의 승리가 확정됨과 동시에 주먹쥔 오른손을 힘차게 치켜올리며 승리를 자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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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길마즈 75화 입니다.
죄송합니다.. 드럽게 오래 걸리기도 했는데 드럽게 길기도 하네요.. 여기까지 다 읽어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튼 이번화는 마르네스의 신 에이스, 악마룡 첫 데뷔화인지라 힘을 좀 줘봤습니다, 처음 발매가 결정된 시점에서부터 마르네스가 쓰는 장면을 상상해
쓰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로 옮길 수 있어서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 지겹도록 늘어지는 자기만족형 글을 지켜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조금 더 어울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잡설은 이정도로 하고, 돌 퍼레이드의 홀 크라운 파티도 이걸로 2명의 목표가 리타이어, 중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이제 중반이냐!!)
빨랑 끝내고 다음 이벤트로 돌입해야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럼 다음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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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네피림이 죽어버렸으니..ㅜ.ㅜ;; 쓸만한게 더더욱 없어져서 샤니에의 강력함이 배로 줄어들었습니다, 원래는 네피림이랑 치고박았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 그 점도 좀 아쉽고요. | 17.06.22 2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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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긴 싸웠는데 1화만에... 그리고 이 놈의 필터림 미치겠네요. | 17.06.22 2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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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5화에서 쓰던 걸 재탕한 거긴 합니다 ㅎㅎㅎㅎ 근데 거기서 인용했다는 걸 눈치채셨다니, 눈썰미 좋으시네요. | 17.06.22 22: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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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리그베다 위키에서 항목을 보면서 그 시의 삽화 하나에 압도당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시 전체까지는 기억 못 해도 저 구절만큼은 잘 기억합니다. 지금 나무위키는 소논문급으로 항목이 잘 정리되면서 삽화들이 하나 빼고 사라졌더군요. 사족을 더 달자면 정말 대단한 시에요... 공포스럽지 않은데도 '등골에 소름이 돋는' 창작물은 하나같이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 잘 남는데,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킹 크림슨의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랑 이 <오지만디아스>가 저에게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참 '허무함'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낸 시가 있나 싶을 정도로... | 17.06.22 2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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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에는 그냥 검색하다 얻어 걸린 걸 그냥 살짝 바꿔서 넣은 정도지만요 ㅎㅎㅎ | 17.06.22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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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한부 인생 플래그이긴 한데 초룡은 할 일이 많은지라 아직 더 많이 굴러줘야 겠습니다. -마르네스의 모티브는 스트럭쳐 덱 전사의 일격인지라 여기서 나온 피닉스 기어프리드 & 에볼텍터가 주력이라는 설정이었죠, 지금도 유지되고 있긴 합니다. -저도 그 선택에 깜짝 놀라서리;; 설마 콘마이 사내에서 누가 길마즈를 보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할 정도(※아닙니다) | 17.06.22 2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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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룡은 계속 등장시키고 싶었던 몬스터인지라 기합을 좀 넣었습니다 ㅎㅎ | 17.06.23 0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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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위해 최대한 힘내봤습니다! 뭐.. 아무래도 부족하긴 하지만요; | 17.06.23 01: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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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어째서 벌브 같은 게 아닌거죠? A.얘는 네피림 소재로 신성한 인형 같은 걸 쓰는 여자앱니다. | 17.06.23 17: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