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步
오늘은 어지럽게 걷는 날입니다.
거대한 여객선의 위용을 가까이서 보고싶어서라도 이끌리는 오산바시.
오산바시는 본디 국제여객터미널로 기능하는 곳입니다.
초초대형 크루즈 여객선이 입항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중에라도 보고 싶습니다.
터미널부터 구경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드를 할 때 도형을 붙이고 만지작거리며 장난친 것 같은 지붕이 정말 파격적입니다.
내부는 휑-...
사람이 없어서인지 터미널 내부가 더 넓게 느껴집니다.
'웰컴 투 요코하마'라고 적힌 깃발이 보입니다.
여객선을 타고 일본에 온 이방인에게는 이곳이 처음 만나는 일본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정박되어 있던 여객선에서 제일 가까운 데크까지 올라갑니다.
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육중함과 입체감에 압도당했습니다.
다른 사진들을 찾아보면 이 배보다 큰 녀석들도 있는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오산바시 위로 펼쳐진 데크는 무지무지 넓고 역동적입니다.
넓기도 하고 난해한 지형이라 길이 있는 줄 알고 걸어갔더니 막다른 길인 곳도 있습니다.
위에서 축구 해도 될 듯.
오산바시에서 보이는 요코하마의 풍경은 유명합니다.
밤에 보는 야경도 유명해서 이따 보러 올 예정입니다.
거세지는 바람을 뚫고 도착한 데크 끝.
망원경으로 저 멀리 시내를 볼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넓어서 놀랐습니다.
오산바시를 내려오다가 웬 촬영장비들이?
자동차 뒤에 얹은 오븐에 구운 감자라고 되어있던데 지역 명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가 봅니다.
요코하마를 돌아다니면서 이색적이었던 건 아스팔트입니다.
아스팔트에 하양이나 파랑으로 염색한 돌들이 박혀있습니다.
숙소 근처에는 빨간 돌들만으로 꾸며져 있었고요.
이게 마치 꽃잎이 흩뿌려진 것 같아 딱딱한 아스팔트에 청량감을 줍니다.
실제로 보시면 더 이쁩니다.
상쾌한 풍경입니다.
이번엔 고가보도 밑을 통해서 걸어갑니다.
위에 보이는 흰 무늬들은 보수공사의 흔적일까요?
조금 걸어 도착한 아카렌가 창고입니다.
하코다테에서도 비슷한 스팟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마침 딸기축제를 하고 있어서 구경해보기로 합니다.
딸기모찌.
작은..어.. 타르트 비스무리한 디저트 같습니다.
먹음직스럽지만 비싸네요.
요코하마 사람들이 다 여기 모인 것 같습니다.
인기 있는 가게는 줄 끝이 안 보여..!
2019라고 해둔 걸 보면 매년 열리는 행사인가 봅니다.
창고 내부로 들어갑니다.
축제 때문인지 바글바글합니다.
딸기 축제라고 한정 메뉴까지 걸어둔 가게도 있네요.
노릇노릇한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괘씸한 파이들.
괘씸해서라도 먹어 없애버리고 싶습니다.
럼 레이즌 파이 맛이 제일 궁금하네요.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하이볼들.
목이 타던 차에 이걸 보니 참을 수가 없어서 파란색으로 하나 집어왔습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기자기한 것부터 화려한 것까지 전부 구비되어 있습니다.
엌 딸기모자 귀엽네요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딸기 팬티(...)
다른 것보다도 생크림까지 곁들인 버전은 충격과 공포.
창고 구경을 마치고 해안을 걷다가 마주친 고양이들.
왼쪽의 녀석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도망가는데 오른쪽은 가만-히 있습니다.
눈까지 감은 채 겨울 햇살을 만끽하는 고양이.
보는 사람까지 나른하게 만듭니다.
귀여워...
이곳은 MARINE&WALK YOKOHAMA.
작은 샵 몇 개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볼륨은 부족하지만 까페도 있고 파이 가게도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에는 좋습니다.
이곳은 컵라면 박물관.
안도 모모후쿠 발명기념관이라고도 한다네요.
짜자잔-
입장권 하나와 이따 컵라면 만들기 체험에 쓰이는 티켓입니다.
2 Chome-3-4 Shinkō, Naka-ku, Yokohama-shi, Kanagawa-ken 231-0001 일본
파란 화살표가 입구입니다.
입장권(+체험 티켓)은 성인 기준 500엔이며,
체험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마이 컵라면 팩토리와 치킨라면 팩토리입니다.
마이 컵라면 팩토리의 경우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발 빠른 사람이 임자입니다.
치킨라면 팩토리는 예약을 하셔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형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사진은 생략한 게 많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볼 수 있는 건 닛신푸드의 모든 컵라면을 망라한 전시실.
제 앞에서 관람하시던 노부부 중 할머니께서 맨 처음에 나왔던 라면을 알아보시는 듯 했습니다.
58년부터 시작된 긴 여정의 단편을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 아니라서 여길 감상하는 게 어렵습니다.
부모님은 이런 라면을 먹었었다든지, 어릴 때 친구랑 저런 라면을 먹어봤더든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콜라보 라면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세기말의 맛!
컵라면의 개발자, 안도 모모후쿠의 개발 비화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주 시청층이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지만 성인이 봐도 인상적인 내용이었네요.
상영이 끝난 후에는 다른 문으로 나와서 안도 모모후쿠의 작업실을 재현한 전시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떠올리며 내부를 살펴보시길 추천.
컵라면 박물관에 오신 의의, 마이 컵라면 팩토리입니다.
앞에서 직원에게 표를 주고 줄을 서면 됩니다.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우측의 소독기로 손을 씻고 앞에 보이는 자판기에서 컵을 뽑습니다.
컵 요금은 별도로 지불하셔야 하니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은 직원의 유도에 따라 빈 테이블에 앉아 패키지를 꾸미시면 됩니다.
통마다 다른 색깔이 있는 줄 알고 다른 두 분 앞의 매직을 뒤적거렸네요.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손에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뭘 그리시든 상관없지만 밑에 날짜만 적어주시면 오래된 걸 먹고 배탈이 나는 참사는 면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아까 오산바시에서 봤던 요코하마 풍경을 적당히 그려넣었습니다.
옆에서는 어린이들이 치킨 라면 팩토리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반죽부터 면까지 직접 뽑아보는 것 같던데 저것도 재미있겠네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컵라면을 만드시면 됩니다.
정말 일하시는 분들 모두 쉴 틈 없이 바쁘시더군요.
왜 휴식시간이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스프 4종 중 택1
건더기 12종 중 택4
저는 칠리토마토 수프 + 병아리 어묵&파&큐브고기&새우로 골랐습니다.
이 다음에 옆으로 가면서 포장되는 과정을 구경하시면 됩니다.
옆으로 나온 뒤 앞에서 받은 에어백에 바람을 불어넣고 끈을 끼우면 완성!!
그 이름하야 ME edition(...)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먹어본 시식평은 음..음.. 기념입니다.
데크 밖으로 보이는 풍경.
발코니도 있습니다.
18시 정도만 되면 해가 져버리니 아쉬워요.
입구를 못 찍어서 한 컷.
직원분이 폐관과 프로그램 종료에 관해 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이제 경치 보러 가야겠습니다.
높은 데서 한 번 보고 오산바시 가서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위엄.
카메라 화각이 좁아서 그런 건지 건물이 높은 건지 한 컷에 담기 어렵습니다.
밑의 공간에 일루미네이션을 해놨는데, 이게 또 볼거리입니다.
실제로 보시면 별 폭포가 눈 앞에서 쏟아져내리는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직접 보면 굉장합니다.
야경 보러 왔는데 얼떨결에 멋진 일루미네이션까지 담아가네요.
스카이가든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쇼핑몰 3층이었나 5층이었나.. 아무튼 있습니다.무책임
요금은 보시는대로 성인 기준 1000엔입니다.
카드 결제 여부는 불명.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다 본 피카츄 자판기.
=ㅂ=bbb
입장권 뒷면에는 이것저것 적혀있습니다.
먹먹해지는 귀를 풀어주고 유리창 앞으로 다가갑니다.
아아아
너무 멋있습니다.
저 멀리까지 불을 밝힌 항구와 거대한 관람차가 압권.
전망대는 크게 네 방향으로 트여 있습니다.
야경을 감상하는 맛이 있네요.
전망대의 도쿄 방향입니다.
끄응, 저게 스카이트리인가..
이것 좀 대단하다.
전망대 한 켠에는 이곳에서 파는 기념품을 마치 작품처럼 꾸미고 액자에 담아 디스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다른 상품들도 꾸며져 있는데, 무척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스티커로만 보면 방문객 숫자는 단연 아시아가 톱이군요.
한국은 가뜩이나 나라는 작은데 방문객이 많아서 이제 보이질 않습니다(...).
우둘투둘하게 쌓인 스티커들.
전망대 내에서 작가 전시회 비스무리한 걸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만화인지, 어느 작가인지도 모르겠지만 인물과 사물의 표현과 색감이 정말 독특하시네요.
이 동네 사시나?
전망대를 이렇게 실컷 즐긴 건 오랜만입니다.
시카고의.. 어디 빌딩이더라.. 아무튼 거기 이후로 정말 재밌었습니다.
야경이 재밌다고 하면 이상하려나요.
오산바시로 걸어가..기 전에 너무 배고파서 월드 포터로 가는 중.
바람도 세고 몸이 떨리고 셔터가 늦게 닫힙니다.
환장의 3단 콤보로 흔들거리는 요코하마를 담았습니다.
배..배고파..
로스트비프동입니다.
위에 올라간 건 요거트와 발사믹 등..
맛은 평범. 발사믹을 좀만 더 잘 섞을걸 그랬네요.
그치만 밥이 적은 게 아쉬웠습니다. 배고프다고...
다시 오산바시로 가는 길, 아카렌가 앞 횡단보도입니다.
생각해보면 밤의 아카렌가도 조금 둘러볼 걸 그랬네요.
창고 앞에는 아이스링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제 스케이트 가져와서 타고 싶네요.
바람이 거세다 못해 이젠 춥습니다.
옷을 좀 얇게 입고 나온 것도 있지만 이 날 바람이 엄청 거셌습니다.
바다 바람이라 더 추운 것 같기도..
힘겹게 목까지 외투를 잠그고 맞바람을 가르며 오산바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야경 볼 거야!
바람만 안 불면 괜찮은 날씨였을텐데.
낮에 찍은 그 구도로 다시 한 번.
또 요코하마가 흔들립니다.
가장 높다란 곳에 올라가서 야경을 한 눈에 담습니다.
정말 이쁩니다.
바람에 몸도 차갑고 손은 떨리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산바시 옆의 곶?에서 봐도 멋있었을 텐데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요기.
숙소까지 한참을 걸어갔습니다.
중간에 편의점(어딘지 기억이 잘.. 패밀리마트였나..)에 들러 야식을 사가야겠습니다.
돌아가는 길까지 바람이 괴롭히네요.
살았다..
세이브...
고생한 스스로에게 하이볼 한 모금을 허락합니다.
맛은 소다맛+탄산+알콜맛.
반전 없는 맛이지만 알콜이 들어서 그런지 맛있는 것 같습니다.
뜨겁게 데운 야키소바빵도 한 입.
짭쪼름한 게 안주로 사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움쿠헨.
뭔가 딱딱한 과자인줄 알았는데 부드럽네요.
당황
바움쿠헨의 묘미를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겐 그냥 카스테라맛이었습니다.
어느덧 여행도 막바지입니다.
기분 좋다가 갑자기 급 우울...
스스로를 추스르며 여행 첫 날부터 지금까지를 천천히 추억해봅니다.
.
.
.
역시 귀국하기 싫습니다 ㅠ어허헝허엏
더 놀고 싶어...!
그렇지만 떠나야죠.
내일이야말로 하이라이트.
이렇게 해이해진 상태로는 즐길 수 없습니다.
그치, 백호형?
무작정 도쿄! 08 - 요코하마 난보[下]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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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도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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