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앤 파우스토 스털링 (Anne Fausto Sterling)이라는 생물학 및 의학교수가
'과학은 모든 의문에 답할 수 있는가'라는 책에 적어놓은 글을 조금 줄여서 써봅니다.
동성애는 돌연변이 인가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목사 매더(1636년에 집필)와 스파이더맨(Spider Man, 1994년의 연설 - 만화-)은
절대 서로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이다.
매더는 남색(男色)을 '비자연적인 불결함'으로 간주하는 반면, 스파이더맨은 '자연은 신이 결코 우리가 모두
똑같지 않도록 만들었음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제각기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자신의 생각을 생물학적으로 뒷받침하려고 시도했다.
매더는 남색을 비자연적인 행위라고 단호하게 규정해서 중요한 범죄로 간주했다.
일반인들은 돌연변이를 혐오하고 두려워하지만 연재 만화에 등장하는 돌연변이의 불쌍한 처지에
동정적인 스파이더맨은 자연을 근거로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얼마나 정상적인가를 설명한다.
표면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위의 두 가지 모두 생물학과 의학의 두가지 기본개념을
- 정상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사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개념들을 혼동하고 있다.
진화 생물학자의 견해에서 볼 때, 생식은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재료와도 같다.
그렇다면 자식을 배제한 성적 결합보다 더 반(反)진화적이고 비자연적인 것이 있을 수 있을까?
20세기 중반 이후 행동 생물학자들은 동물에서 나타나는 동성(同性) 결합의 많은 사례들을 발견했다.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수 있을까? 저명한 행동 생물학자인 프랭크 비치는 수컷과 수컷,
암컷과 암컷이라는 두 가지 성 패턴의 공통점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포유동물'에서 그러한 성행위는 분류학적으로 다섯 가지 목(目)에 속하는 최소한 13개 종(種)에서 나타난다.
때로는 동물계에서 같은 성끼리의 상호 관계가 비생식적 사회 기능으로 기여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생식의 문제를 넘어서 정상적인 것의 정의를 확장시킨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호관계
-생식과 관련되지 않은 동성애- 를 쉽게 자연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때로는 동물에서 같은 성끼리의 결합이 생식과 '관계되기도' 한다.
미국 남서부에는 모두 암컷으로 이루어진 도마뱀속(屬)이 살고 있다.
이들은 단위 생식으로 번식한다. 다시 말해서 암컷이 난자를 생산하는데, 이 난자는 자신의 온전한 염색체 수를
유지하고 복원시키려 하며 정자의 도움없이 배(胚) 발생을 시작한다.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크루즈는 이 도마뱀이
암컷들끼리 교미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암컷 하나가 색깔을 바꾸어 양성(兩性)이 섞여있는
군집 내의 수컷과 비슷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꾼 다음 암컷에게 올라탄다. 그러나 올라탄 놈은 음경을 삽입하는 대신
암컷의 배출강을 문지른다. 그러면 밑에 깔린 암컷이 알을 낳는다. 그 숫자는 그렇지 않은 암컷이 낳은 알보다 훨씬 많다.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암컷의 등에 올라탄 암컷은 수컷의 특성을 잃게 되고, 그 난소는 배란 준비를 갖춘 알을 생산한다.
이번에는 이미 성숙된 난자를 낳은 앜멋이 '수컷' 역할을 맡아 이전에 수컷 역할을 하던 암컷 위로 올라간다.
크루즈는 이러한 동성 접합이 알의 생산을 증가시킴으로써 생식의 성굴률을 가능한 한 높이기 위한 과정임을 상세히 보여주었다.
그러면 암컷 사이에서 동성애를 하는 도마뱀 이야기가 왜 나왔는가?
나는 사람의 동성애가 동물의 단성 생식에서 나왔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더구나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동성 접촉이 단순히 동물적 충동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겠다.
나의 견해는 좀더 단순하다.
동성애는 다양한 환경에 처한 생물학적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을 근거로 삼아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자연이 자연스러운 것을 대상으로 금본위제(화폐의 가치를 금으로 나타내는 것)를 실시한다면,
동성애와 이성애는 모두 금으로 분류될 것이다.
우리는 스파이더맨을 비난할 수도 있지만, 논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더 목사가 오늘날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그는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표현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그는 '비자연적이라는 것은 17세기 식으로 볼때 비정상적이라는 말이다'라고 말할 것 이다.
그가 진정 말하고자 한 것은 [당신이 동물에서 그 보기를 발견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동성애는 비정상적 행위]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예를 근거로 한 논쟁 -동물이 동성애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것-을
뛰어넘어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주장을 새로 제출했다.
하나는 도덕적인 것이고, 하나는 통계적인 것이다.
도덕적 요구는 필연적으로 신이나 그 밖의 더 높은 형태의 명령에게 호소해야 한다.
매더는 신이 사람에게 번식을 위한 성(性)이외에는 어떤 것도 멀리하도록 했고,
성행위도 도덕적 규범에 따라 자손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에 한정시켰다고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다른 행동들은 신의 눈에 비정상으로 비칠 것이다. 논쟁점의 전환으로,
이제 자연과 '자연적인 것'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것이 되었다.
따라서 스파이더맨은 신이 우리에게 준 자연의 의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논쟁이 이러한 도덕적 바탕에서 이루어지면, 우리는 대개 신학적 주장을 위해 과학적 주장을 폐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신학적 주장을 위해 과학적 주장을 폐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신학적 주장이 자연계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큰 문제게 부닥치게 된다. 오히려 그러한 주장들은 신념에 의해서만 실체화될 수 있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동성애 도마뱀은 분명 자연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셈이다.
대개 생물학자와 의학자는 어떤 현상을 비자연적이라는 표현 대신 '비정상적'이라고 말하는 편을 선호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존재/부재'의 논쟁에서 통계학적 논쟁으로까지 발전한다.
다지증(多指症)이라 불리는 유전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증상은 상당히 드물게 나타나며 태어날 때 손가락과 발가락의
수가 각기 10개보다 많다. 내과의들은 그것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정상아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20개이다.
의사들은 대개 외과 수술을 통해 여분의 손가락을 한두 개 제거하는 방법으로
그 아이가 '정상적'으로 보이고 느끼도록 한다 (여기에서 다시 문제가 되는 말이 나온다).
다지증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연적이지만, 통계적으로는 드문 일이다.
만약 여러분이 100만명의 어린이를 표본으로 삼아 출생시의 손가락과 발가락 숫자를 세어 본다면,
그들 중 대다수가 모두 20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그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는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변이를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통계학자가 정상곡선이라고 부르는 곡선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자유의 종과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곡선이라 부른다.
곡선 아래쪽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면적은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가 19개나 20, 21개인 사람들을 나타낸다.
그러나 더 적은 면적 - 소위 꼬리 -은 그 개수가 16, 17, 18(또는 더 적은) 그리고 22,23 또는 24(또는 더 많은)
개인 소수의 아이들을 나타낸다.
의사들은 10개의 발가락과 10개의 손가락을 가진 아이들을 모두 정상이라 부른다.
실제로 그 아이들은 통계적으로 평균에 해당한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을 비정상이라 일컫고
선천적 결손증으로 간주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관해 이야기 할때는 문제가 무척 분명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키처럼 변이가 다양한 특성의 경우는 어떨까?
어떤 사람의 키가 작다고 하여 그를 난쟁이라고 부르거나, 너무 크다고 하여 거인이라고 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의학에서는 -표준편차계산, 즉 주위의 평균변이량이나 종곡선의 높이를 측정하는 과정을 통해 -
본질적으로 임의적인 과정에 의존한다.
의학 통계학자들은 흔히 표준 편차의 두배 이상 크거나 작은 것을 비정상이라 분류한다.
분명 그러한 경우들은 정상 곡선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
키가 60cm인 성인과 225cm인 성인은 각각 난쟁이와 거인으로 분류된다.
그들은 성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종적인 신장(身長)에서 비정상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통계학적 비정상 상태는 다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설계자들은 평균인과 그에 가까운 사람들을 기준으로 침대, 수도꼭지, 자동차, 부엌 개수대, 화장실, 천장을 설계한다.
키가 225cm인 사람은 특주 제작된 침대와 맞춤 의복이 필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발가락이 8개인 사람은
걸음을 걷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외과의사는 그 사람의 발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계상의 차이에서 시작된 문제가 사회적 또는 의학적 문제로 된다. 그리고 드물게 그 중 일부가 비정상이 된다.
사람은 자연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최근 의학자들이 박테리아를 조작하여
사람의 성장 호르몬(장기간 뼈의 생장에 관여해서 어린이들의 키를 조절하게 된다)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추출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며(따라서 항상 공급이 달렸다),
키가 정상 곡선의 꼬리 양끝 부분에 해당하는 어린이들만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난쟁이가 될 운명이었던 일부 아이들이 평균 키에 가깝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잠재적 난쟁이들을 위해 성장 호르몬을 판매하려 드는 자본은 거의 없었다.
많은 양의 호르몬을 필요로 할 만큼 선천적 난쟁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의사들은 '단신'이라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일종의 통계적 질병이었다.
또한 그 질병은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새로운 질병에서, 150cm이상 자라지 않을것으로
판단되는 소년들은 성장 호르몬 처치를 받을 자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정상으로 만들기 위하여.)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은 맨 처음에 단신을 정의했던 정상 분포인 종곡선 자체까지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표준곡선 아래쪽에 속하던 수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어떤 비자연을 만들어 내었는가?
만약 성장 호르몬의 사용이 충분히 일반화된다면 -이전에는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던 -
신장분포가 변화된 새로운 개체군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 호르몬 처치는 과연 옳은 것일까? 여기에서 다시 한번 우리는 도덕적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신이나 아메리칸 인디언의 수호신, 또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의 정신적 감각이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금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일까?
키가 작은 성인은 비정상인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질병을 '치유할' 약을 금지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인가?
동성애는 비자연적인가?
아니면 동성애는 비정상인가?
비자연스러운 것과 자연스러운것, 정상과 비정상, 도덕과 부도덕은 어느 틈에 우리들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린다.
우리는 그 주제들에 대해 토론할 때, 가능한 최대한의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최소한 동일한 문제에 대해 동시에 토론할 수 있다.
매더 목사와 스파이더맨은 결코 화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에서 그들의 견해가 갈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IP보기클릭)118.36.***.***
(IP보기클릭)121.187.***.***
너무 길어서 읽기 귀찮............;;;; | 18.07.03 21:56 | |
(IP보기클릭)182.222.***.***
(IP보기클릭)61.74.***.***
본문 글에도 나와있지만, 매더 목사는 번식을 위한 행위를 제외한 성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물론 1600년대 사람이니 이점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글쓴이가 말하고 싶은것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혹은 문종 세자빈 같은 경우) '도덕적'이라는 선악의 잣대를 기준으로 하자면 선악의 기준이 없는 '자연적'이라는 단어와 상충되는 것을 지적하는 듯 합니다. 또한 '정상적'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정의 아래 만들어진 것이며, 이것은 조절 가능하며 자연적, 도덕적이란 단어와 상충함을 의미 합니다. 도덕적인 일을 하였을때 비자연적일 수 있고, 비자연적인 행위가 정상적일 수 있습니다. | 18.07.04 15:53 | |
(IP보기클릭)112.156.***.***
님 이런글 자주 올려주세요 재밌네요 우리가 맞다 틀리다 할수 있는게 아닌 하나의 제시인거 같습니다. 이런쪽으로 혹은 저런쪽으로든 각자 시각을 넓히시기 바랍니다. | 18.07.04 22:53 | |
(IP보기클릭)182.222.***.***
감사합니다 님이 써준 댓글보니 원문이 어떤 의미로 가져다 썻는지 알겠네요 | 18.07.04 23:52 | |
(IP보기클릭)121.190.***.***
(IP보기클릭)61.34.***.***
(IP보기클릭)121.190.***.***
ready1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18.07.04 10:16 | |
(IP보기클릭)61.74.***.***
책을 봤을때부터 느꼈던 것인데, 글쓴이들이 글이 본업이 아닌 과학자라 그런지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이해가 어렵게 설명해놓더라구요. 그러한 몰이해적인 부분에다가 20년도 더 된 책이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과는 가치관도 많이 달랐을텐데, 그런부분도 있는것 같아요. | 18.07.05 09: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