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는 문 사이에 막대기를 놓고 나온 뒤에 아까 닫았던 1층 문으로 내려갔다. 거기엔 본인이 던져버린
양파와 마늘이 수두룩했다. 냄새가 진동했지만 테오는 정신을 집중해서 문밖의 냄새를 맡았다.
쿵, 쿵, 쿵
테오의 냄새에 반응한 그것이 다시 문을 치기 시작했다. 테오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문밖의 냄새
를 추적했다.
문밖에는 이상하게 변한 그것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같이 쫓아오던 원숭이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윽고 테오는 위층으로 다시 올라가 창문 쪽으로 가서 냄새를 다시 맡았다. 밖에서 여러 냄새가 났다.
건물 밖 주변에도, 1층의 그것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로써 테오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그것은 엘리베이터로 1층에 내려간 뒤, 자신을 기다리는 그것을 뚫고 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으나, 테오가 그것의 냄새를 감지하는 것처럼 그것도 테오의 냄새를 감지하고 있
었다. 그것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건물에 다른 것들이 모여들면 나갈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졌다. 나갈 거면 지금 해내야 했다.
테오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여러 도구가 있었는데, 테오는 그중에서 날카로운 칼을 찾았
다. 사람들이 주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칼은 대부분 아래쪽이 날카로워 뭔가를 베는데 수월했다. 하지만
테오는 그런 것이 아닌 본인의 이빨처럼 끝이 날카로운 것을 찾았다.
그는 주방을 한참 뒤진 뒤에 길이가 길고, 끝이 날카로운 칼을 찾았다. 칼날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예
리했고 아주 투명했다. 테오는 칼의 손잡이를 물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는 바닥에 놓인
막대기 때문에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되고 있었다. 테오는 칼을 물고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막대기를 물어서 들어 올렸다. 막대기가 치워지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 안에서, 테오는 밖에 있는 그것의 행동을 예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그것은 분명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들 것이
었다. 테오는 이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칼 손잡이를 측면으로 물어 칼끝은 문을 향하게 하고, 손잡이 끝은 엘리베이터 벽에 댄다. 이후, 몸을 낮
추고 그것이 덤벼들 때를 기다린다. 그것이 생각 없이 테오 쪽으로 빠르게 달려든다면, 알아서 칼끝에 찔
릴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칼을 보고 주춤할 가능성이 있지만, 테오는 그것이 그냥 달려들 것으로 확신했
다.
그것은 목표물이 눈앞에서 문을 밀고 나가는데, 똑같이 안 하고 입을 들이대서 시간을 지체했다. 또한,
닫힌 문에 대고 머리를 박아대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그것이 보인 행동으로 보았을 때, 테오는 저것이 본
인과 겉모습만 비슷한 멍청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칼을 두려워할 최소한의 영리함도 없을 것으로 생각
했다.
테오는 막대기를 물어 그것을 든 뒤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막대기를 내려놓고 칼을 문 뒤, 손잡이
끝을 엘리베이터 벽에 바짝 댔다. 준비는 끝났다. 밖에서 그것의 거친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테오 에게 긴장감이 엄습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 문 앞에 벌써 와서 머리를 쿵쿵 찍었다. 1층에 거의 다
옴과 동시에 테오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테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문이 열렸다.
눈알이 하나 없는 그것이 엄청난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테오의 예상대로 순식간에 뛰어올라 테오 에게
달려들었다. 테오는 손잡이를 강하게 묻었다.
푹
테오의 얼굴에 그것의 피가 잔뜩 뭍었다. 테오는 바로 칼을 뱉었다. 그것이 달려드는 힘 때문에 테오의
이빨에 큰 충격이 왔고,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테오는 고통을 참으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고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것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순간적으로 테오는 몸의 모
든 긴장을 풀어버렸고, 그 자리에서 오줌을 누고 말았다.
테오는 다시 걸음을 옮겨 사람의 냄새를 찾았다.
건물 밖은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언덕의 내리막길을 따라 양옆으로 거대한 건물들이 가지런히 정렬되
어 있었다. 사람이 없는 건물들은 상당히 스산했다.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테오는 아무 건물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나, 아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봐 쉽
게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두운 도로에 계속해서 있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 해야 했다.
한참을 걸어 테오는 지금까지 봤던 건물 중에 가장 키가 큰 건물 앞에 도달했다. 그 건물을 중심으로 길
이 상하좌우 네 갈래로 나뉘었다. 정말 큰 거리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 지하철역으로 보이는 지하 통로도
있었다. 테오는 더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멈추고 잠시 건물 속에 들어가고자 했다. 장소는 지금 현재 가
장 가까운 지하통로와 키 큰 건물, 둘 중 한 곳에 가기로 했다. 오전에 지하철역에서 이상한 원숭이를 봤
던 탓에, 테오는 지하가 상당히 꺼려졌다. 그래서 그는 키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의 문은 열려있
었다. 테오는 건물 내부에서 엘리베이터를 발견했지만, 막대기가 없기에 엘리베이터 옆쪽 계단으로 올라
갔다. 어쩐 일인지 테오가 한층 한층 올라가서 발견한 문들은 전부 잠겨있었다. 일곱 층을 올라왔는데도
테오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건물을 잘못 정했나 싶어 다시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그때
멀리 위층에서 영진의 어머니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테오는 뛰어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냄새는 강해졌
다. 그곳은 11층이었다. 다행히도, 문은 열려있었다.
테오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아주 어두웠고, 하얀빛을 뿜는 뭔가가 천장에 박혀있었다. 검은색과 하얀빛의 조화, 이곳은 마치
별이 잘 보이는 밤의 하늘 같았다. 테오가 안쪽으로 들어가자 뭔가 미묘한 냄새가 겉돌았다. 하지만 냄새
는 확실하게 났다. 영진의 어머니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어떤 고양이의 냄새도 같이
났다. 그것은 분명 변종의 냄새가 아니었다. 테오는 영진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고양이와 함께 있을 것으
로 생각했다. 테오가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어둠을 밝혀주던 빛도 급격하게 줄었다.
쿵
테오는 냄새를 따라가다 벽에 머리를 부딫쳤다. 냄새와 가까운 그곳은 아주 어두웠다. 테오는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것을 따라갔다.
냄새는 테오를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데려갔다. 계단에 올라가자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미묘한 빛이
어디선가 새어 나왔다. 그곳은 아주 어두웠지만, 냄새가 확실하고 강하게 났기에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냄새의 종착지는 어떤 거대하고 검은 방이었다. 그리고 그 방은 다른 곳과 달리 빛이 아주 밝았고, 의자
가 많았다. 그곳에서 냄새가 났다. 심지어 사람의 목소리도 아주 약간 들려왔다. 테오는 분명 이곳에 영
진의 어머니가 있다고 확신했다.
테오는 기쁜 마음에, 크게 짖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혹시라도 자기가 짖어서 그것이 알아채고 왔을 때, 그것이 만약 영진
의 어머니가 아니라면? 물론 주인의 냄새가 나지만 혹시라도 아닐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자
다른 마음이 올라왔다. 그 마음은 다른 마음을 나무랐다. 자기 자신도 못 믿냐며 그 마음은 테오가 짖도
록 강요했다. 테오는 이상하게 그 마음에 귀를 기울일수록 자신의 머리가 혼탁해짐을 느꼈다. 테오는 일
단 테오는 마음을 추슬렀다. 테오는 소리를 죽이고 가까이 갔다.
테오는 이번에도 숨을 헐떡거리지 않았다. 본인에게 확실하지 않은 존재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함이었
다. 테오는 의자에 몸을 숨긴 채 다가갔다. 냄새가 강력해졌고 소리도 더 명확하게 들렸다.
“흠.... 맛있어!!! 그것들은 왜 이 맛 난걸 버리는지 모르겠단 말야!!! 이걸....”
분명 영진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테오는 그 소리의 의미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영진의 어머니라고 확신했다. 테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교전이 끝났다.
왈! 왈! 왈!
테오가 기쁜 마음으로 짖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테오의 눈앞에 뭔가를 들고 있는 머리가 긴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사람은 고양이를 들고 있었다.
다만 살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테오를 보았다.
“테오?!! 테오구나?!!!! 내가 너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알아?!!! 영진이도 사라지고 말야?!!”
영진의 어머니가 맞긴 했다.
하지만 테오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한쪽 팔이 다른 쪽보다 훨씬 더 길어 손바닥이 땅에 닿았고, 머리
는 헝클어져 있고, 입에서는 피로 보이는 붉은색의 것이 가득했다. 그리고 눈알 한쪽이 빠져있었다.
테오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그리고 영진의 어머니 냄새는 사라졌다. 아니, 처음부터 테오가 맡은 냄
새는 이상하게 변한 어머니의 옷에서 아주 미묘하게 났던 것이었다.
테오는 그것을 쫓아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테오 앞의 그것에게는 아까 본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죽인 이상한 개, 지하철에서 본인을 쫓아왔던 원숭이
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영진 어머니의 냄새는 그것에 묻혀서 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테오는 미세하게 나는 영진의 어머니 냄새를 맡고 나서, 다른 냄새를 추적하지 않았다. 오직 그
것을 찾는 데만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그는 변종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 가족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그 냄새를 걷어차 버린 것이었다.
지금 테오의 눈앞에 서 있는 저것은 영진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것만 보더라도 그러
했다. 그리고 테오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강력한 살기를 느꼈다.
테오앞에 서 있는 그것이 입을 쭉 벌렸다. 입은 붉은 피로 가득했고, 그 안에 있는 치아는 아주 날카롭고
불규칙했다. 도저히 사람의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것은 입을 벌리고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질질 끌며
다가왔다.
테오는 지금껏 느낀 적 없는 공포감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것은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테오가 겨
우 정신을 차려 도망가려고 했을 때 그것의 긴 팔은 이미 테오의 꼬리를 잡았고 테오를 들어올렸다.
테오는 그것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똑바로 바라보았다.
분명 영진의 어머니 형상이었지만, 자신의 기억 속의 그녀와는 너무도 다른 괴물이었다.
“아까 냥이도 엄청 맛났었는데.... 테오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 테오야 미안.. 엄마가 지금 너~~~~~~무
배가 고파서.... 팔 하나만 뜯어먹을게~~”
그것이 테오를 더 들어 올렸다. 테오의 머릿속에는 순간 영진의 얼굴이 생각났다. 테오의 마음속에는 그
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것은 테오 마음속에 있는 공포를 냉정함으로 바꾸었다.
테오는 정신을 차렸다. 그것이 고개를 숙여 테오의 앞발을 물려고 했다. 이때, 테오는 고개를 돌려 그것
의 팔을 강하게 물었다. 그것의 팔에서 나온 피가 테오의 얼굴에 묻었다.
“아악!! 이 망할!!”
그것이 테오를 떨어뜨렸다. 테오는 바로 방에서 빠져나와 영화관의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것은 큰 괴성
을 내며 테오를 쫓아왔다. 다행히 그것은 빠르지 않아 금방 따돌릴 수 있었다. 테오는 계단을 내려와 바
로 1층 쪽으로 향했다. 그것의 냄새는 희미해졌지만 분명 쫓아올 것이었다. 어디든 몸을 숨길 곳이 필요
했다.
테오는 건물에서 나와 맡은 편에 붉은색 건물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곳으로 곧장 향하여 건
물 안으로 들어온 테오는 머리로 문을 밀어 닫았다.
그 건물은 의자와 테이블이 많은 곳이었다. 테오는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쪽으
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러 식자재가 쌓여 있었고 이상한 기계들이 있었다. 테오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식자재 주변을 피해 작은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테오는 필사적으로 헐떡거림을 참았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었다. 테오는 아주 빠른 리듬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온 신경을 후각에 집중했다. 아까처럼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면, 이번엔 운이 좋아 살
았지만,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헐떡거림은 겨우 멎었다. 하지만 테오의 심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존재했다. 사라지지 않은 사람은 영진의 어머니였고, 그녀는 괴물이었다. 테오는 그것이 차라
리 모르는 사람의 냄새였으면 멍청하게 짖으면서 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테오가 생각하기에 그
때 본인의 행동은 성급하고 바보 같았다. 그런 생각 속에서도 일단 살았다는 안도감에 테오의 마음에는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주방은 상당히 추웠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테오의 두꺼운 털을 뚫고 들어가 여린
피부를 괴롭게 했다. 테오는 눈물을 흘렸다. 아주 잠깐 누렸던 평화는 순식간에 슬픔으로 변했다. 추울
때 영진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마련한 이불을 덮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차가운 바람은 그때와 같
았지만, 상황은 달랐다. 자신을 돌봐주던 그녀는 이상한 괴물이 되어 자신을 먹으려 들었고, 아직도 자신
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테오는 주인도 저렇게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인정 하고 싶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
이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테오는 살아야 할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었다.
테오는 주인이 멀쩡하게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문득, 그는 지상의 생명체중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이상한 존재로 변했는데, 왜 본인과 마트에서 본 고양
이는 정상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떻게 예전보다 판단력이 좋아졌는지도 궁금했다. 테
오는 심지어 본능적인 생리 활동도 통제했었다. 자신의 목적에 따라 신체를 통제하는 행동은 예전이라면
불가능했다. 테오의 머릿속에 붉은빛이 떠올랐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분명 본인도 그 빛을 쐬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빛을 쐬고 난 이후 괴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
다고 생각했다.
테오는 생각을 멈췄다. 더 복잡한 것을 고민하기 싫었다. 그냥 주인이 보고 싶었다. 눈물이 고인 테오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해가 중천에 떴다.
햇빛은 엎드려 있는 테오의 털을 간지럽혔다. 테오는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그곳은 집이었다. 테오는 어
안이 벙벙하여 주위를 살폈다. 부엌에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테오가 가까이 가자 그 뒷모습은 확
실히 보였다. 그것은 테오가 그토록 찾던 영진이었다. 테오는 기쁜 마음에 꼬리를 흔들며 주인 곁으로 다
가갔다. 영진은 상냥한 목소리로 테오를 부르며 돌아본다.
“어... 테오 너 일어났구나? 한참을 자길래 걱정했잖아!”
영진은 테오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영진의 웃음은 테오의 몸과 마음속 상처를 전부 씻어주었다. 테오는
기뻤다.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다. 주인의 어머니는 어쩔 수 없지만 지금 현재 영진은 그와 함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테오는 충분히 만족했다. 주인은 테오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테오는 영진의 얼굴을 혀로
핥았다. 그에 영진은 살짝 웃으면서 테오의 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테오를 탁자 위에 살포시 올려놓
았다. 이후 영진은 테오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테오는 탁자에서 내려와 영진에게 다가간 뒤, 그의 다리
에 본인의 얼굴을 비볐다.
그때, 뭔가가 테오의 털에 잔뜩 들어갔다. 이상함을 느낀 테오는 몸을 털었다.
테오의 몸에서 흙이 잔뜩 나왔다. 테오가 고개를 들어 영진을 보자, 영진의 몸이 조금씩 흙으로 변해서
무너지고 있었다. 영진은 테오를 보며 말했다.
“테오야... 미안해...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야 해”
본문
[괴담] 테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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