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제가 중학교1학년 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직업이 군무원이라는 관계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행정아파트라는 관사에 살았습니다.
그당시 어린생각에 우리나라 최초로 지은 아파트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낡았기 때문이죠.
우선 아파트의 페인트가 많이 벗겨져서 하얀 페인트가 벗겨진 사이로 회색 속살이 드문드문 드러나 흉측했습니다.
그당시 연탄을 때는 아파트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화장실 변기도 좌변기가 아니라 세출식이라고 하나요. 끈을 잡아당기면 물이 내려와서 응가를 씻어 내리는 식이었습니다.
그림과 같이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에 화장실이 위치했고 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그 거울이 좀 무서웠습니다.
좀 과장해서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거울에 아무 장식도 없는 실용성 그 하나만을 위해 만든 그런 거울입니다.
세월의 탓인지 거울을 고정시키는 쇠부분이 녹이 슬어선 거울 주변의 장식을 녹과 물때 등이 대신하고 있었죠.
저는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볼때면 항상 거울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서 들어가고 다시 나올때도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화장실의 전등(백열전구)이 나갔습니다. 하지만 고치진 않았어요.
화장실 앞의 불을 켜고 화장실 문을 열어두면 일단은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화장실 앞의 전등까지 모두 고장났습니다.
문제는 화장실 앞의 전등까지 모두 고장난 바로 이날 벌어지게 됩니다.
밤 12시 정도가 되어서 오줌이 마려웠는데 오줌을 참았죠. 무서웠거든요.
참다 참다가 새벽에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꿈까지 꾸고 깼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시계를 보았습니다. 새벽 3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시침 분침이 달려있는 아날로그식 야광 탁상시계입니다.)
부모님을 깨울까 생각까지 했지만 차마 새벽3시에 그럴순 없었죠.
일단 거실의 불을 켰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앞까지만 빛이 조금 오고 화장실 안은 어두컴컴합니다.
저는 일단 화장실 문을 열고 한발만 화장실 안으로 내밀고 반만 화장실 안으로 한채 거울을 보았습니다.
평소라면 일부러 피했겠지만 만약 거울 속에 귀신이 나타나고 오줌누는 사이에 문이 닫혀버리기라도 한다면 끔찍하잖아요.
화장실에 조그만 창문을 통해 달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은 잔뜩 상기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그런데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잔뜩 쫄아있는데 거울 속의 제모습은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아..지금도 그때 생각나면서 글쓰면서 소름이..)
거울속에 제 얼굴만이 보이는데 그 미소짓던 입술이 점점 옆으로 벌어지며 활짝 웃는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거울 속의 얼굴이 점점 수염난 얼굴의 남자로 변하더라구요. (털보네 국수의 털보아저씨 비슷한...)
그 웃는 얼굴은 분명 저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만약 소리가 났다면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이런 소리가 났을 겁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뒷걸음을 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겨우 몸전체를 화장실에서 벗어나게 한 후 현관쪽을 바라보았는데 현관 아래쪽에선 불빛이 스며들었습니다.
'엄마!!' 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정말 마음으론 '악~!!'하고 소리지르는데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다 더이상 안올라오더군요.
한참동안 목소리도 못내다가 겨우 ''엄마~!!!!" 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아빠~!!!" 라고 외쳤죠.
근데 이게 부모님은 제 목소리를 못들은건지 나오질 않으시는겁니다.
조금 후에 어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아버지는 죽도(검도용 대나무칼)를 들고 나오시더군요.
"뭐야~!? 도둑이야?!" 이러시면서...
곧이어 시계 알람이 울립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여보, 회사갈 시간이네요."
시계는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지금 추리로 현관 아래쪽에 불이 들어온 것은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을때 아파트 통로에 불이 켜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는 세시간 가까이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었던 것이 됩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추신 : 오늘 아침에 저 밑에 '처녀귀신' 이야기를 정확하게 쓰려고 가족들이랑 귀신 본 이야기를 하다가 거울 이야기를 부모님께 해드렸는데요.
어머니가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돌아가신지는 한참 되셨습니다.)
"ㅁㅁ할머니가 그때 화장실 거울 쳐다보면서 '너 누구야!, 너 누구야!' 이러시길래 대낮부터 술 좀 드셨나 보다 생각했지."
참고로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치매끼는 전혀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IP보기클릭)39.112.***.***
근데 털보아저씨가 호탕하게 와하하하하하핳! 하고 웃는 장면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음 뭔가 ㅋㅋㅋㅋㅋ 물론 본인은 그때 엄청 무서웠을거 같은데 아무리 해도 연상되는 이미지가 막 친근한 털보 아저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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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하필이면 털보네 국수 아저씨를 닮아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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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털보아저씨가 호탕하게 와하하하하하핳! 하고 웃는 장면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음 뭔가 ㅋㅋㅋㅋㅋ 물론 본인은 그때 엄청 무서웠을거 같은데 아무리 해도 연상되는 이미지가 막 친근한 털보 아저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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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하필이면 털보네 국수 아저씨를 닮아서 ㅋ | 16.07.30 23: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