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썼던 글
난 1년 전 쯤 교대하는 누나 좋아한다고 글 쓰던 주말 야간 편돌이였음.
그리고 이 이야기는 1년동안의 짝사랑을 종지부 찍는 이야기고.
나는 딱 한 주만 더 일하면 알바가 끝나는 상황이었음.
그 소리인 즉슨 2년동안 알바하던것도 끝이고, 2년동안 보던 누나 얼굴도 마지막이었단거지.
결국 일요일 아침 9시.
알바가 끝나고 지난 1년의 어느날과 다름없이 곁에서 수다를 떨었음.
의미없는 대화가 오가면서도 계속 머릿속으로는 고백해야만 해, 고백해야만 해 오늘이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1시간이 지난 뒤 대화가 뜸해질 시점에서 계속 말하려 하는데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턱턱 걸리더라.
말을 하려고 아무리 힘줘서 목소리를 쥐어 짜내려 하려다가도 목에는 말이 이만큼 찼는데.
정말 말이 안나와서... 답답해 죽을 것 같았음.
그런데 누나도 슬슬 말이 없고, 이제 가야할 것 같긴한데도 끝까지 말이 안나오더라.
결국 또 웃으면서 이야기나 하다가 어쩌다 보니 충전기나 휴대폰 주섬주섬 챙기면서 백룸에 들어감.
근데 너무 아쉬운거야. 나도 모르게 멍 때리다가 일부러 지갑을 두고 나왔음.
다시 편의점에 들어갈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고 싶었는지도 몰라.
결국 편의점을 나와서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라는 말을 계속 연습하면서
담배 한대 태우면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라고 자기최면 걸고
몇번이고 발길을 돌리다가 결국 다시 편의점에 들어감
누나가 "어? 왜 또 왔어요? ㅋㅋㅋㅋㅋㅋ" 이러길래
"아 지갑 두고 나와서요 ㅋㅋㅋㅋ" 이랬음
백룸에 들어가서 지갑을 챙기고 CCTV 보는데 아뿔싸 누나가 문열고 나가는 것 같더라.
개망했다 하면서 빨리 매장으로 걸어가는데 누나는 그냥 환기시키려고 문 연것 같더라.
그리고 역광으로 빛이 들어오는 편의점 문 앞에서
누나가 "언제 집에가요? ㅋㅋㅋ" 라면서 웃는데
그걸 보니까 아... 말을 해야만 하겠구나 싶더라고.
나는 "지금 가야죠 ㅋㅋㅋ" 하면서 대충 대답하고 카운터 앞으로 감.
"뭐 볼일 있어요?" 라고 묻다가 카운터 근처에 주말 오후 알바생이 두고간 슬리퍼 보고 이거 뭐냐고 묻더라.
"주말오후 애 슬리퍼인가봐요" 라고 이야기 함.
"ㅋㅋㅋ 귀엽네" 이러고 별 시답잖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더이상 시간 끌수가 없는게 느껴짐.
"아 저..."
"네? 할말 있어요?"
이러는데 역시나 목에서 막히는 좋아했어요 한마디.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얼른 말해봐요 ㅋ" 라고 누나는 재촉하는데 이제는 못미루겠다 싶더라.
숨 한번 크게 들이 마쉬고.
그 숨을 토해내듯 내뱉으며 겨우 말을 해냈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느낌이 잊혀지질 않음.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네?"
"누나 좋아했었다구요."
그제서야 내 입에선 좋아해요 소리가 나올 수 있었고 이후로는 말이 술술 나오더라.
누나가 웃으면서 "에?" 하더니 말을 이어감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ㅋㅋㅋㅋ"
"그냥 좋아했다구요. 대충 눈치채고 있던거 아니었어요? ㅋㅋ..."
누나가 당황했는지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딴 이야기 하더라.
"아 음 어 물티슈 혹시 어디있는지 알아요?"
"어디에 있지 않을까요? 거기 없어요?"
"네 없어요."
"근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ㅋㅋㅋㅋ"
"마지막이니까요. 다음주면 안나오니까 ㅎㅎ..."
"뭔 소리에요 다음주에 제가 대타 뛰어달라고 하면 나와야죠. ㅋㅋㅋ...."
"뭐 그건 필요하면 말하구요 ㅎㅎ..."
라고 이야기가 오가는데 도저히 거기에 더는 못있겠더라.
그리고는
"그럼 저 가볼께요." 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대답 듣기가 두려웠던 걸까, 내가 너무 수줍었던 걸까.
나오면서 편의점에 다시 들어갈 구실로 삼았던 내 지갑을 쥐는데
손이 어찌나 힘이 들어가던지, 내 표정은 왜 그리 일그러지던지.
그렇게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그 길로 편의점에서 나와버렸다.
물론 지금까진 아무 연락도 없다.
아마 차인거겠지.
근데 슬픈건 지금 생각해보면 야간 알바 뛰고 난 뒤에 졸린 상태로 말해서
그때 웃던 누나 표정은 자세히 기억도 안나.
그냥 그때 고백이 지금 나한테는 굉장히 꿈처럼만 느껴지는게.
그게 좀 많이 슬픔.
그래도 말은 했으니까.
지난 1년간 내가 품었던 연정이 내 머릿속에만 지나가던 기억이 아니게 됐으니까.
그거면 된거라는 생각이 스치더라...
물론 지금도 못잊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우연히 마주칠 수도 없는 사람이 되버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