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로튼토마토 97퍼센트 찍을 물건은 확실히 아닙니다.
물론 상징성으로는 그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야 있겠지요. 흑인 히어로 주연의 흑인 주연들 작품. 다만 영화 자체로 따지면 아쉬운 점이 좀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좋은 주제의식이 있죠. 흑인 인종차별. 각각의 매력을 뽐내면서도 개성이 뛰어난 주조연들. 훌륭한 ost.
단점은 위의 장점들을 완벽하게 묘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흑인 인종차별의 경우에는 '우리 다 아는 얘기잖아요?' 라고 넘어가요. 즉 흑인들의 핍박받는 현실은 거의 묘사하지 않습니다.
LA 폭동 사태라던가 말이죠.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여서 그런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미국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로는 캐릭터 활용인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사견입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각각의 캐릭터는 잘 짜여졌고 드라마성도 훌륭합니다. 딱 한 사람만 빼고요.
주인공이요. 허..... 정말요. 중간까지 주인공은 너무나도 평이합니다. 착하고 좋아서 감정적인 사건을 만들 여지가 별로 없어요. 그나마 클로를 처형하려고 할 때가 캐릭터로서의 긴장감이 올라가는 시점인데, 그것 말고는 그냥저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슈리의 캐릭터를 살리고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유지하려고 그런 길을 택한 듯 한데, 아버지가 일주일 전에 죽은 남매 치고는 굉장히 순해 보이더군요.
제 생각에는 각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고 전반부의 분위기를 안정되게 유지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킬몽거의 등장씬은 확실히 긴장감이 유지되지만, 주인공이 나올 때는 분위기가 원채 평이하니 악역보다 주인공의 뽀스가 딸릴 수 밖에요. 시빌 워에서 보여준 엄청난 간지는 사라지고, 더 인간적이 되었지만 더 평범해졌죠. 더 별로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나마 나은건 중간 이후로 주인공에게 드라마성이 부여된다는 겁니다. 아버지의 엄청난 흑역사 이후로는 나름 괜찮더군요. 킬몽거의 정체를 숨기려 들고, 아버지의 환영 앞에서 당신들 모두가 틀렸다고 비난하는 씬에서는 잃어버린 멋이 되돌아오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점으로는 모두가 말하는 액션씬이 있는데, 이건 엄청난 단점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저냥 무난무난 했어요. 물론 부산추격씬은 좋았죠. 개인 전투씬은 시빌워가 너무 잘 찍어서 비교되어 딸리는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CG틱한 분위기와 엄청나게 싼티나는 에너지 방출 설정이 전체 분위기를 낮추더군요. 특히 최종전에서 그랬는데, 부산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며 차량을 날려버릴 때는 파편도 튀고 차량이 찌그러진 모양이 확실하게 보이는데 비해 최종전에서 흐아압 하니까 사람들 으어어 날아가고. 황금방구 보라방구 으엑...
비브라늄 광산도 지나친 SF틱 모양새로 전 별로였고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나쁜 영화라고 묻냐면 그건 아닙니다.
시빌 워가 워낙에 초월적인 물건이었고, 라그나로크가 워낙에 재미나게 뽑아주었고, 정치적 올바름에 목마른 평론가들이 과대평가를 해서 그렇지 이 영화는 충분히 괜찮은 영화입니다.
정치적 요소와 인종 문제 등의 요소를 잘 끌여들였고, 메인 빌런의 라인업에서는 클로와 킬몽거 모두 엄청난 존재감을 뿌려댑니다.
초반에 느껴진 그냥저냥 드라마도 쌓아놓은 기틀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중반부 시점에서는 꽤나 매력적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초반부의 주인공의 빈약함이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인종차별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피했죠. 거기다가 그 허점을 충족시켜줄 만큼 액션도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액션과 CG틱 요소, 초반의 개그를 최대한 줄이고 정치적 요소, 드라마성을 최대한 늘렸다면 어떨까 싶더군요. 로건이나 데드풀등이 그랬던 것처럼 할리우드의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고 말이죠.
(IP보기클릭)121.147.***.***
(IP보기클릭)118.221.***.***
저도 그랬어요. 로튼 97은 좀...라스트 제다이 이후로 평론가들 신뢰도가 꽤 떨어졌죠. | 18.02.18 13:05 | |
(IP보기클릭)14.33.***.***
(IP보기클릭)118.221.***.***
정확하게는 시빌워가 너무 인상이 강했고, 이번 영화가 너무 옅었죠. 거기에 빌런하고 조역들이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냥 순둥이 컨셉 왕자님은 묻힐 수 밖에... | 18.02.18 13: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