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점
-스토리. 스토리 하나만 놓고 보면 21세기 최고의 로봇애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10년도는 파프너 시리즈를 빼면 솔직히 스토리 완성도가 높거나 작가주의가 강한 로봇애니가 거의 없었고, 올해는 특히 재앙에 가까운 해였기 때문에 거대로봇 만화를 좋아하는 오타쿠 입장에서 이 애니는 각별합니다. 00~10년대 로봇애니에서 종종 드러나는 문제점(ex: 힘이 곧 정의, 억지성 강한 가해자 실드 등)을 완벽하게 타파한 전개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왕도 패턴 비틀기에 능한 미즈카미 사토시의 재능은 이 작품에서도 폭발합니다.
상업성을 어느 정도 포기했기 떄문에 가능한 거긴 하지만, 떡밥이 대부분 회수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장점. 솔직히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느낌으로 떡밥을 회수합니다.
요새는 정말 드물어진 작가주의적인 메시지가 강한 작품인 것도 장점입니다. 솔직히 요새는 이런 로봇애니를 만드는 사람이 토미노랑 안노 밖에 없죠.(....) 하지만 이 작품은 토미노와 달리 꼰대적인 느낌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아니고, 안노처럼 이야기를 비비 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이 만드는 애니의 장점은 대부분 가지고 있죠. 그러면서도 전성기 이마가와 야스히로에게서 느껴졌던 초경파 애니로서의 장점도 가집니다. 완전 갓애니 아니냐?(....)
-이 작품의 판권은 반다이 비주얼에 있습니다. 차기 슈로대 참전률이 아주 높은 작품 중 하나. 요새 슈로대는 신규 참전작의 내용을 중심으로 크로스오버 시나리오를 짜서 50화 가량으로 매듭짓는 식의 기본 틀을 짜는데, 플래닛 위드는 이런 요새의 1년 1작 슈로대 노선에 완벽하게 특화된 작품입니다. 원작 재현도 충분히 하면서 크로스오버 하기도 좋은 편. 당장 생각나는 것만 꼽아봐도 진 겟타, 자이언트 로보, G건담, 발디오스, 갓마즈, 그렌다이저, 에반게리온, 그렌라간 등.... 리얼계 중에서는 똑같이 '유년기의 꿈'에서 영감을 얻은 건담 00가 있군요.
-슈퍼로봇 팬 입장에서는 정말 간만에 나온 제대로 된 열혈 경파 로봇 만화인 점도 +. 솔직히 요 근래 슈퍼로봇 애니는 비주얼이나 일부 장점에 올인하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기 떄문에, 제대로 작품으로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 나온게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아마 작가의 취향인 거 같은데, 싸게 만든 애니 치고는 성우와 BGM이 고급입니다. 와카모토 노리오가 츤데레 캐릭터를 연기하는 애니라니...(....) 성덕 입장에서는 귀가 호강하는 작품 중 하나. 개인적으로는 고토 사오리 씨의 목소리를 질리도록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이상하게 배역 운이 별로인 성우라 빛날 기회가 별로 없는 안타까운 분인데, 이 작품에서는 (여러 의미로) 맹활약.
-이건 3-40대 이상의 자녀를 둔 오타쿠 부모에게만 해당하는 포인트인데, 잔혹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묘사가 거의 없지만 작품성이 높은 로봇만화라,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성숙한 로봇만화를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건담이나 에바 등을 추천하기 껄끄러운 부모에게는 꽤 괜찮은 작품. 사실 꽤 어두운 설정들이 잔뜩 깔려있지만, 이 묘사를 절제된 은유법을 사용해서 풀어낸 것도 이 케이스에서는 장점이 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애니를 자녀와 함께 본 부모들이 꽤 많습니다.
2. 단점
-만화가 원작 애니의 딜레마긴 한데, 솔직히 저는 미즈카미 사토시의 오랜 팬이지만 미즈카미 선생님의 그림체는 상업성과 아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메카 디자인이 조금만 더 상업적이었다면 좀 더 주목받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작화가 불안정한 탓도 있지만, 단역인 여성 아나운서가 작중 주역 여캐보다 이쁘게 나올 때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무래도 1쿨에 맞추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타협한게 보이는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노골적으로 12지에서 모티브를 땄지만 총 멤버는 절반밖에 안되는 그랜드 팔라딘이라던지... 2쿨 정도였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 꽤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열혈경파한 전개는 1쿨이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해서, 이 점은 양날의 검이라고 봅니다.
-저예산. 작붕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BGM이 좋은 대신 SE는 좀 가볍고, 특히 3D 모델들의 퀄리티가 심각하게 낮습니다. 1화의 전투기나 최종전의 용은 정말 안구에 습기가 찹니다. TVA의 한계로 받아들이면 볼만해집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이야기한 미즈카미 사토시 특유의 그림체와 시너지를 일으켜 매우 빈곤한 비주얼이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1분 1초를 정말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쓰는 작품입니다만, 그래서 몇몇 부분을 놓치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넷상에서 논란이 되었던 10화의 타케조의 대사 및 행동. 많은 사람들이 저 장면에서 '아니 저 할배가 노망이 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난리가 났었죠.(...원작자가 따로 해명글을 적었을 정도) 사실 용이 (검열삭제)된 원흉이 누군지를 감안하면 말이 안되는 장면은 아닌데...
-모에의 ㅁ자도 찾아볼 수 없는 여캐들. 귀여운 캐릭터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이 작품의 여캐들은 이나바를 빼면 다들 90년대 감성이라 요새 오타쿠들의 트렌드와는 멉니다.
-건담 00도 그랬지만 유년기의 꿈을 모티브로 한 작품의 딜레마인데... 인류에 대한 관점이 지나치게 긍정적이지 않나 하고 느껴질 떄가 있습니다. 이건 취향의 영역.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올해 초중기의 화제작이었던 달링 인 더 프랑키스와 완전히 정 반대로 간 작품이 된게 인상적입니다. 다리프라가 예술품처럼 만들어진 껍데기에 내용이 파쿠리 종합선물세트인 속 빈 강정이었던데 반해, 플래닛 위드는 저질 작화와 로우 폴리곤으로 그려진 보잘것없는 껍데기에 알맹이를 꽉꽉 채워넣은 작품이 되었으니까요.
솔직히, 상업적으로는 플래닛 위드가 다리프라보다 덜 팔릴겁니다. 이 애니는 슈로대 참전 정도를 빼면 상업적인 가치가 매우 낮은 애니니까요.
어떤 의미론 망할 운명을 타고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이야기의 호소력이 높은 슈퍼로봇 애니가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애니는 주말을 쪼개서 달릴 가치가 있습니다.
장단점을 읽어보고 취향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은 봅시다.
P.S: 이 작품을 다 보고 느낀거지만... 반지의 기사는 애니화된다면 좀 더 상업적인 포인트를 신경써주는 애니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도 비주얼이 볼만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게 상업예술의 딜레마기도 하니 말이죠. 스토리야 어차피 갓갓일테니 다른 부분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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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미즈카미 사토시 선생의 장기연재 작품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연재분량과 무관하게 템포가 아주 빠릅니다.(그게 인기의 비결이고) 이 작품의 준비기간이 무려 4년이었는데, 미즈카미 선생의 성향을 감안하면 10년도부터 일본 애니업계에서 1쿨 애니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걸 의식하고 1쿨에 딱 맞춰 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대중문화의 질적 저하는 일본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트렌드라...(한국도 CJ가 미디어 독점을 하면서 국산영화는 비슷하게 질이 떨어지는 중이라 남말할 처지는 아닙니다-_-) 그 소비자의 개돼지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디즈니 창작물을 주축으로 영미권 창작계에서 부는 PC 트렌드인데, 아시다시피 그 트렌드도 사람에 따라 호오가 극렬하게 갈리죠. 루리웹에서는 소비자의 질적 저하 관련으로 이견이 많이 갈리기 때문에 따로 적진 않았는데, 그런 쪽으로도 트렌드를 잘 맞춰간게 플레닛 위드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작중 개그나 개드립이 시도때도 없이 나오지만 시모네타가 거의 없는게 일본 애니 치고는 참 놀라운 점.(...초반에 피규어 절대영역 보려는 선생 정도니까) -그렇게 보기에는 10년대 애니계의 트렌드는 마마마 이후로 꽤 길게 어둡고 절망적인 방향의 클리셰 비틀기였죠. 실제로 그래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도 적지 않고. 오히려 생각없이 긍정적인 작품들(ex: 치유계 모에애니)들은 점점 쇠락세고 그 빈자리를 현실도피물이 채우고 있는게 요새 트렌드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애니화될 수 있었던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네타가 되니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플래닛 위드를 통해 미즈카미 선생이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긍정론은 크리스트교의 아가페적 사랑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근자감이나 생각없는 낙관론으로 보이게 하지 않으려고 정말 치밀한 노력을 했죠. 저는 그 노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다만, 그 노력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다면 좋았을거라 생각하는 것 뿐이죠. | 18.09.24 1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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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보기엔 아가페적인 희생이나 사랑은 아닌거 같고요... 저는 인간의 행동을 다각적으로 보자는 내용과, 인간애로서의 주제는 용서가 테마라고 봤습니다 | 18.09.24 14: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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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로봇애니 중 스토리 관련으로 좋은 평가 받은 작품이 정말 손에 꼽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아쉬움을 느낀 사람이라면 이 애니는 빛나는 보석입니다. 좀 더 대중적으로 선방할 방법이 슈로대 참전밖에 없는게 아쉬울 뿐. | 18.09.24 10: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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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PIG
사실 저도 그래가지고 전투씬이 좀 맥이 빠지더라고요...물론 끓어오르는 열혈감은 있는데, 효과음과 연출이 아쉬운 나머지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아요. | 18.09.24 14: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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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PIG
TVA가 아니라 OVA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강되었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원반이 팔려야 다음편을 만들 각이 나오니...) 이 작가의 장편 연재작들을 생각하면 절단신공을 못하는 작가는 아닌데, 1쿨 이내로 완벽하게 이야기를 매듭짓는 것에 집착하다가 놓친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애니화 자체로 감지덕지하는 모양이니 뭐라 하기도 그렇고...참 안타깝죠. -메카 디자인은.... 사실 이 작가의 첫 로봇만화인 단편 '허무를 가다'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진 거긴 합니다. 그래도 좀 더 상업적으로 멋지게 팔릴만한 디자인이었다면 나았을텐데 싶긴 하네요. | 18.09.24 15: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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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 제작에 관여하는 작품들은 그런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죠. 특히 넷플릭스 애니들은 영상 퀄리티도 대부분 보장되는 편이라... 그런 쪽을 주축으로 제작위원회가 만들어졌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긴 합니다. 좀 아쉽네요. | 18.09.25 22: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