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괴수 고질라에 지적생명체가 지혜를 총결집시켜서 싸움을 거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결전도시는 고질라와의 싸움보다도 고질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감정도 육체도 버리고 고질라와 같은 괴물이 되려는 자들(빌루사루도)과,
고질라를 쓰러뜨리는 것 이상으로 인간으로서 남아있는 것을 중요시하는 자들(인류, 액시프)의 갈등이 가장 포인트였습니다.
전작부터 빌루사루도, 액시프, 인류 세 종족이 하나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고 필요에 의해서 함께 행동중이란 것이 암시됐었는데 2편에서 바로 회수해가네요.
빌루사루도도 인류도 작중 묘사를 봐선 감정을 느끼는것도 동일하고 지적 수준도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매우 유사한 종족으로 보입니다.
다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가치관입니다. 서로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요.
인류는 감정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지적생명체로서의 존재의의라고 생각하는 반면,
빌루사루도는 감정은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이기에 배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고, 고도의 지성과 합리성만이 지적생명체의 존재의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해석으론 작중 묘사를 봐선 그냥 빌루사루도가 원래 그런 종족이었다기 보단, 오래 전부터 종족 구성원들이 단체로 감정을 경시하고 이성만을 추구해와서 이성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을 키워온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루오와 같이 일개 인간의 입장에선 솔직히 고질라를 이겨봤자 기쁨도 슬픔도 못느끼고 이성적으로 집단에 도움이 되는 행동만 하며 살아가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만, 빌루살루도의 입장에선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잘라내고, 종족 전체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이상적인 진화형태에 살아있는 채로 도달하게 되는 황홀한 순간이었던거죠. 빌루살루도의 입장에선 오히려 이런 이상향을 그렇게 합리적이던 하루오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게 부조리로 느껴졌을지도 모르죠.
다만 작중에서 이 사단이 난 근본적 원인은 빌루살루도 측의 이해하려는 시도, 소통하려는 시도의 부재로 보입니다. 고질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모든 지적 생명체가 하나의 의지로단결해야 한다면서, 정작 조금 일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자신들에게 그렇게 할 능력이 있으니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힘으로 하루오와 유코를 동화시키려 들다니요. 여기서 동의를 구하고 행동하기만 했어도 특공 시도조차 못해보고 패배하는 일 따윈 없었을겁니다. 물론, 다른 인류의 반응을 봐선 하루오나 유코도 특공에 참여하지 않을거란 추론은 가능하고 힘으로 말을 듣게 만드는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 로스도 적고, 무엇보다 인간따위를 동화시키지 못할 가능성은 그들 입장에선 제로였으니까요. 다만 이는 지나치게 이성을 맹신하고 당사자의 감정을 경외시한 판단이었고, 하루오가 나노메탈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예상 불가능했던 치명적인 미스가 발생하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최악의 선택지로 변모했습니다.
만에 하나 하루오가 유코를 방치하고 특공에 가담했다면 그 이후는 어찌됐을까요? 고질라를 쓰러뜨렸다고 칩시다.
액시프 형님이 말했듯이, 메카 고지라와의 동화는 빌루사루도 종족에게 있어서 지적생명체의 진화이자 더 높은 단계의 존재가 되는 과정이기에 , 지구 전체를 메카 고지라화 할 때 까지 증식을 멈추지 않았을테고, 남은 인류에게 이를 저지할 화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퇴양난의 재앙 속에서, 구 원적인 고질라 보다도, 앞으로 그와 비슷하거나 더 끔찍한 재앙이 됐을 메카 고지라를 쓰러뜨렸다고도 볼 수 있겠죠. 애초에 메카 고지라라는 존재 자체가 인류, 액시프, 빌루사루도 세 종족의 희망이 아니고, 빌루사루도에게 있어서만의 희망이었던 셈이죠.
딱 하나,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가 떠오르긴 합니다. 하루오 본인은 특공에 참여하지 않고, 나머지 두 대만을 특공시킨 다음에 하루오의 벌쳐로 컨트롤 센터를 파괴하는 결말이죠. 특공에 참여하지 않은 하루오 기를 먼저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여튼 2편을 다 본 지금 시점에선 이게 가장 이성과 감성을 가진 지적생명체가 살아남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 까 싶음요. 다만 연인이었던 유코가 일각을 다투며 침식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그런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무감정한 녀석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별로 보고 싶지 않기도 하구요.
여느때처럼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서 비극을 빵빵 터트려주는 우로부치였습니다. 다음작에선 액시프의 별을 멸망시킨 사악한 괴물 '기도라'가 등장할 것이 예고돼있는데, 미친 괴물들이 맞다이뜨는 틈새시장에서 지적 생명체들이 어떤 역전극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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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괴수 대격전이 안나온게 아쉽기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아쉬움을 채워주고도 남을 만큼 내용이 흥미진진했음요ㅋㅋㅋㅋ 초반부터 꾸준히 나노메탈이 무서운 존재란걸 반복적으로 연출로 보여주고 대사 면에서도 떡밥을 차례로 쌓은 다음에 마지막에 갈등을 폭발시키는 구성이 이야기 완성도를 위해 시나리오 작법대로 철저히 계획된 드라마라는 느낌이어서 예상하기 쉬우면서도 참 재밌게 볼 수 있었음요. | 18.07.19 14: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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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고지라(?)가 당하는걸 직접 관측한 것도 아닌지라ㅋㅋㅋ 분자운동 운운 하는 시점에서 이미 생물이 가질만한 능력을 한참 초월한 것 같습니다. 이건 열선포부터 그렇긴 하지만요ㅋㅋㅋㅋ | 18.07.19 16: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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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생각 했었음요! 원치않게 특공을 강요받은 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비참하게 죽었고, 자진해서 특공에 나선 자는 아무 소득 없이 개죽음을 당했으며, 특공을 명령시킨 지휘본부는 명령을 거부한 부하에게 박살낸 셈입니다. 명령을 거부한 자만이 살아남았네요. | 18.07.19 17: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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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유전자 얘기시군요. 삼대 괴수 대결전이 될지도요ㅋㅋㅋ | 18.07.19 21: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