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애니메이션(animation)에서 동화(動畵)가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요

[무냥이]

제가 애니메이션에 쓰는 돈이 제작사한테는 한푼도 안 간다지만 어쨌거나 소비자로서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몇몇 작품에서는 움직이는 장면이 너무 적어요.

극장판은 덜한데 특히 TVA에서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동화(動畵)가 줄어드는 게 많이 씁쓸하네요.

애니메이션 보면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장면이 입만 뻐끔거리는 장면이거든요.

어쩔 땐 작붕보다도 싫습니다.

차라리 정지화면 보여주고 풍경이나 배경보여주면서 대화씬 처리하는 거는 제작비 절감과 동시에 연출의 일환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말 하는 사람 외에 모든게 얼어 있는 그런 장면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위 스크린샷은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6화 한 장면인데요.

좌측의 스즈하 표정이 무려 12초 동안-_-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1분8초부터 1분20초까지요. 눈도 안 깜박여요 으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고 하던데 여러 작품들을 보다보면 그게 여실히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사영화와 비교하면 정말 처참하다고 해야하나...

장면을 만들어내는 독창성이나 참신함이 영화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요.

실제 카메라와 배우를 써야하는 영화는 여러 제약이 있는 반면에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훨씬 물리적 제약이 적은데도 그런 자유를 활용하지 못한달까요.

물론 훨씬 거대자본이 투자되는 영화와 1대1 비교는 부적절한 감이 있지만요.....

<너의 이름은>이 정말 사기적으로 느껴졌던게

말그대로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난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움을 표현한 장면이 많기 때문이었어요.

작화가 실사같다 뭐 이런 것보다도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움! 그것에 더 감동했습니다.

위 그림은 <너의 이름은>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는 장면입니다. 일반적인 실사 영화라면 이런 장면 만들기 까다롭겠죠.

이 장면은 <달링 인 더 프랑키스> 1화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것 역시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표현하기 힘든 장면이었을 거예요.

이 장면도 역시 <달링 인 더 프랑키스> 1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런 구도의 장면 자체는 참신함이 있다거나 애니메이션만의 독창적인 기법은 아니지만

프랑키스는 1화만 해도 이렇게 역동적이고 대담하게 장면을 연출하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요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거랑은 완전 다른 애니메이션 -_;;

영화는 감상하다보면 요즘에도 '와 어떻게 이렇게 찍을 생각을 했을까' 감탄이 들만큼 놀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TV애니메이션은 흠...

영화에서 롱테이크 신을 예로 들어보면

<어벤져스> 1편에서 롱테이크 전투 장면을 보고 소름 돋았는데

<그래비티>에서 롱테이크 인트로는 정말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라라랜드> 인트로 뮤지컬 롱테이크 씬은 사실 롱테이크가 아니였다는 거에서 아니 미친 이걸?이라는 생각마저 들었고요.

앞의 세 영화만큼 소름은 아니지만 <007 스펙터>의 초반 롱테이크 씬도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만큼 카메라 워크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영화는 앞으로도 저를 놀래키리라는 기대가 있어요.

그에 반해 애니메이션은 인상적인 동화 장면을 본 지 오래된 것 같고 기대감도 많이 낮아진 편입니다. 제가 골라보는 식견이 부족해 좋은 애니메이션들을 놓친 걸 수도 있지만요.

<울려라 유포니엄> 12화입니다.

저는 이장면 하나때문에라도 1기 전체를 몇번이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잘 만든 장면이에요.

이런 거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요.

애니메이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딱하나 희망이 있는 게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오프닝은 요새도 참신하고 상상력이 톡톡 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지난 분기에도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유루캠 오프닝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번 돌려본 기억이 납니다.

일반 소비자인 제가 뭘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제작환경이 뭐든 개선이 좀 되어서 양질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네요.

[랑가나단]

유포니엄은 쿄애니 작품 중에서도 퀄은 최상급에 속하는 TVA니..
예전에는 작화 신경 꽤 썼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많이 무뎌진 것 같습니다. 웬만한 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게 되네요. ㅋㅋ

[무냥이]

저도 위에 불만은 잔뜩 써놓았지만 실제 감상할 때는 그러려니 하면서 봅니다ㅎㅎㅎ

[Axis Ahuron-]

음 뭐랄까...
배경미술이나 색채설계는 시대에 맞게 발전된 게 눈에 보이지만, 정작 작화(캐릭터 디자인 및 동세)는 10년 전과 비교해봐도 많이 떨어진 것 같네요.
특히 원안 캐디의 현란한 퀄리티의 절반도 못따라오는 캐디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무냥이]

배경작화는 정말 10년전이랑 확 체감되더라구요. 색감도 요즘 애니메이션이 정말 이뻐요.ㅠㅠ 동화는 큰 변화를 모르겠습니다...

[로케런저]

예나 지금이나 티비애니 동화는 거기서 거기

[무냥이]

맞는 말씀이에요. 에반게리온도 전투신 빼면 정지화면 진짜 많죠

[모다메다 오시마이다]

전 모르겠네요 예나 지금이나 케바케 측면도 강하다 봅니다. 가끔 옛날애니 볼때도 움직임 없이 입만 뻥긋거리는거 많아요 대게 좋은부분만 기억에 남아 그렇지. 아동용 애니나 코미디가 평상시에도 역동적으로 신경쓰는게 많죠 그 이외에는 평소엔 최대한 동화 아끼다 중요할때 터트리는식이구요

물론 저도 요즘 일본애니 질이 낮아진 느낌은 들지만 요즘도 예를들면 동화공방 트리거 작품이라던가 찾아보면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느낌나는거 있거든요. 원래 일본애니 자체가 미형으로 그리다 보니 동화의 부드러움에 한계가 있어서 그걸 여러가지 효과로 커버치는 스타일이라고 보구요. 진짜 만화식의 자유로운 연출을 보고싶음 미국애니가 낫겠죠. 그리고 예를드신 슈타게 같은건 애초에 대화랑 분위기 연출이 주가 되는 되게 정적인 작품이구요 물론 알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셔서 예를드신거겠지만

[무냥이]

작성자입니다.
본문에는 나쁜 예시로 써놨지만 사실 제가 7~8번 돌려본 애니메이션은 슈타게가 유일해요.ㅋㅋㅋㅋ
제 입맛에선 슈타게를 싫어해야 맞는데, 이상하게 자꾸보게되고 끌리더라구요.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몸은 거부할 수 없게되는 이상함ㄷㄷ

말씀하신 것처럼 케바케 측면도 많은 것 같아요.

[나데]

정말 공감...
요즘 애니들 그림체는 이뻐도 입만뻐끔거리는거보면 정말 볼맛안나죠

[뱜꽃향기]

애니만큼 제작회사에 얼마나 투자(제작비)하느야에 따라 퀄리티 차이가 확 나는 영상매체도 드물죠.

[으악내눈]

적어도 요새 십년간은 몇몇빼고 다 고만고만하지 않나..

[MaxFear]

프랑키스에 푹빠진게 저 1화의 역동적인 장면 이었어요. 지금은 왠지 다른 에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남은 화수에서 괜찮은 장면이 나와주었으면 하네요

[立直]

히나마츠리 작화가 볼수록 진국이더라구요
컷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높은데 동화까지 아낌없이 넣어줘서 대만족

[tcae]

달프 저거 보고 입문했는데 지금은 그냥 치정극

[france]

그러고보니 말 하는 사람 외에 모든게 얼어 있는 그런 장면은 정말 안타깝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생각난건대

라푼젤같은 미국애니도 말하는 캐릭빼고 다른캐릭들이 정지되는걸 몇번봤거든요

https://youtu.be/qU3cAGHnPJU

대략 이런장면 1분 42초부터 1분 46초까지

라푼젤이 나쁘다는게 아니고 이런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냥 궁금해서

[무냥이]

예시로 링크 주신 영상은 제가 말한 케이스랑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등장인물들이 가만히 있는 걸 지적한 게 아니라
제작진에 그림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은 걸 꼬집은 거라서요.

[마이퍼니발렌타인]

움직이는데요. 전 지금까지 미국애니(위와 같은 극장용애니) 보면서 일본애니 처럼 정지화면 같이 가만히 있는걸 본적이 없는거 같네요. 저렇게 대사 없이 가만히 서 있을때에도 호흡으로 몸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주는게 미국애니로 알고 있습니다

[웱쾏싦칿]

개인적으로 이런 이유때문에 샤프트애니가 싫더군요 액션신 잘만들땐 잘만들긴 하는데 평소에 정지화면이 너무 많이서..
그 특유의 연출들도 처음엔 예술적느낌으로 봤었는데 매번 그리 만드니 비용절감하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 싶은 느낌도 들고...

[시현류]

동화 스텝도 생명이에요.........

[벗바]

일본 애니메이션은 저 작화를 아끼는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미국의 디즈니는 한컷 한컷 다 움직이는 방식이라 움직임이 풍부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특정 인물의 특정 부분만 움직이는 형태로 발전해서 일본 특유의 스타일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싸우는 중에 설명을 하는 거 같은거요. 비용은 적게 들면서 효과는 올리는 방식이죠. 저 방식을 쓰게 된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된 거죠.

예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화를 풍부하게 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거장이라고 불립니다. 미야자키 tva 시절 루팡 3세 1기와 2기의 145화와 최종화에서 맡았던 작품은 기존 화보다 작화 움직임이 풍부합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갔죠.

[루리웹-8557281295]

동화 한편마다 움직이는게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요. 이건 버블 경제때 일본도 해당사항이라. 뭐라할 처지는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