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 괜찮아!?"
니토에게 붙잡혀 심문 받으며 온갖 고문을 당한 지휘관의 몰골이 참으로 말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 UMP45와 AK-12의 합작으로 모든 니토를 성공적으로 해킹해 백세력 지부의 보안망을 돌파하자, 지휘관을 구출하기 위해 UMP9과 HK416이 도착한다. 지휘관은 그 두 전술인형의 부축임을 받고 일어난다. 그러나 지휘관은 괜찮다며, 그녀들의 부축임을 뿌리쳤다.
"으윽.. 난 괜찮다. 그나저나 다른 인형들은 어디 갔느냐?"
"다른 인형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지휘관. 얼른 나가자. 45 언니랑 AK-12 씨가 한동안 보안망을 장악했으니까 도망치는 시간은 충분할 거야."
여유롭다고 말한 UMP9이었지만, 그녀도 시간에 많이 쫓겨 왔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UMP9, 분명 45처럼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았겠지 하면서 그녀들의 인도 아래 그곳을 빠져나온다.
"후우.."
그녀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한 광장, 그곳에서 여러 무리의 전술인형이 지휘관을 맞이한다. 자신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주관한 제너레이터 중대의 일원들이었다.
"지휘관님, 이쪽으로!"
그러자 선두에 선 모신나강과 스프링필드가 제대를 이끌며 움직였다. 시가지에서의 전투는 순조로웠다. 그리 강한 적이 아니라 대부분 경비를 위해 배치된 조그마한 규모라서였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돌파 끝에 그리폰이 장악한 임시 거점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지휘관님을 구출했습니다!"
스프링필드의 목소리가 주둔지 내에 퍼지자, 그 소리를 들은 그리폰의 사람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하나 둘씩 지휘관이 복귀한 걸 환영하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크루거와 헬리안도 있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지금 백세력의 정체를 알아보고 있어. 적어도 우리와 그리 좋은 관계를 가진 녀석들은 아니니 말이야."
그러자 지휘관은 그동안 자리를 비워 죄송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크루거로부터 부재 중 여러 일이 있었다는 걸 전해 듣게 된다.
"지휘관, 우선 부상이 심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카리나를 통해 알려줄테니 우선 가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그러자 지휘관은 고개를 숙인 뒤 전술로봇의 안내에 따라 치료실로 가게 되었다.
"크루거님, 정말 이대로 일을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헬리안이 다소 걱정스런 눈빛으로 크루거를 보았다. 그러나 크루거는 뭔가 굳게 다짐한 얼굴로 자신의 선택에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겠단 의지를 투철히 내비쳤다.
"헬리안, 때론 위험함을 감수하면서 해야 할 일이란 게 있다. 설령 그게 자신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온다 해도 말이지."
"용기..라는 거군요."
"뭐, 그런 셈이지."
크루거는 그렇게 뒤돌아 들어가는 지휘관을 보며 헬리안에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해야 할 일이 있었는지 뒤돌아 어디론가로 가버린다. 남겨진 헬리안은 한숨을 쉬며 카리나에게 발길을 돌렸다.
"아야아..."
치료실로 간 지휘관이 전술로봇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리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오랜만에 들리는 목소리에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카리나도 지휘관이 없는 동안 대리로 일을 하느라 많이 지쳤는지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카리나.. 난 괜찮다. 그보다 나 없는 동안 고생 많았다. 생각보다 지휘관의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
"지휘관님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정말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답니다."
하기야 아직 부관 업무만 하고 있는 카리나에게 있어 조금 벅찰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휘관의 후임 지휘관이 카리나로 정해진 만큼 지금부터 일을 직접 해보면서 하는 것도 괜찮은 수순이었겠지만, 그래도 너무 일찍 발을 들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내가 왔으니 이 조치가 끝나는 대로 집무에 들어갈 거다. 그동안 UMP45와 AK-12 상태 좀 봐다오. 알았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헬리안께서 당분간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일이야 자기들끼리 다 할 수 있으니 그동안 쉬라구요."
"사실 그렇게 큰 부상도 아닌데 말이지. 그보다 더한 부상도 당해봤는데, 얼굴과 몸뚱아리에 좀 맞는 거 갖고 너무 호들갑 떠는 거 같은데.."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휴식 명령이라고.. 하셨어요."
"저런.."
휴식 명령이란 말에 지휘관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카리나와 얘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 얘기가 길어졌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휘관님,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카리나가 경례하고 나간다. 지휘관은 카리나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정녕 이게 최선이었단 말인가.."
그렇게 혼잣말하며 지휘관은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UMP9~"
카리나가 404소대 숙소에 들어왔다. 그곳에선 간만에 휴식을 취하던 UMP9이 있었다.
"카리나, 무슨 일이야?"
"다른 애들은?"
"잠깐 상점으로 갔어."
"그렇구나. 지금 혹시 시간 괜찮아? 따라와줄 수 있어?"
카리나의 물음에 잠시 뜸들이던 UMP9이었지만 이내
"알았어."
라는 대답으로 카리나와 동행했다. 그리고 9과 카리나가 온 곳은 다름 아닌 공방, 거기엔 여러 기기가 모여 진기한 광경을 자아냈다.
"이번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얼마나 안정화 됐는지 확인하려고 부른 거였어."
"혹시 많이 걸려..?"
UMP9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고 있었는지,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인하는 작업이니까, 시간이 꽤 소요돼."
"그래도 언젠간 해야 하는 거 맞지?"
"그렇지."
"그럼 이왕 기회 난 거 지금 할 게."
"알았어. 잠깐만.."
카리나가 예전에 쓰이다 지금은 전술인형의 상태 점검을 하는데 쓰는 서버용 컴퓨터에 전원을 넣는다. 총 2개인데, 말벌집 임무 이후로 지휘관이 군의 지원을 받아 얻은 전술 컴퓨터였다. 비록 지금 서버용으로 쓰는 건 구식이지만, 일반 컴퓨터용으론 전혀 부족함이 없는 좋은 컴퓨터여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쓰이고 있다.
"준비 완료, 이리 와줄래?"
UMP9이 컴퓨터 쪽으로 다가오자, 카리나는 준비된 USB 5개를 UMP9의 각 자리에 꽂았다.
"이번에 새로 교체한 부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거야. 우리는 이걸 링스 돌린다고 표현해."
"링스..?"
"응.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CPU나 램에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가. 그래서 과부하가 걸리는데 이때 CPU나 램의 쿨러가 작동한다고 해서 돌아간다, 돌린다라고 말하거든."
"사람들의 언어는 참 신기하네.."
"너도 어차피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인데 뭐."
"그렇지만 역시 인간과 우리의 차이는 극명한가 봐. 아무리 해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글쎄,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너희는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니까. 오히려 그런 용도 덕분에 더 많이 필요로 하니 우리보다 나은 거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임하라구."
"알았어."
카리나는 UMP9과 잡담하면서 UMP9에게 맞는 데이터값을 설정한다.
"자, 설정 완료.. 링스가 돌아가는 동안 데이터가 엄청 들어와서 많이 따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거야. 테스트를 위한 거니까 좀만 참아주고."
"으응.."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와 달리 테스트 작업은 실제 성능을 측정하는 거기 때문에 파워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 시간 뒤, UMP9에게 있어 최대 입력값 테스트가 끝나자 카리나가 접촉된 USB를 제거하였다.
"어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니?"
"으음.. 어쩌다가 뜨끔뜨끔해서 그리 힘들지 않았던 거 같기도.."
"자, 그럼 결과를 한 번 보자고~"
UMP9은 UMP45처럼 비슷한 사유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됐다. 하지만 언니 45와 달리 9은 기존의 소체보다 새로 나온 소체를 선택함으로써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에 더 탁월하고 좋은 성능의 부품을 넣을 수 있었다. 물론 기본 성능 자체는 45가 훨씬 더 좋지만,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 전술인형에게도 남기 마련인 지라 구형의 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발열도 좋고, 제값을 다하는 성능, 여기에 과부하 상태에서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견디는 모습도 보였어. 그에 따른 내구성도 좋은 편이고. 근데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기존 소체를 택한 45보다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네."
"경향?"
"응. 성능 자체는 45와 동일한데, 스트레스에 더 강하게 설계되서 그런 건지 성능이 다소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혹시 성능을 끌어올릴 순 없는 거야?"
만약에 생길 위험을 대비해 다른 방법을 물어보는 UMP9, 하지만 9이 들은 대답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위험해. 그 상태에서 성능을 더 올리려 하면 부품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거나 터져버릴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곤란해지겠네.."
"그런 거야."
"이제 난 뭐하면 돼?"
UMP9은 뭔가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그러자 카리나 특유의 눈썰미로 그런 9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었을까.
"슬슬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에 따라 메모리 용량이랑 클럭 성능을 확장해주고 안정화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나중에 할래?"
"으음.."
9이 고민하는 얼굴을 짓자, 카리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 그럼 이렇게 하자."
그러자 9은 끄덕이며 납득한 얼굴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9을 보며 카리나는 한숨을 섞어 모니터에 나타난 숫자들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9, 정말 널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불안해 하는 카리나였다. 그 이유는 9의 램 상태 불량, 겉보기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부하를 걸어 오랫동안 작동하면 안정성이 떨어져 기본 성능이 조금씩 저하되거나, 최악의 경우 오류로 인해 재시작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전술인형의 정보 기억을 담당하는 램이 불안정하면 여러모로 부품상의 성능도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CPU나 GPU의 성능은 저하되면 그저 연산 속도의 차이가 나게 되지만, 램은 결정적으로 시스템 가동 여부, 즉 데이터 공간의 실질적인 크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CPU는 최대 50%, GPU는 최대 80%의 성능이 향상되어도 램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6LAB과 LOP에서 혁신 용량, 단일 1TB의 램을 내놓는다고 발표했으니 9의 소체에 있는 다양한 기능이 발현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카리나~ 45언니가 나 찾는다고 해서 왔어."
"마침 준비 마치고 작업하려던 참이었어."
"작업..?"
"미리 얘기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때 말해주면 뭔가 마음에 걸려서 할 거 같아서 내가 그냥 넘어갔는데 오늘 램 교체 작업 해보려고 부른 거야."
"램 교체?"
"응. 얼마 안 걸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모든 전술인형이 저녁밥을 먹고 쉬고 있을 즈음에 카리나가 조심스럽게 9을 불렀다. 이리 해도 정 안 되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섬광탄 때문에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전압이 급상승, 급하강하다 보니 정보 처리에 문제가 생긴 걸로 카리나는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부품을 교체하려고 한 것이다.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그러자 9은 좌우로 묶인 머리를 풀어 가지런히 위로 모아 다시 묶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9의 뽀얀 피부와 함께 목덜미가 드러났다.
"자, 그럼 시작할게."
"으응."
그러자 카리나가 9의 목덜미 부분을 연다. 그곳에는 9의 중앙지능장치가 있다. 중앙지능장치란 CPU를 보조하는 부품으로 단순히 연산만 하는 컴퓨터에서 전술인형답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이를 CIU라 하며, Central Intelligence Unit의 줄임말이다. 특히 여기에는 CPU보다 더 복잡한 무수한 프로세싱과 회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CPU보다 훨씬 작은 크기를 갖고 있다. 이러다 보니 CPU보다 더 많은 코어와 클럭으로 작동하는데, 그런 CIU를 보조해 움직이게 해주는 주요 부품이 바로 램이다. 과거 컴퓨터에선 그저 작업량의 크기만으로 쓰여진 램이 이제는 전술인형의 등장으로 많은 기술 변화가 이뤄짐으로써 CPU 다음으로 가는 주요 부품이 되었다. 램에 문제가 생기면 대개 전술인형의 정보가 사라지고, 컴퓨터 기능만 남게 돼 전술인형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다 봐도 좋을 정도다. 램의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런 CIU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고, 램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술인형에서 인간에 가까운 사고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통상 그 임계치를 램 용량 통합, 1024TB라고 알려져 있다. 전술인형의 램 용량이 1PB를 넘기면 특이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하기에는 천문학적 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 1TB, 많으면 1.5TB에서 그치는 것이다. 이 정도여도 손색없는 전술인형이기에.
이번 9에게 들어갈 램 용량은 최대 크기인 512GB 4개가 들어간다. 기존 1.5TB에서 2TB가 추가된 3.5TB가 된다. 다른 전술인형과 달리 9은 비정상적으로 램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휘관과 카리나도 일찍이 알고 있긴 했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카리나가 9의 링스를 돌리면서 CPU와 램의 상호 연산을 통해 나온 결과값을 보면서 우연히 그 원인을 알아내었다. 바로 9에게는 주로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술인형이라는 걸 말이다. 본래 물리적 전투든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전이든 전술인형은 말 그대로 전술을 위해 만들어지는데, 9은 그런 전술을 목적으로 설계된 인형이 아니라는 뜻, 그래서 카리나는 램의 용량을 늘려 9의 본래 제작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었다.
"슬롯이 24개.."
다른 전술인형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간 램 슬롯과 주CPU 6개, CIU 4개를 넣을 수 있는 소켓이 9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리폰은 비용의 문제 때문에 45도 그렇고, 9의 기능을 모두 살려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만약 다 들어갈 경우 지휘관은 군용 인형처럼 엄청난 성능을 자랑할 거라고 예측했다. 이걸 만든 철혈 공장은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256GB 4개, 1024GB 1개, 512GB 4개가 들어간 9의 CIU를 보며 카리나는 뭔가 복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위이이잉~"
전원을 키자 9이 평상시처럼 돌아온다.
"카리나~"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하는 9, 램 용량이 늘어나서 그런 지 감정 표현이 더 풍부해졌다. 행동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훨씬 사람에 가까워진 9을 보자 키리나는 문득
"...!"
놀라게 된다. 불현듯 뭔가 알아낸 게 있었나 보다.
"9, 혹시 뭔가 달라진 거 없어?"
"달라진 거..?"
카리나의 물음에 UMP9은 급격한 변화를 인지한 모양이었는지, 목덜미와 어깨 부분을 만지면서 카리나에게 다소 신기한 눈빛으로 알려주었다.
"뭔가 기분이란 게 생긴 거 같아."
"기분..?"
"응. 왜 기분이 별로 안 좋다라고 하잖아. 뭔가 이전에 없던 무언가가 생겨서 굉장히.. 뭐랄까, 이상하고도 좋아."
9의 말에 카리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통상 알려진 것과 너무나도 다른 UMP9의 모습에 카리나는 만약 시간과 비용이 허락하는 대로 9과 45의 램 용량을 더 늘려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지휘관에게 건의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분명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다음날, 카리나가 지휘관에게 UMP9의 업그레이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지휘관님, 일전에 말씀드린 보고서입니다."
"오호, 그래. 9 업그레이드 한다고 수고했다."
통상 전술인형의 성능을 끌어올린다고 하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라 하기 마련인데, UMP9는 그러지 않고 그냥 업그레이드라고만 지칭한다. 그 이유는 마인드맵이라고 하는 마더보드의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단순히 램 용량만 늘렸던 까닭이다. 통상 더 높은 성능을 올리기 위해서 높은 성능에 맞는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마더보드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 교체를 통틀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라 부르기 때문이다.
"흐음.."
특이사항이 들어간 문구에 지휘관은 꼼꼼히 읽어 나간다.
"특이사항이 참 흥미롭구나."
"그렇죠? 저도 솔직히 이거 우연히 알게 된 거라.."
카리나가 우연히 발견한 8900이란 결과값은 전술인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에 가까움이란 뜻이다. 앞자리가 9면 인간에 매우 가까움이란 뜻이고, 0일수록 AI가 없는 컴퓨터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자리의 9는 가용할 수 있는 기능이란 뜻인데, 소위 전술인형의 잠재력이다. 이것도 앞자리처럼 높을수록 잠재력이 많다는 뜻이고, 반대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나머지 두 자리는 활성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00은 비활성, 50은 부분 활성, 90은 활성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카리나는 이 숫자를 보며, 인간에 가까운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활성되지 않거나 혹은 활성할 수 없는 것으로 알게 된 것이다.
"흐음.."
카리나의 보고서를 보면서 지휘관은 골똘한 표정으로 특이사항 여백 공간에 뭔가를 적어나갔다. 2018 89356이란 숫자였다.
"자, 카리나. 이 보고서는 다시 너한테 주마. 이걸 잘 기억해놨다가 45와 9에 연계시켜야 한다."
"연계요..?"
카리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휘관서 보고서를 받는다. 연계는 Connection의 번역어인데, 두 인형 간의 상호 서버 공유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여러 정보, 예를 들어 부품의 사양과 같은 것들을 합해 더 큰 폭의 성능을 내는 걸 뜻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둘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결이 끊겨 연결했던 다른 전술인형에게도 큰 데미지를 입기 때문에 그만큼에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지휘관이 그런 위험부담에도 연계를 하라고 한 건 어떤 이유가 있을 터, 카리나는 지휘관의 말을 일단 따르기로 하였다.
"어디 보자.."
카리나가 공방에서 45와 9를 구동시킨 채 교재에서 연계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지휘관급 인사라면 연계를 곧바로 할 수 있었겠지만, 카리나의 경우 연계 작업할 일이 거의 없어 잊혀진 지식을 다시 얻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런 연계 작업을 많이 해봤었기에 카리나는 손뼉을 치며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데 성공한다.
"자, 그럼 시작할게. 45, 9.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
두 인형은 머리를 까딱거리자, 카리나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카리나는 두 전술인형 간에 커넥션과 함께 가상화(Virtualization)를 활성시킨다. 그리고 시그니쳐(Signature)라는 문구가 떴다.
"이게 전에 지휘관님이 얘기했던.."
시그니쳐라는 글에 카리나는 지휘관이 자신의 보고서에서 써준 2018이란 숫자를 입력하고 확인하였다. 그러자 45와 9이 동시에 안내 목소리를 내었다.
"1차 승인 완료, 더 안정적인 활성을 위해 제시된 코드를 해석하십시오."
제시된 코드의 답은 89356, 이는 전술인형이 쉽게 해킹당하지 않도록 처리된 보안 절차로 대개 4~5자리가 채택된다. 그리고 자릿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중요한 기능을 가지는 전술인형이란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코드를 해석하려면 특수 연산 기기가 필요한데, 워낙 비싼 몸을 자랑하기 때문에 보통 특수연산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일반연산으로 해석하는 추세다. 89356에는 UMP9, UMP45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숫자다.
"해석 성공, 활성화 및 인식를 위해 재부팅하여 주십시오."
안내에 따라 카리나가 9, 45를 재부팅한다. 그리고 몇 초 뒤 둘은 움직였다.
"으음.."
45는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 9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된 건 사실이다. 이외에도 연동, 연결, 연대 등이 있다. 같은 말인 거 같지만, 사실 조금씩 다른 말이다.
"자, 이제 연계가 완료됐어. 이제 성능이 공유되서 더 많은 기능을 낼 수 있을 거야."
"오오, 정말이네."
카리나의 말에 9이 자기 성능을 무의식적으로 살폈는지, 그녀의 말에 동조하였다.
"어, 그럼 카리나 말대로라면.."
그러자 45의 눈동자 초점이 없어지더니 뭔가 연산하는 듯했다.
"저럴 수가.."
그러자 그 주위를 지나가던 P38이 공방으로 들어왔다. 카리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어. 난 이런 연산한 적이 없었는데.."
P38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간접연산을!?"
둘의 사양이 합쳐지자 일반 전술인형은 엄두도 못낸다는 간접연산, 즉 해킹이란 걸 시도한 45였다.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전술인형에 카리나는 신기해 했다.
"카리나 이제 작업 끝났으니 우리 돌아가도 되지?"
9의 말에 카리나는 말 없이 응대한다. 그리고 45는
"자, 그럼 돌아가자. P38, 미안해."
라면서 공방을 빠져나왔다.
"이거 일이 점점 재밌어지는데.."
하면서 카리나는 자기 집무실로 돌아가 지휘관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생각하게 된다.
UMP9은 마더보드라 부르는 마인드맵 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업그레이드라 지칭하였습니다.
없으면 허전할 거 같아 회로 비슷한 도트를 찍고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많아서 놀랐습니다.
오늘부터 우린 인연의 끈으로 묶여진 가족이야, 언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업그레이드 후 UMP9 -
GB를 MB로 잘못 쓰는 이런 머저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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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제가 잘못 인지한 상태에서 쓴 걸 수도 있겠네요. 전 UMP9이 45랑 자매 관계니까 같은 철혈제인 줄 알았는디 -_-.. 공식 스토리가 아닌 제 개인적인 소설이니까 너그러이 봐주심이 (_ _) | 18.09.18 2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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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드려서 죄송허긴한대 45 개조스토리에보면 45 중상뒤에 데이터 땜에 백업이 안되니까 락걸린 데이터를 뀨한태 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뀨가 자긴 언니랑 같은 기종이 아니라고 하죠 | 18.09.18 20: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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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 그렇군요. 그런 사실이.. (끄덕끄덕) | 18.09.18 20: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