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뚫릴것만 같이 깨끗한 푸른 하늘 그리고 그에 맞다은 생명이 넘치는 빛깔을 한 드넓은 평원이 있는 이 곳. w35구역,
이 곳에서 우리의 주된 업무는 대규모 농업플랜트 보호 및 치안 유지, 민간 구호.
단순 농장들 뿐인 시골 깡촌이다 보니 철혈을 보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그저 평화로운 나날만 보내는 중이였다. 플랜트 일손 지원을 나가던 오늘 아침, 내 지휘관에게 한 입맞춤이 마지막 평화로움 일 줄 도 모르고.
플랜트지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헬기 앞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오늘도 정말 힘들었어. 안 그래, 대장?"
푸름스레 반짝이는 잿빛 단발에 완두콩 같은 연둣빛 눈을 가진 그녀는 hk416c 우리 35구역 1제대 pm(peace maker)소대의 부 리더이자, 내가 제일 신뢰하는 부하중 한 명이다.
"언제나, 하는 일 이잖아?"
나는 짧게 그녀의 투정에 답하고 복귀하는 헬기에 먼저 탑승하려는 찰나, 볼을 잔득 부풀린 그녀는 새로운 투정을 한다.
"정말이지, 대장은 너무 시니컬 한거 같아."
헬기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동안 오늘 작업 보고서를 조용히 작업을 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으려나...
보고서 작성이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한 나는 눈을 떴고, 그와 동시에 코 끝을 희미하게 맴도는 매캐한 향이, 이곳에서 날 수 없는 그 이질감이 가슴 한 구석을 불안하게 했다
서둘러 헬기의 문을 열었고 그런 나를 맞이하는 건 무수한 별빛들이 헤엄치고 있어야 할 잔잔한 흑빛바다 같은 하늘이 아닌 세상의 끝을 알리는 황혼의 빛과 이 세상을 삼키려는 것 마냥 휘몰아치는 거대한 잿빛 연기였다.
몸과 마인드맵이 분리 될 것만 같은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났다. 줄 곧 몇년간 평화에 너무 익숙해졌던것일까. 잊고 있었다, 지금은 전쟁중이라는것을. S09지역이니, AR소대라니, 그런 전투 소식이 들려 올때마다 마인드맵 한구석에는 의심했다. 이 평화를. 걱정했다. 내 지휘관을. 두려웠다. 내 모든것. 내 지휘관을 잃게 될 까봐.. 한낱 상품에 불과한 나를. 인형이 아닌 한명의 인격체로서. 한명의 여자로, 아내로 받아들여 준 내 지휘관을 난. . . 나는. .
“대장!!!!!!!”
416c가 내 어깨를 흔들며 소리쳐준 덕분에 과부화가 걸려있던 마인드맵이 안정을 되 찾았다.
“괜찮아? 마인드맵이 엄청 과열된거 같은데?”
“아. . 고마워 416c”
그래, 현 상황을 의심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 내 지휘관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가까이서 지내온 내가 잘 알수 있어, 분명 저기 불타오르고 있는 우리집에서 진지를 구축해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야.
“160, 우리 기지에 착륙 가능하겠어?”
ARX160, 싱싱한 오렌지빛 롤빵 머리, 언제나 멍한 표정에 게으른 성격인 그녀지만.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형중 하나로 그에 걸맞는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pm소대원으로 전투원겸, 조종병이다
“으으. . 지금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힘들어요”
160이 입술을 깨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시야가 확보 되지도 않아서. . 무리해서 하강했다가 요격당할 가능성도 있구요. .”
상황을 지켜보던 416c가 말을 꺼냈다.
“그럼 근처 아무 평야에서 착륙해서 가는건 어때?”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민간 플랜트 일손 지원을 나간 거라, 탄약을 그리 넉넉히 가지고 있지 않아, 멀리서 부터 녀석들의 방어선을 뚫는건 힘들거야”
시간은 많지 않은데, 모든 상황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우리끼리 생각해봤자 소용 없는건가.
“160, 지휘관과 연락을 해봐야겠어. 통신 가능할까?”
160이 내 말을 듣고 조작계에서 이것 저것 조작을 한다.
“연결. .됐어요”
“지휘관, 여기는 pm소대, 현재 집 위 상공에서 비행중이야. 들려?”
한참을 기다렸을까. 헤드셋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벡터, 돌아 왔구나. 수고했어.”
이런 상황속에서도 그는 돌아왔다고 격려해주는건가. 그런 상냥한 그를, 내 지휘관을 잃고 싶지 않다.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던지 타파해서 다시금, 무료하던 평화를 만끽하고 싶다.
그러니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많은 정보가 필요해.
“지휘관, 지금 상황이 어때? 적의 규모라던지, 현재 방어선 상황 이라던지.”
“만티코어 4기, 다수의 네메움과 이지스, 지휘엘리트 인형은 근처 w26지역에서 재미로 학살을 자행한 예의 벨페고르 인거 같아. 이곳을 공격한 이유 역시 단순 유흥을 위한 것 같고.”
죄다 장갑개체라고? 거기다 만티코어4기. . 우리지휘부에 저정도 장갑을 뚫을 수 있는 고화력 인형은 존재하지 않아..
“벡터, w01 지역에 증원 요청을 부탁할게.”
그런 상냥한 목소리로. .그런 유언을 남기지 말아줘. .
“무슨 소리야 지휘관, 나도 내려가서”
늘 상냥하게 말하던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함을 내지르며 내 목소리를 끊었다.
“벡터!!”
알고있다, 내가 내려 가서 함께 싸워도 크게 의미가 없다는걸, 그래도 난 지휘관을 잃고 싶지 않아.
“증원 부르고 올때까지 버틸수있어. .?”
떨리는 목소리로. 내 마인드맵을 범람하는 의심들속에서 나의 그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기다릴게, 벡터”
그가 거짓말중이라는건 알고있다. 하지만 믿고싶다. 저 상냥한 거짓말을 믿게 되면 내 마인드맵. .아니 내 마음은 소이탄에 타들어가는 고통보다 훨씬 큰 고통을 호소 하겠지. 그래도. .나는. .
“이렇게 얼마나 더 함께 있을 수 있는걸까? 괜찮은 척 하기 힘들다면 얼른 말해줘. 나는 이 모든 사실이 믿겨지지 않으니까…”
헤드셋너머에서 그의 포근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늘 말했잖니, 난 괜찮아, 우린 언제나 함께야, 그러니.”
우리의 집에서 주홍빛 섬광과 함께 공기를 찢어 갈겨 버리는 듯한 굉음이 내 피부를 날카롭게 흔들고 그의 마지막 말을 흐리게 베어버렸다.
“대장! 철혈의 재밍이에요! 통신수단이. .”
160의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지만. 내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느낌이었다. 내 눈으로 보고있는 것들도, 내 귀로 듣고 있던 것들도, 전부 내 감각이 아니게 된 느낌.
그저 눈앞이 캄캄해지고. 마음은 공허해져간다.
지휘관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한 걸까. .
제발. 이게 그의 마지막이 아니길.
제발.
소녀전선 벨페고르
프롤로그 마침.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입니다.
읽는데 힘든점, 잘못된점, 설정 오류등 문제가 발견되면 피드백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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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이지!! 살아있을 거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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