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2선급 전투기이자 경량형 전투기로 운용되던 F-5 타이거 전투기들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활약하였다.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은 많은 양의 F-5 전투기를 우방국들에 공여하였고, 이들 중 상당수는 남베트남 공군에 인도되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1975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전격 침공, 패망시키면서 남베트남에 있던 F-5 전투기의 상당수가 월맹, 북베트남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북베트남은 미그기를 주력으로 사용하였기에 F-5 전투기를 전력으로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으나, F-5 전투기의 기동성과 성능 자체가 비정규전, 소규모 접전에서는 꽤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되며 이들을 최대한 이용할 방안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75년 월남의 패망 이후 미국으로부터 F-5 부품과 설비를 공급받을 수 없었고, F-5를 제대로 된 전력으로 활용하기는 부적합하다 판단한 베트남은 이들 전투기를 자신들에게 다수의 군사고문단과 방공 장비를 제공했던 소련 측으로 인도하게 된다.
이 당시 넘어간 전투기의 숫자는 상당하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소련 입장에서도 F-5는 그닥 내키는 전투기가 아니었다. 이들 역시 미그기와 수호이기를 운용하고 있으니 F-5를 활용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처음에 F-5를 활용한 건 어그레서 전투기였다. 아예 미국과 우방국에서 주력으로 운용하는 항공기에 기동성도 나오는 만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을 이용한 시험은 보통 소련 중앙아시아 공화국 일대에서 행해졌고, 여기서 의외의 평가를 받았다.
F-5 전투기들은 생각보다 근접전과 항공지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전투기를 운용한 것이 이미 다년 간 F-5를 조종한 베트남 출신 조종사인 덕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어그레서에 그칠 항공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1970년대 중반을 넘어가며 중동과 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장을 시도하는 소련군에게 전투기는 언제나 부족했다. 1선인 유럽 방면에서 신형 기체를 빼올 수 없는 상황에서, 소련은 이들을 중동과 남아시아에 한정지은 활동 기체로 운용하기로 했다.
물론 그 상태 그대로 운용할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운용을 위해 소련은 이들의 전자장비와 인터페이스를 교체했다. 다행히 월남으로부터 획득한 다수의 장비와 시설이 있어 교체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래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이들은 소모품과 같은 존재로서, 여전히 미제 엔진과 미제 무기를 탑재했다. 당시 개조를 담당한 카자흐 공화국 아티라우 미그기연구소의 M. A. 다닐로프는 "미국 전투기 위에 붉은 별을 그렸을 뿐이다" 평했다.
이들은 특수항공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전개됐다.
특수항공지원단에 소련 군부가 건 기대는 작았다. 특수임무 몇 번만 진행하고 폐기할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소련 군 지휘부의 예상과 달리 큰 활약을 벌였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중앙아시아 공화국들로 전개된 이들 기체는 비밀리에 월경 작전을 자주 펼쳤다. 이란과 파키스탄에 위치한 미 CIA 기지를 공습하는 한편으로 태국의 미군 기지를 정찰하는 대담한 활동도 벌였다. 1979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때는 베트남을 도와 프놈펜에 대한 근접항공지원을 가했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상대방의 허를 완전히 찔렀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들 기체가 자신들이 보유한 F-5와 동일 기종이기에, 태국과 캄보디아는 근방에 주둔하는 미군의 전투기라 생각한 탓에 자주 실수하였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릴 때 쯤에는 이미 공습 이후 떠난 뒤였다.
태국에 주둔하던 미군들은 이들 기체를 '고스트 구크'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는 평도 있다.
일부 기체는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아프가니스탄 공군기지를 급습하고 바그람에 대한 제공권을 장악하는 임무까지 맡았다. 아프가니스탄의 한 공군 장교는 이란에서 지원나온 기체인 줄 알았다고 훗날 평했다.
특수항공지원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끝난 후에는 항공 지원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전개되었고 일부 기체는 1980년과 1981년 파키스탄 국경을 월경하며, 혹은 이란 국경을 월경하며 작전을 펼쳤다.
대부분은 절대 들키지 않았다. 이미 이들 특수항공지원단의 F-5 조종사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이 기체들만 몰았던 잔뼈 굵은 조종사였고 매우 조종 기량이 뛰어나 소련 공군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검은색으로 도장하며 야간작전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1982년 이미 1년의 항공기 전투출격 소티가 500 소티가 넘어가며 1978년 100 소티를 압도적으로 넘어갔다.
1983년, 파키스탄과 아프간 주둔 소련군 사이 마찰을 정탐하기 위해 파견나간 CIA 요원들은 정체 불명의 기체를 사진에 담았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이 바로 그것으로 미 정보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기체는 분명 붉은 별이 달렸지만 F-5가 분명했다.
미군은 이후 탐문 수사와 각종 첩보를 가동해 소련이 운용하는 F-5 전투기들이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걸 알아채고 이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F-5 개발자로 참여했던 켈리 존슨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분명 내가 만든 공산군 전투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미군은 이후 이들을 적기로 간주, MIG-28로 이름을 명명했다.
미군에게 소련의 F-5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사라지는 항공기가 미국의 것임이 밝혀지면 (설사 소련의 것이더라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F-5를 운용하는 주요 우방국들의 안보 위협도 무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미군은 이들 F-5, MIG-28을 꼭 없애야 했다. 때문에 미군은 신중하게 이들의 비행을 확인하고 제압할 방법을 찾아나섰다.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들에게 제공된 스팅어 미사일이 이들을 격추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무자헤딘은 "미제 미사일로 미제 비행기를 격추시키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금방 이해가 됐다. 일단 지나가는 건 다 맞추면 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들 스팅어 미사일에 의해 특수항공지원단 예하 MIG-28 몇 기가 손실되는 피해가 있었다. 그럼에도 1986년까지, MIG-28은 계속해서 파키스탄 월경 작전과 지상군 근접항공지원을 도맡았다.
1986년 5월 16일, 여느 날처럼 MIG-28 전투기들은 월경 작전으로 파키스탄 영공을 넘어갔다. 이들은 보통 월경작전 때 파키스탄 남쪽, 바루치스탄을 월경해 카라치 쪽 해안을 통과해 공습하는 걸 선호했다. 그러나 카라치 해안에서 미 해군항공대를 만나게 됐다.
인도양에 전개 중이던 CVN-65 엔터프라이즈에서 출격한 F-14 톰캣 전투기들은 카라치 해안까지 나온 MIG-28들을 향해 빠르게 쇄도해 공격했다. 피트 미첼 대위가 이끄는 F-14 전투기는 과감히 근접해 WVR 교전으로 MIG-28을 격추시켰다.
미국은 이미 무자헤딘을 통해 MIG-28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였다. 이들은 몇 가지 인터페이스가 바뀌고 별이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을 뿐 큰 차이가 없음을, 자신들이 아는 F-5가 맞다는 걸 알고 F-5를 상대로 한 모의 공중전을 충분히 치룬 뒤였다. 미군의 압승은 예상된 일이었다.
미군과 소련군 사이의 직접 교전. 이 사건은 분명 1981년 시드라 만, 1989년 토브룩 상공에서 벌어진 리비아 공군기와 톰캣 사이 교전처럼 크게 보도될 사건이었음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소련 측에서는 이 월경 작전을 애초에 부정하고 있었고 미국 측은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소련이 알아서 물러나라는 신호였다.
신호는 먹혀들었다. 미국의 격추에 놀란 소련은 MIG-28의 작전, 특수항공지원단의 활동을 대폭 축소시켰다. 미군기들이 F-5의 활동을 알아채 그들을 격추시킬 정도라면, 더는 활동할 수 없었다. 이미 파키스탄과 이란에도 이들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퍼진 뒤였다. 소련 군부는 특수항공지원단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해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조종사들은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1986년, 아프간의 F-5는 모두 본토로 철수했다.
이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는다.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자료가 소실되었을 뿐더러 이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는 중앙아시아 국가에 그대로 방치되다가 이란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있으며
다른 쪽에서는 북한이 중앙아시아로부터 MIG-21BIS를 구입할 때 같이 넘어갔다는 말도 있다.
아직도 카자흐스탄 사막 모처의 격납고에서 먼지 쌓이며 잊혀진 채 방치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져 베트남을 거쳐 소련으로 간 전투기들. 그들은 남베트남에서, 미군에 의해 누리던 영광보다 더 큰 영광을 소련에서 누렸을 수도 있다. 그들은 그저 그런 2선급 기체가 아니라 가장 최정예 전투기이자 가장 유능한 조종사를 갖춘 월경 작전과 기습 작전의 화신으로 불렸다.
어쩌면 그 점들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그들의 이름을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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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군벌들에겐 저런것도 연방의 신형 모빌수트 같은거겠지 | 19.08.19 11:2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