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알겠니? 여기그 엉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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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우습던 모습을 보던 아이들이 반딧불이 신기하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우르르 쫓아나갔다. 멀어지는 목소리에서 반딧불이를 찾겠다는 말이 나지막이 들렸다. 와아, 반딧불이. 신기한 반딧불이. 빌딩 숲 속에서 찾아보자며. "반딧불이 그거, 밤에만 찾을 수 있는 건데." 아버지가 아무런 말이 없다. 묵묵히 흙 때가 묻은 손전등을 흘겨본게 전부다. "못된 년." 5평 남짓한 공간에 울려 퍼진 소리. 나는 주어가 소멸한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연희, 일부로 그랬던 게 아니에요." 갑자기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던져진 손전등이 서랍장 유리를 뚫었다. 유리조각이 저녁노을을 머금으며 뿌려졌다. 반짝거리는 유리조각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아직도 바람나서 애는 버려둔 그년을 감싸고 도는 거냐? 시골 촌구석이 썩은 싸릿 자루만 못하다고 옷만 챙겨나간 년이다!" 손아귀에 잡힌 바지 자락이 흥건해진 손바닥에 꾸덕댄다. 차라리 대들기라도 하면 좋았을까. 할 말이 없었다. 누가 죄인인가. 애 엄마, 아니면 그 사람의 가장이었던 나. "멍청한 놈." 아버지가 담배 한 갑을 집으시곤 그 길로 나가버리셨다. 5평 남짓한 도시의 공간. 그 밀집되어있지만 공허한 방 한 구석에는 가족사진 아래의 유리조각이 말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골의 정취가 묻은 부서진 손전등을 아이들이 볼까 싶어 유리를 치우다 그만 손가락 마디를 베어버렸다. 피가 흘렀다. 억한 심정에 내 등쌀이 흔들렸다. 밤이 되고 아이들을 재운 뒤, 현관을 나와 달동네 계단에서 담배를 피웠다. "왜 또 혼자인 거냐." "그냥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담배 냄새가 골목길에 울린다. 한참이 지나 조용히 물었다. 나도 모르게 분한 말투가 되어있었다. "왜 그런 모습을 아이들한테 보인 겁니까." 신발을 비비는 소리가 들렸다. 담배 냄새가 사라졌다. "애들이 예전에는 보던 반딧불이를 기억 못하는 게 억울했다. 그걸 기억 못해서." 달이 반짝이고 있다. 옛날에 보던 반딧불이가 저랬나. 시골에서 누군가와 함께 보던 반딧불이가, 이제는 나 혼자서 기억하는 반딧불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