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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마녀를 보고나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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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정 감독의 <마녀>를 방금 보고왔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감독이 상자 안에 갇혀서 만화랑 영화만 보면서 언어를 깨닫고 평생 실제 사람을 만난 적도 상자 밖에 나가본 적도 없구나.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전부 실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캐릭터나 도구 같고 전혀 인간다운 구석이 없구나.’ 라고 느껴 엉엉 울었습니다.

 스토리는 첫 장면 시작하고 5초만에 '아, 주인공은 뭔가 특별한 아이고 조직이 그녀를 쫒고 있고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고싶어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은 그렇게 놔두지 않는 구나.'라고 뻔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훈정 선생님과 함께하는 클리셰 여행도 아니고 정말 평생 동안 봐 왔고 예상가능한  뻔한 클리셰들을 1시간 동안 열심히 밟아갑니다. 여러분이 이미 진즉 아는 것을 1시간 동안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혹시 본인이 '내가 이 영화를 이미 봤나? 봤는데 기억이 지워져서 기억을 못하는 건가? 내 뇌가 세뇌당했나?'라고 느껴진대도 영화관을 박차고 뛰어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영화가 많이 베낀 거예요. '설마 저것마저'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것이 영화의 다음 장면입니다.  <니키타>, <히어로즈>, <솔트>, <악녀> 등등 이 영화와 소재가 겹치는 것들을 하루종일 보면서 소주 두 병 마시고 자면 그 꿈 내용이 바로 <마녀> 입니다.

 그럼 그 지루한 초반 파트가 지나고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각성하기 시작하면 좀 참신하고 재밌어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은 갑자기 일본에서 온 천재소녀 모든거시노 계회꾸데로스 양이 되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코웃음 치며 중학교 2학년 생들이 소년 만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탑10을 순서대로 읊어 됩니다. 이 부분에서 심각한 누수가 발생하는 게 주인공의 평온한 일상이 주인공의 본모습이라 여기며 주인공 편에 서야할 관객들은 갑자기 주인공이 '이게 나의 본모습이닷!'을 외치며 발산하는 싹똥머리 없는 모습에 주인공이 더이상 선역으로 보이지 않고 착하고 평온한 모습이 사실 구밀복검한 가식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뭔가 보여줄 거 같았던 적대조직은 정작 주인공이 맘잡고 덤비니까 히어로 영화 초반 10분에 나오는 은행강도보다 훨씬 쪽도 못쓰고요. 설마 박휘순은 뭔가 다르겠지, 멋진 액션 멋진 모습 보여주겠지, 했으나 주인공의 목꺾기 한방에 비참하게 퇴장하고 맙니다. 박휘순과의 액션이 가장 마지막이었으니 다른 영화같으면 최종보스나 마찬가진데 영화 내내 바보 취급만 받다가 뭐 보여준것도 없이 훅가네요. 그나마 1대 1 액션은 와이어와 cg가 들어가며 예상한 만큼은 나오지만 다대 다 전투는 그야말로 처참히 무너진 연출을 보여줍니다. 넓은 복도에서 여러명이 소수의 그룹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데 시체 하나 몸빵으로 전부 커버가 되고, 이미 총을 쏘고 있는데 그 앞으로 나서서 벽을 뜯어 엄폐물을 만들고, 전 장면에서 쓰러져 모두 제압된 것처럼 보였는데 다음장면에서 어느 새 일어나 있는 등, 굳이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아도 엉망인게 눈에 밟히죠. 초능력자와 일반 특수부대 그룹이 충돌하고, 일반 부대를 통솔하는 박희순이 1세대 초능력자이니 분명 그들을 상대하는 대책이 있을만도 한데 그런 것도 없이 '머리를 쏘면 죽는다!' 만 외치고 있습니다.

 또한 어차피 영화가 오디오북 마냥 모든 요소요소를 주절주절 좔좔 판소리 읇듯이 전부 대사로 때우는 데 말로는 예산이 딸려서 그랬다지만 이건 감독의 연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도 아니고 어차피 클리셰 덩어리인 거 말 안해도 보여주면 다 아는데 감독만 몰라요. 대사로써 스토리를 리드하자면 그러한 설명역 캐릭터의 세팅도 중요한데 감독이 케릭터 설정란에 딱 '박사'라고 딱 한 줄만 써 놨는지 전혀 그 캐릭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배역으로 전혀 보이지 않고 그 마이너 카피 유사품으로밖에 안보여요. 어쩌고저쩌고 주절주절 철지난 이론 들이대면서 나는 세계 최고의 뇌 과학자라고 하는데 남편이 일나간 동안 놀러 나온 한남동 아주머니같습니다. 감독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무지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너나 할것없이 왜 자꾸 욕을 쓰는지.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박훈정노이드는 대사에 쌍욕 좀 섞어 쓰면 더 사람다울 것이라고 예상했답니까?

 

 뭐 겉보기엔 <마녀>는 흔치 않은 신인 여배우의 원톱 주연 영화고 초능력이 소재로 나오는 등등 유니크해 보일겁니다. 하지만 <마녀>의 새로운 점은 주인공 역 배우 한 사람 뿐이고 유니크한 것은 감독이자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박훈정의 작렬하는 겉멋과 몰아치는 허세력이었습니다. 치킨을 시켜서 치킨을 먹으려고 포크를 꽂았더니 껍질만 있어요. 그리고 양심적으로 크레딧 에서 '각본-박훈정'은 뺍시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 열심히 부분부분 가위질 함-박훈정'으로 바꾸는 게 더 상도덕 상 올바른 일 같습니다. 친환경 아나바다 운동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댓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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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9956)

121.178.***.***

몇몇 장면 보고 저도 예상 가능해서 마음 편히 미관람 결정을 했었죠. 1. 클리셰스토리 2. 허세가 다분한 악당 연기 이 두 부분은 확실히 깔려 있고 거기서 얼마나 역전시킬 요소가 있냐가 문제라 여겼었는데...
18.07.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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