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유화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고흐의 화풍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에다가 고흐의 그림중에서 등장인물 전원이 고흐의 그림속 인물이라는, 흡사 어벤져스스런 구성이여서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큰 선물이 되었겠습니다만. 하지만 외형만 뛰어나면 아무리 노력을 쏟았다 하더라도 아이캔디나 팝콘무비정도밖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외형을 갈고닦는데 그치지 않고 고흐라는 사람을 어떻게 추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담아내었습니다.
보통 실존인물을 다룬 내용중, 그 인물이 비극적, 그것도 석연찮은 최후를 맞이한 사람이라면 작품은 십중팔구 '역사에 묻힌 비극을 밝혀낸다.'라던지 '숨겨진 진실이 들어난다'던지 하는식으로 광고하는 경우가 많고 음모론, 썰에 집중한 내용 역시 대중매체에 넘쳐납니다. 그런 것들은 마치 탐정이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듯 자그마한 요소 하나하나를 파해치죠. 이 영화도 처음엔 그러한 면을 보여줍니다. 우체부인 조셉 룰랭은 고흐가 죽기 6주전에 쓴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 속 고흐는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하는데 갑자기 ■■할리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주인공이자 조셉의 아들 아르망 룰랭 역시 고흐의 흔적을 쫓다가 죽음에 또다른 진실이 있다고 여겨 진상을 추적하려고 합니다. 때문에 영화 속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썰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그런 썰이 진짜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허구라고 증명하거나 주장하지 않습니다. 상충되는 의견이 나왔을 때 뭐가 맞다던지 그런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과연 고흐를 기린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주제의식을 들어냅니다. 작중 가셰 박사의 딸은 소위 진실을 추적하려는 아르망을 보고 고흐 죽음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삶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하는데 이게 영화의 주제의식을 전면으로 들어내는 대사가 아닌가 합니다.
보통 역사적인 인물의 극적인, 특히 비극적인 인물의 죽음은 여러 말을 오가게 합니다. 석연찮지 않은 부분은 이것 때문이라고 말하며 진실을 말하는데 때로는 그것이 가쉽거리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고흐만이 아니라 모짜르트라던지 마릴린 먼로라던지 이소룡이라던지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수있는 썰들, 그것이 과연 그를 추억하는 좋은 방법일까요? 물론 영화는 아르망을 비꼰다던지 나쁘게 본다던지 하지 않습니다 아르망이 고흐의 죽음을 쫓게된 것은 아르망의 가쉽거리에 대한 욕구가 아닌 고흐의 아픔과 슬픔을 들으면서 그에게 공감하고 슬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가쉽거리를 원하는 사람 말고도 누군가의 비극에 공감하고 슬픔을 느꼈기에 죽음을 파해치는 사람들이 있는거 처럼요. 영화는 그런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고흐를 비극적 천재로 기억하는 대신 사람과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난 사람으로 기억해주세요.'라고요.
영화의 시작은 고흐의 마지막 편지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고흐의 첫번째 편지로 끝을 맺습니다. 편지는 고흐가 예술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입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들 마음속에 끝까지 남을 것은 마지막 편지가 아닌 첫번째 편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