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이것은 공포영화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초반에 약간의 점프스퀘어나 공포요소만 있고 극 내내 공포는 옅었습니다. 이런 장르를 보게만드는 원동력은 반복되는 시간속에서의 변주, 그리고 얼마나 더 나은 하루를 보내는가에 있죠. 주인공인 트리는(이름 때문에 처음에 위노나 라이더나 리버 피닉스의 경우처럼 부모님이 히피거나 히피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인가 했습니다) 속된말로 ㅁㅁ이라고 불릴 인물입니다. 잘나가지만 성격은 꼬였고 사람 깔보고 성적을 교수와 불륜을 저지르는 둥 좋은 사람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트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일날 살해를 당하는 루프에 갇히고 그 루프를 꺠기위해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또한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하는게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봐도 될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봐라고 할겁니다. 하지만 재미면에서는 몰라도 영화의 각 요소들간의 연결고리가 많이 적은거 같고 따로노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트리에겐 생일이 같은 죽은 어머니가 있는데 어머니와 매우 친했던 트리는 생일날만 되면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라서 괴로워합니다. 이것을 조력자인 카터에게 털어놓으면서 어머니가 지금의 자신을 보면 실망할거라는걸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하지만 트리가 나쁜 사람이 된게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라던지 그런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그렇다는 암시도 없느지라 이런 결심의 감동이 상대적으로 덜해집니다. 게다가 조력자인 카터와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가 트리가 파커의 방에 자신의 팔찌를 놔두고 가서인데 보면 볼수록 팔찌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파커는 트리에게 호감이 있는지라 팔찌를 핑계로 찾아온걸수도 있지만 적어도 극중에서 팔찌는 그냥 트리와 카터를 다시 만나게 하는 소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작위적인 느낌이 들게합니다. 만약 팔찌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고 팔찌에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어서 카터가 중요한 물건인거 같아서 트리에게 돌려주려고 했다는 식으로 했으면 트리와 파커의 만남을 더 효과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내용과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더 감동적이었을겁니다.
또 다른 단점으론 반전을 감추기 위한 내용인데 트리는 자신을 죽이는 사람이 어느 연쇄살인마라고 추측하고 그를 저지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미 극 초반에 파커가 범인은 너의 생일을 알고있는 사람일거라고 추리한거라던지 트리에게 배달된 생일축하편지로 위장한 협박 편지가 대놓고 나오는지라(이것때문에 트리는 비슷한 카드를 들고있던 룸메이트를 오해해서 루프를 한번 날립니다)연쇄 살인범이 진범이 아니라는걸 쉽게 추측할 수 있어서 딱 봐도 다음에 반전이 있다는걸 예상할 수 있어서 충격이 덜해집니다. 게다가 범인이 자기와 관계없는 외부인일수도 있다는 내용도 그렇게 효과적으로 설정하지 않아서 좋은 함정으로도 작용하지 못합니다. 영화도 그걸 아는지 가짜범인을 막은 다음에 카터가 근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냐 하고 이야기하더군요. 진범의 정체와 왜 굳이 그랬어야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꽤 괜찮았던걸 생각해보면 이러한 점은 영화의 완성도를 많이 떨어트리는 점입니다.
단점을 길게썼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애초에 공포영화도 아니고 주인공도 매력적이고 주인공이 변화해가는 연기도 좋은지라 데이트 무비로서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면서 사랑의 블랙홀 슬래셔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대놓고 사랑의 블랙홀을 언급하더군요. 카터가 어떻게 빌 머레이를 모를수 있냐고 하던데 영화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재미였네요.
그나저나 세상에 그렇게 소름끼치는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사용하는 대학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린데일 휴먼빙 마스코트만큼은 아니지만 괴상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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