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식 개봉하기 이전부터 희대의 똥망작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이모티 더 무비'를 오늘 감상하고 왔습니다.
'평가도 안 좋은 걸 굳이 왜 보냐.'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는데, 문자 그대로 '역사상 최악의 극장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작품이라 그 나름대로 감상에 기념할 만한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보게 된 이모티 더 무비의 짤막한 감상을 대충이나마 써보자면...
일단 초반부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애니메이션 소리 듣는 것치곤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정도로. 물론 이게 좋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지만, 그나마 초반부는 '양산형 극장 애니메이션'에라도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명분상의 설정과 줄거리라도 있는 그런 작품...
하지만 초반 이후로는 진짜 이걸 작품이라고 불러줄 가치조차 있는지 고심이 들 정도로 부실해집니다. 어떤 단점들이 있는지 좀 정리해서 써보자면...
- 과도한 PPL
정말이지 초중반 이후론 '이모티 더 무비'가 아니라 'PPL 더 무비'라고 불러야 할 수준으로 노골적인 간접 광고가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영화 자체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PPL에 의존하고 있더군요. 주인공 일행의 고향인 텍스토폴리스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경유지며 목적지까지 전부 실존하는 상표의 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앱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상상력 넘치게 잘 표현해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님... 어떻게 이렇게까지 허접하고 노골적일 수 있는지, 정말 헛웃음만 연달아 자아내게 만들 정도입니다.
- 전개
91분의 러닝 타임을 고려해도 영화가 너무 작위적이고 급하게 흘러갑니다. 중간중간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쓰이는 요소들이라도 없었더라면 주인공 일행은 진작에 죽지 않았을까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해요. 이렇게 편하게 대충대충 넘어가는 전개 때문에 극중의 위기며 악당은 그 어떤 긴장감도 주질 못합니다. 특히 절정 부분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 어설픈 페미니즘 메시지
예고편에서부터 웬 당차보이는 여캐가 나오는 걸 보고 '쟤가 뭔가 페미니즘적인 역할을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신 분들 있으시죠? 그 예상대로입니다. 살다살다 이모지까지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모습을 보게 되더군요. 주역 여캐릭터인 '제일브레이크(핵키브레이커)'에게는 나름 '왜 얘가 틀에 박힌 성 관념을 벗어버려야 하는지' 그 이유가 제시되는 편이긴 한데, 적어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극중의 모습과 활약만으로도 충분했거늘, 여기에 필요없는 사족을 더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도움 따위는 필요없어!', '여자는 꼭 이러저러 하지만은 않아!' 같은 소리들 말입니다.
이미 이 정도로 답이 없는 문제점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해외 리뷰어들도 수 차례 지적했듯,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이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를 열화 카피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겁니다. '전자 세계에 거주하는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중요함을 입증한다.'는 줄거리, 심지어 주먹왕 랄프의 주역들과 대응되는 이모티 더 무비의 주역들... 이건 뭐 대기업 자본만 들어갔지, 실직적인 짜임새가 완전히 비디오 브린쿠에도에서 만들 법한 목버스터 짝퉁 애니메이션의 그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디오 브린쿠에도는 꽤 예전에 망했다죠? 설마 그들의 의지를 소니 픽쳐스가 이어 받은 건가?)
아무튼 뭐... 영화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작품임은 맞아 보이네요. 그 트랜스포머 5가 그나마 영화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모티 더 무비 덕에 트랜스포머 5는 올해 최악의 영화가 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것 같네요.